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료하고 영롱한 선율… ‘생전의 슈베르트’를 보았다[이정우의 후룩후룩]

이정우 기자 2022. 11. 9.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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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만난 헝가리 출신의 세계적 피아니스트 언드라시 시프는 전령의 신 '헤르메스' 같았다.

시프는 바흐에서 슈베르트에 이르는 클래식 영웅과 그들의 음악을 건반을 통해 관객에게 오롯이 전했다.

이날 공연의 백미는 시프가 "가장 위대한 소나타"라고 소개한 슈베르트의 후기 피아노 소나타인 20번 D.959였다.

특히 4악장 피날레 부분에 진입하면서 시프는 조금씩 다른 음색으로 다양한 슈베르트를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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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우의 후룩후룩 - 언드라시 시프 렉처콘서트

지난 6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만난 헝가리 출신의 세계적 피아니스트 언드라시 시프는 전령의 신 ‘헤르메스’ 같았다. 신계와 인간계를 오가며 쉴 새 없이 메시지를 전하는 그리스 신화 세계의 소통 창구. 시프는 바흐에서 슈베르트에 이르는 클래식 영웅과 그들의 음악을 건반을 통해 관객에게 오롯이 전했다.

특히 궁핍함으로 상처가 덕지덕지 붙었을 법한데 천상의 목소리를 들려준 모차르트나 병마의 고통에 몸부림치면서도 삶의 희망을 노래하는 슈베르트를 연주하는 대목에선‘이들이 생전에 이렇게 피아노를 쳤겠구나’란 생각이 들 정도로 본연의 음악을 관객에게 전했다.

이날 공연은 사전에 프로그램을 정하지 않고, 현장에서 시프의 소개에 따라 연주곡이 구성됐다. 렉처콘서트(Lecture & Concert)란 독특한 형식은 연주의 ‘전달’이 아닌, 음악의 ‘전령’이란 측면에서 효과적이었다. 시프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음악사적 계보를 정의해 나갔다. 대위법으로 얽힌 바흐와 모차르트의 연결고리, 원자같이 작은 모티브가 전체 악장에 영향을 미치는 곡의 전개방식이 닮은 하이든과 베토벤의 연결고리 등 각 작곡가의 연관성이 그의 말과 손으로 풀려나갔다. ‘일타강사’의 수능 족집게 특강이랄까.

시작을 알린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부터 명료하고 영롱한 선율이 범상치 않았다. 피아노 브랜드 뵈젠도르퍼는 저음부는 묵직했고, 고음부는 몽글몽글 부드러웠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7번 ‘템페스트’는 음악이 주인공으로서 하나의 서사를 쓸 수 있다는 베토벤의 새로운 음악적 기법이 부각됐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투명하고 맑은 음색은 모차르트와 슈베르트 연주에서 빛을 발했다. 모차르트 소나타 17번은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살리에리가 감탄하면서 증오했다는 천상의 소리를 연상케 했다. 앙코르에서 연주한 소나타 16번에선 옥구슬 흘러가듯 흠 없는 아름다움에 다들 숨죽였다.

이날 공연의 백미는 시프가 “가장 위대한 소나타”라고 소개한 슈베르트의 후기 피아노 소나타인 20번 D.959였다. 슈베르트의 신체적·정신적 고통과 삶의 희망을 노래하는 마음이 함께 느껴지며 지금 피아노 건반 앞에 앉은 이가 슈베르트 본인 아닌가란 착각마저 들게 했다. 특히 4악장 피날레 부분에 진입하면서 시프는 조금씩 다른 음색으로 다양한 슈베르트를 표현했다. 고통으로 절규하는 슈베르트, 회한에 잠긴 슈베르트, 희망을 추구하는 슈베르트 등이 압축됐다. 장중한 마무리 후 그는 손을 가슴에 모으고 고개를 숙인 채 30초간 정적으로 여운을 남겼다.

연주는 투명하고 감성적이었지만 결코 여리지 않았다. 오히려 한석봉이 글씨를 쓰듯 명료했다. 공연의 대미를 장식한 마지막 앙코르 바흐 이탈리아 협주곡은 자연스럽게 바흐의 숨결을 관객에게 닿게 했다. 오후 5시 즈음 시작된 공연은 9시 가까이 돼서야 끝났다. 바흐에서 시작해 바흐로 돌아오며 위대한 클래식의 발자취를 전해준 시프에게 경배를! 오는 10일 부산문화회관 공연.

제 점수는요 …

족집게지수 ★★★★★

소통지수 ★★★★★

앙코르지수 ★★★★★

만족지수 ★★★★★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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