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200만원?"…인기 시들해진 삼성폰 한정판, '메종 마르지엘라'가 살릴까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명품의 힘을 빌리지 말고 스스로 명품이 됐으면 좋겠네요."
'한정판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는 삼성전자가 이번엔 파리 오트쿠튀르(Haute couture) 하우스 브랜드 '메종 마르지엘라(Maison Margiela)'와 협업한 '갤럭시 Z플립4' 스페셜 에디션을 공개했다. 최근 '톰브라운' 대신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다른 브랜드들과의 협업을 늘려가고 있지만, 예전만큼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아 이번 제품이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메종 마르지엘라의 시그니처 색상인 '솔리드 화이트(Solid White)'를 채택한 '갤럭시 Z플립4 메종 마르지엘라 에디션'을 선보인다고 9일 밝혔다.
'갤럭시 Z플립4 메종 마르지엘라 에디션'은 오는 12월 1일부터 한국, 프랑스 등 글로벌 주요 국가에서 판매를 시작한다. 한국은 삼성전자 홈페이지와 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KREAM)'에서 판매할 계획이다. 가격은 200만원대로 예상된다.
이 제품은 내부 디자인을 외부로 노출시킨 듯한 메종 마르지엘라의 '데코르티크(Decortique)' 기법에서 영감을 얻어 제품의 실제와 동일한 형태의 내부 회로 형상이 후면 디자인에 적용됐다.
갤럭시 Z플립4 메종 마르지엘라 에디션은 두 가지 종류의 특별한 UX 테마(Theme)를 탑재했다. 첫 번째 테마 '페인트 브러시(Paint Brush)'는 거친 붓으로 표현된 페인트 질감을 UX 디자인에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두 번째 '반전(Inverted)' 테마는 엑스레이 스캔을 통해 갤럭시 Z플립4의 실제 내부를 보는 듯한 독특한 디자인이 적용됐으며 사용자는 블랙과 화이트 색상의 테마를 선택할 수 있다.
갤럭시 Z플립4 메종 마르지엘라 에디션은 두 가지 종류의 케이스를 포함하고 있다.
첫 번째 가죽 케이스는 하얀 캔버스에 회색 페인트를 칠한 듯한 '비앙케토 (Bianchetto)' 기법이 적용됐으며, 메종 마르지엘라 고유의 엠블럼(Emblem)이 반영된 4개의 스티치가 더해졌다.
두 번째 실리콘 넘버링 케이스는 메종 마르지엘라의 액세서리를 상징하는 숫자 11이 링 홀더에 각인돼 있으며 4개의 스티치를 포함하고 있다.
최승은 삼성전자 MX사업부 마케팅팀 부사장은 "갤럭시 Z플립4의 혁신 기술과 메종 마르지엘라의 독창적인 디자인이 결합된 이번 에디션이 자신의 개성을 과감하게 표현하는 특별한 경험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갤럭시Z4플립'과 관련해 삼성전자와 패션브랜드 간 협업이 처음은 아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 준지, 메종키츠네 등 삼성물산 패션부문과 협업한 제품을 출시했다. MZ세대를 겨냥했지만 판매량은 기대에 못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인지도가 '톰브라운'보다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브랜드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전작인 '갤럭시Z플립3'에서도 한정판 마케팅을 효과를 얻지 못했다. 판매 개시와 함께 완판된 것으로 알려졌던 '갤럭시Z플립3 포켓몬 에디션'의 경우 실제로는 지난 5월 통신 3사에서 '재고 소진' 차원에서 60만원의 공시지원금을 책정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이전에는 제조사가 명품 브랜드와 협업하는 게 희소성이 있었지만, 최근 통신사들까지 우후죽순으로 에디션을 내놓으면서 가치가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통신 3사는 '갤럭시Z폴드4' 출시 시기에 맞춰 각각 한정판 제품을 내놨다. SK텔레콤은 화장품 브랜드 산타마리아노벨라와 협업한 '아이리스 에디션', KT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콘텐츠와 제휴해 만든 '우영우 에디션', LG유플러스는 명품 브랜드 메종키츠네와 협업한 '메종키츠네 에디션' 등을 출시했다. 그러나 이 제품들 모두 초기 완판에 실패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정판들이 기기 자체의 디자인과 성능에 변화를 준 게 아니라 기기 케이스를 제작하는 데 그쳤다는 점에서 무리해서 기존보다 고가인 기기를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이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며 "최근 명품 브랜드와 협업이라고 해도 기기 자체의 디자인을 변경한 경우는 거의 없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이 외면하는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명품 브랜드와 협업한 한정판들이 너무 많아지면서 웬만한 브랜드와 협업해서는 한정판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는 단점도 나타나고 있다"며 "누구나 알 만한 브랜드가 아니고서야 소비자들이 차별점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에서 톰브라운에 비해 패션에 관심 있는 일부 소비자층만 알 수 있는 준지, 메종키츠네 등의 브랜드 파워가 부족했다는 점도 한정판의 인기를 떨어뜨린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당분간 한정판 마케팅을 지속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봤다. 프리미엄 시장에서 애플 '아이폰'에 뒤처지고 있는 상황에서 고가인 한정판이 아니고서는 경쟁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분기 출하량 기준 애플의 점유율은 57%, 삼성전자가 19%로 격차는 38%포인트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접는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갤럭시 Z' 시리즈로 애플 추격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힘에 부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프리미엄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프리미엄폰 신작 출시 전까지 기존 제품의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삼고 있지만, 예전만큼 명품 협업으로 효과를 보고 있진 못한 것 같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네이버 채널에서 '아이뉴스24'를 구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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