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원생명과학, 메르스·지카 좌초 위기…핵심 기술 판권 소송
셀렉트라, 메르스·지카 백신에 핵심
중국 회사에 넘긴 판권, 소송 격화
셀렉트라 적용 한국 법인 상장 절차
[이데일리 김유림 기자] 진원생명과학(011000)이 이전 대주주였던 이노비오와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주력 파이프라인 개발 일정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제기된다. 진원생명과학이 개발 중인 메르스 백신과 지카바이러스 백신에는 셀렉트라(Cellectra)가 핵심 기술이다. 이노비오는 진원생명과학과 맺은 셀렉트라 라이선스 계약 해지를 통보, 중국 회사에 아시아 판권을 넘기면서 소송전까지 치닫고 있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진원생명과학은 나스닥 상장사 이노비오와 셀렉트라를 두고 미국에서 소송을 벌이고 있다. 당초 이노비오는 일본을 제외한 셀렉트라 아시아 판권을 진원생명과학에 넘기는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이노비오는 2020년 10월 진원생명과학에 계약 해지를 통보, 그해 12월 진원생명과학은 미국 법원에 이노비오를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다. 이노비오 역시 2021년 9월 반소, 2021년 10월 진원생명과학이 반소에 대한 답변서를 제출했다. 양사의 소송전은 2021년 11월 진원생명과학이 법원에 제출한 답변서를 마지막으로 재판 날짜조차 잡히지 않은 상태다.
진원생명과학은 DNA 플랫폼을 통해 개발 중인 여러 백신 파이프라인이 핵심 밸류에이션으로 꼽힌다. 진원생명과학과 이노비오의 DNA 백신은 전용 주입기인 셀렉트라가 있어야 한다. 셀렉트라는 플라스마 백신 치료 물질을 직접 세포까지 전달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피부를 통해 주입하며 짧은 전기 신호를 통해 인체 면역 시스템을 자극해 면역반응을 일으킨다.
진원생명과학의 파이프라인 중 셀렉트라가 사용된 대표적인 백신은 메르스 DNA 백신 GLS-5300과 지카바이러스 DNA 백신 GLS-5700이 있다. GLS-5300은 중동호흡기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돼 발생하는 질병으로 치사율이 40% 이상 되는 신종 감염병을 예방하는 백신이다. 현재 임상 1/2a상에 대한 안전성 결과와 면역원성 결과에 대한 통계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GLS-5700은 소두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지카(Zika)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백신이다. 2016년 1월 22일 이노비오와 DNA 백신의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전임상 연구를 완료하고, 임상시험계획 승인, 임상시험관리와 임상 시료의 대량생산을 담당해 주도적으로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반면 셀렉트라 개발 기술과 생산에 대한 모든 권한은 이노비오가 보유하고 있다. 진원생명과학은 이노비오의 자회사로 시작한 회사다. 하지만 반복된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발행으로 지분 희석이 발생, 올해 초 최대주주가 이노비오에서 박영근 진원생명과학 대표로 변경됐다. 반기보고서 기준 최대주주는 박 대표이며, 6.19%를 보유하고 있다. 5% 이상 주주 명단에서 이노비오는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됐다.
이노비오는 진원생명과학과 최대주주 관계가 없어짐과 동시에 셀렉트라 계약 해지를 통보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신 중국 베이징 아폴로 토성(Beijing Apollo Saturn Biological Technology)에 셀렉트라 라이선스 권한을 부여했다. 베이징 아폴로 토성은 당초 올해부터 한국에서 셀렉트라를 출시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이노비오는 2020년 6월 설립한 한국 법인 이노비오 아시아의 상장 절차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노비오 아시아 역시 셀렉트라를 통해 DNA 백신을 개발할 계획이다.
업계는 진원생명과학이 이노비오와 갈등이 계속될 경우 메르스와 지카바이러스 백신 개발 일정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백신 전문가는 “셀렉트라는 이노비오의 기술이고, 이노비오 공장에서 생산하는 제품이다. 판권과 상관없이 이노비오가 진원생명과학에 셀렉트라를 공급해주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며 “셀렉트라를 사용했던 진원생명과학의 메르스, 지카바이러스 백신 임상 데이터도 향후 개발 일정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이데일리는 진원생명과학 측에 메르스 백신과 지카바이러스 백신 개발 일정에 대한 설명을 요청했으나, 이와 관련해 어떠한 답변도 듣지 못했다.
김유림 (ur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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