초중등 교육과정, ‘자유민주주의·남침’ 명시되고 성소수자 빠졌다
정책연구진 반대에도 ‘자유민주주의’ 명시
“성소수자 삭제, 청소년 정체성 우려 때문”
이태원 참사 계기 안전교육 대폭 확대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2022 개정 교육과정 행정예고안에서 ‘민주주의’로 명시된 일부가 ‘자유민주주의’로 수정됐고 ‘성소수자’ 용어는 삭제됐다. ‘남침’ 용어는 지난 9월 30일 공청회안과 동일하게 유지됐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같은 내용이 담긴 2022 개정 교육과정 행정예고안을 발표한다. 교육과정이란 초·중·고등학교에서 편성·운영해야 할 교육방법·평가·운영 등 학교 교육과정의 공통적이고 일반적인 기준이다. 이번 2022 개정 교육과정의 경우 2024년 초등학교 1·2학년 적용을 시작으로 2027년에 전 학교급·학년에 적용이 완료된다.
이번 개정 교육과정 중 역사 과목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자유민주주의’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용어의 명시다. 이는 지난 9월 30일 발표한 공청회 시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내용이다.
교육부는 고등학교 한국사 중 대한민국 정부 수립 과정을 표현하는 성취기준에서 기존 ‘대한민국 정부 수립 과정을’이라고 표현한 것을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한 대한민국 정부 수립 과정을’이라고 바꿨다. 또 성취기준 해설에서 ‘민주화에 기반해 평화적 정권 교체가 정착되고 ’라는 문장을 ‘민주화에 기반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정권 교체가 정착되고’로 수정했다. 중학교 역사 과목에서도 ‘사회 전반의 민주적 변화와 과제’를 ‘사회 전반에 걸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정착 과정과 과제’로 바꿨다
교육부는 △국민 의견 수렴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자유’의 가치 반영 요구가 있었던 점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근거가 헌법과 법률 조문에 있는 점 △헌법재판소가 자유민주주의를 헌법질서의 최고 기본가치라고 판시한 점 등을 고려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해당 교과 정책 연구진은 ‘자유민주주의’ 명시에 반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과정 내용과 기준에 대한 고시의 최종 책임은 교육부에 있다”며 “정책 연구진에 각론조정위원회·개정추진위원회 등 여러 법적 위원회를 통해 의견을 제시했지만 반영하지 않았던 상태라 교육부가 주도해서 수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역사·사회 교과의 ‘민주주의’ 서술 모두가 ‘자유민주주의’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용어로 대체되지는 않았다. 교육부는 헌법·관계 법률·헌법재판소 결정례·역대 교육과정 서술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자유민주주의’ 혹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기존 ‘민주주의’와 관련된 서술보다 내용에 더 부합하면 수정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남침’ 용어를 지난 9월 공청회안에 이어 이번 행정예고안에도 포함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8월 30일 2022 역사과 교육과정을 공개하며 6.25 전쟁을 서술하는 과정에서 남침을 삭제해 논란이 일은 바 있다. 이에 교육부는 지난 9월 국민참여소통채널을 통해 의견을 수렴했고 공청회안부터 남침을 포함했다.
‘성소수자’ 용어 삭제…이태원 참사 계기 안전교육 강화도
이번 교육과정에 ‘성소수자’ 용어가 삭제된 점 역시 논란이 예상된다. 이번 행정예고안 중 고등학교 통합사회에서 사회적 소수자의 예시로 설명된 성소수자’ 용어는 ‘성별·연령·인종·국적·장애 등으로 차별받는 소수자’로 수정됐다. 도덕 교육과정에서도 ‘성 평등’ 용어가 ‘성에 대한 편견’으로, 보건 교육과정에서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는 ‘성·생식 건강과 권리’로 수정됐다.
교육부는 이러한 용어 변경의 이유로 청소년의 정체성 혼란을 내세웠다. 교육부 관계자는 “청소년 기간은 성 정체성을 확립해가는 과정이고 교육과정에 성 소수자가 사회적 소수자의 예씨로 들어갔을 때 청소년의 정체성 혼란 등을 우려했다”며 “의견수렴 과정에서 성 소수자를 명시하는 것이 ‘제3의 성을 조장하지 않은가’하는 의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교육과정에는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안전교육도 대폭 확대됐다. 교육부는 초등통합·체육·음악·미술 교과에 다중 밀집 환경의 안전 수칙을 포함하고 보건과목에 위기 상황 대처 능력 함양 강화 사항을 반영했다. 창의적 체험활동의 경우에는 자율·자치활동, 동아리·진로 활동시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교내·외 활동에 따른 안전교육’ 항목을 신설하고 학생 규모와 다중 밀집도를 고려한 안전 확보 지침을 마련하도록 개선했다.
음악 교육과정의 경우 국악 관련 학습내용을 기존 안보다 대폭 반영했다. 앞서 음악 교육과정은 국악계와 음악계의 이견으로 공청회까지도 단일안으로 좁혀지지 않았다. 이번 행정예고안에는 국악에 대한 별도의 학습 내용을 별도 제시했다. 특수교육 교육과정 역시 학생의 장애 특성과 교육적 요구를 반영해 실생활 중심의 ‘일상생할 활동’이 신설되는 등 새로운 행정예고안이 발표됐다.
2022 교육과정에 대한 행정예고 기간은 이날부터 오는 29일까지 20일이며 행정예고 기간 국민 의견을 수렴해 마련된 안을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로 넘겨 심의·의결받게 된다. 국교위의 심의·의결 이후 교육부 장관은 올해 말까지 최종 고시한다.
김형환 (hwan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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