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입건된 소방서장보다 더 잘할 수 있었을까"...동료들 '한숨'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최성범(52) 용산소방서장을 입건한 데 대해 소방 내부에서 “내가 그 자리에 있어도 그분보다 더 잘했을지 의문”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김주형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장은 9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같이 말하며 “(최 서장은) 현장 대원들보다 먼저 뛰어갔고 제가 생각해도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사실 그렇게 하는 게 쉽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입건을 해? 그러면 도대체 우리는 어디까지 해야 하는 게 우리의 임무인지…”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 본부장은 ‘최 서장 집무실 압수수색 영장에 소방대응 2단계 발령이 늦게 이뤄졌다는 내용이 적시됐다’고 보도된 내용에 대해 “2단계 발령이 나기 전까지 지휘관이 현장에 대한 부분을 확인해야 하는데, 제가 알기에는 단순히 골목 앞쪽에서 봤을 때 큰 사고가 아닐 수 있다는 판단을 할 수 있어서 뒤쪽으로 돌아가서 현장을 확인하려고 했다더라”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이때 이미 시간이 많이 지체된 거다. 인파가 너무 많다 보니까 뒤쪽으로 가는데도 시간이 소요돼 버렸다(더라)”라며 “2단계 발령하는 건 꼭 서장이 발령해야 하는 게 아니고 상황실에 계신 분도 발령할 수 있고 서울소방재난본부에서 발령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용산구급차가 현장에 대기하고 있었는데 이태원 인근에서 환자가 발생해서 출동한 거다. 출동해서 병원에 갔다가 이송하는 단계였다. 인력이 많고 장비가 많아서 이태원 (참사) 대비해서 계속 그 자리에 머물면 좋겠지만 출동도 해야하는 부서다. 출동했던 걸 갖고 뭐라고 할 수 없다”며 불가피한 상황이었음을 강조했다.
특수본이 지난 7일 최 서장에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해 피의자로 입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꼬리 자르기’ 논란이 일었다.
최 서장은 참사 이튿날 새벽까지 총 4차례에 걸쳐 브리핑에 나섰는데, 당시 사상자 현황 등을 발표하면서 떨리는 손으로 마이크를 잡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 모습은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며 안타까움과 함께 현장에 투입된 구조 인력을 향한 감사 인사로 이어졌다.
최 서장의 입건 소식에 소방 내부에선 수사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경찰이 소방으로 책임을 돌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도 나왔다.
서울소방재난본부 홈페이지에는 최 서장 입건에 대해 항의하는 글이 300개 이상 올라오기도 했다.
누리꾼들은 “그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걸 지켜보면서, 손을 덜덜 떨면서 브리핑하던 소방서장이 피의자라니”, “현장에 있던 소방서장은 입건하고 자신의 직무를 방관한 관리자들의 문책은 어디 갔나?”, “봐주기 수사로 국민 눈속임 식의 처벌이 아닌 확실한 진상규명과 엄벌백계 했으면 좋겠다”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김 본부장은 이태원 참사 현장에 투입됐던 소방대원들의 정신적 충격과 관련해 “대원들에 대한 심리치료를 요구했고 받아들여져서 문제 있다고 하는 분들은 언제든지 상담할 수 있게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권역별로 트라우마센터가 설립돼 직원들이 언제든지 힘들다고 호소할 수 있는 장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김 본부장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 현장에 투입됐던 경기 고양소방서의 대원들은 트라우마를 극복할 시간 없이, 그 다음 날 다른 현장에 투입됐다가 취객에 폭행을 당해서 부상을 입는 일도 있었다.
김 본부장은 “소방관들이 생명을 구한다는 자부심으로 살고 있다. 그래서 (이태원 참사로) 너무 많은 분이 사망해서 힘들어하고 있다. 주위에 (소방대원이) 계신다면 힘내라고 격려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박지혜 (nonam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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