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제가 된 주장의 부상 투혼, 하나로 뭉친 SSG의 응집력
SSG 선수들은 주장 한유섬(33)이 발휘한 부상 투혼에 자극을 받아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한국시리즈 6차전을 승리로 이끌며 창단 첫 통합 우승을 일궈냈다.
SSG는 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리그 키움과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4 대 3으로 이겼다. 7전 4선승제 한국시리즈에서 상대 전적 4승 2패로 정상에 올라섰다.
이날 4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한 한유섬은 0 대 2로 뒤진 3회말 2사 2,3루에서 상대 1루수 실책으로 출루했다. 그 사이 2명의 주자들이 모두 홈으로 들어오며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 주루 플레이를 하다가 갑작스럽게 햄스트링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상대 유격수 김휘집의 실수가 나오자 2루를 거쳐 3루로 진루했고, 이 과정에서 통증을 느꼈다.
한유섬은 통증 때문에 절뚝거리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3루를 향해 달렸다. 몸을 아끼지 않고 슬라이딩을 시도해 3루에 안착했다.
3루를 밟은 뒤 고통을 호소했고, 결국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후송됐다. SSG 관계자는 "한유섬은 오른쪽 허벅지 햄스트링 부상을 입어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다. 이후 정밀 검진을 받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유섬의 부상 투혼은 선수들에게 자극제가 됐다. 한유섬이 그라운드에서 떠난 뒤 뛰어난 집중력을 발휘해 역전에 성공했다. 2 대 2로 맞선 6회초 이정후가 솔로포를 터뜨렸지만, 곧바로 6회말 김성현이 2타점 결승타를 터뜨려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수비의 안정감도 높아졌다. 7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유격수 박성한이 이용규의 파울 타구를 포기하지 않고 쫓아가 잡아냈고, 1루수 최주환이 몸을 날려 김혜성의 타구를 라인드라이브로 처리해 무실점으로 이닝을 처리하는 등 호수비를 펼쳤다.
결국 SSG는 키움의 9회초 마지막 공격까지 추가 실점 없이 막아냈다. 4 대 3 역전승을 거두며 창단 첫 통합 우승을 거머쥐었다. 정규 시즌에서 사상 첫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거둔 데 이어 한국시리즈까지 집어삼켰다.
이날 한유섬이 보여준 투혼은 인상적이었지만, 앞선 한국시리즈 5경기서 보여준 활약은 아쉬웠다. 타율 1할6푼7리(18타수 3안타) 1홈런 4타점 3득점으로 부진했다.
SSG는 올 시즌을 앞두고 한유섬과 5년 60억 원의 비 FA(자유계약선수) 다년 계약을 맺었다. 주장 완장까지 건네며 무한한 신뢰를 보냈다.
정규 시즌 135경기서 타율 2할6푼4리(458타수 121안타) 21홈런 100타점 62득점을 기록했다. 2년 연속으로 20홈런을 넘겼고, 2018년 이후 4년 만에 100타점 고지를 밟으며 SSG의 사상 첫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에 기여했다. 하지만 정작 한국시리즈 무대에서는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사령탑을 비롯한 대부분의 선수들은 한유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SSG 김원형 감독은 "선수들은 조금만 못해도 팬들에게 많이 혼나기도 한다"면서 "(한)유섬이가 올해 주장을 맡으면서 많이 힘들었겠지만, 내색을 하지 않고 임해준 모습을 보고 주장을 잘 뽑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칭찬했다.
이날 한유섬이 부상을 입은 뒤 대신 그라운드에 나선 김강민도 "(한)유섬이가 한국시리즈를 준비할 때 너무 열심히 해서 더 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올 시즌 유섬이가 고생을 제일 많이 했다"고 말했다.
김강민은 내심 한유섬에게 미안한 감정도 있었다. 그는 "처음 말하는 건데, 내가 햄스트링 쪽에 이슈가 있었다"면서 나 대신 유섬이가 많이 뛰다가 저렇게 된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고 털어놨다.
한유섬은 SSG의 우승이 확정된 후 목발을 짚고 다시 그라운드에 나타났다. 동료들과 우승 세리머니를 하다가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다소 부진해 마음고생이 심했던 모양이다. 이에 김원형 감독은 "덩치 큰 애들이 오히려 여리다"면서 웃었다.
인천=CBS노컷뉴스 김조휘 기자 startjoy@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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