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줍줍]행동주의 타깃된 KT&G, 주가 어디까지 갈까
잇단 인적분할 주주제안에 투심 반색
최근 행동주의 사모펀드들의 타깃이 된 KT&G 주가가 연고점에 도달했다. 경기 침체 우려 속에서 방어주로 인식되고 있고, 강달러 수혜주로 펀더멘털 전망이 긍정적이라는 점 역시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사모펀드의 잇단 인적분할 제안도 주가에 탄력을 주는 모양새다. 이른바 '쪼개기 상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 물적분할과 달리, 인적분할을 통한 사업부 분리로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년 만에 9만원대 회복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T&G는 지난달 26일 9만원대로 올라선 뒤 소폭의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주가가 9만원대를 회복한 건 2020년 2월 이후 2년9개월 만이다. 지난 4일에는 장중 9만6700원을 기록하며 연고점을 경신하기도 했다. 그간 KT&G는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실적이 악화하면서 줄곧 주가가 부진한 모습을 보여 왔다.
투자자별로 살펴보면 외국인의 '사자'가 두드러진다. 지난 8월18일부터 3거래일을 제외하고는 내내 순매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간 외국인이 사들인 규모는 4500억원에 달한다.
KT&G 주가는 특히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10월 말부터 가파르게 올랐다. 실적이 바닥을 통과했다는 관측이 한몫했다. KT&G의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8.5% 증가한 1조6210억원, 영업이익은 2.7% 감소한 405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시장 컨센서스에 부합한다. 달러/원 환율이 급등하면서 수출 이익이 늘어난 덕을 톡톡히 봤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달러 강세가 심화되면서 수출 담배 부문의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며 "면세점 매출 회복과 가격 인상, 채널 구조조정 등에 힘입어 인삼공사 실적도 3분기부터 개선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주주환원의 여유도 생겼다. 지난 3일 KT&G는 이달 4일부터 내년 2월3일까지 자사주 370만주를 매입한다고 공시했다. 총 매입 규모는 3496억5000만원에 이른다. 자사주 매입은 유통주식 수를 줄여 주가를 올리는 동시에, 시장에 자신감을 내보일 수 있는 조치다. 사측은 아울러 주당 배당금을 200원 이상 늘리기로 했다. 지난해 1주당 배당금은 4800원이었는데, 약속대로 200원 증액할 경우 배당액은 5000원으로 늘어난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KT&G의 목표가를 줄줄이 높여 잡고 있다. DB금융투자는 목표가를 11만원에서 12만4000원으로 올리면서 증권사들 가운데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했다. 하이투자증권은 11만원에서 11만5000원으로 상향했다. 신한투자증권과 IBK투자증권은 각각 10만원에서 11만원으로 높였다.
분리상장으로 주가 탄력 받나
KT&G의 지분을 보유한 사모펀드들의 잇따른 인적분할 요구도 투자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존주주들이 신생회사의 지분을 전혀 받을 수 없는 물적분할과 달리, 인적분할은 기존주주들이 지분율대로 신설법인의 주식을 확보할 수 있다.
싱가포르계 사모펀드인 플래시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는 현 주가가 50%가량 할인된 가격이라며 KGC인삼공사의 분리상장을 제안하고 나섰다. 성격이 판이한 두 개의 사업을 분리함으로써 성장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뒤이어 행동주의로 알려진 안다자산운용도 인적분할을 요청했다. KGC인삼공사의 100% 지분을 보유한 지주사를 신설한 후 분리상장을 하라는 요구다. 안다운용은 "KGC의 장부가액은 7600억원에 불과하다"며 "기업분할을 통해 재상장하면 현재 3조원에 달하는 기업가치를 쉽게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KT&G는 지난 2006년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 이후 16년 만에 행동주의 사모펀드의 분리상장 요구를 맞닥뜨리게 됐다. 경영권 공격을 내세웠던 칼 아이칸은 1년2개월 만에 1500억원에 달하는 차익을 챙기고 떠났다.
반면 안다운용과 플래시라이트의 경우 회사와의 친화적인 관계를 내세우고 있어 증권가에선 칼 아이칸 사례와는 다르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많다. 이들의 주주제안이 투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KT&G 측이 인적분할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라면서도 "인삼공사는 건강기능식품을 다루기 때문에 담배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점에서 더 높은 밸류에이션을 평가받을 수 있다고 보는 투자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백지현 (jihyun100@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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