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끝에서 수확된 가을향기… “내가 사과이고 사과가 나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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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전시장엔 관람객이 붐볐다.
윤 작가는 "정말로 그렇다"며 "제 일상이 사과에 묻혀 있으니, 어쩔 땐 사과가 저인 듯싶다"며 웃었다.
"그럴 수도 있겠으나, 꼭 공감하진 않습니다. 세상의 수많은 작가 사이에서 자기 브랜드를 만든다는 게 얼마나 어렵습니까. 사과 작가라는 브랜드를 밀고 가며 더 작업을 하고 싶은 것이 남아 있습니다. 앞날을 장담할 수 없지만, 10년 후에도 사과 이미지를 갖고 가며 변화를 추구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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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번째 개인전 연 윤병락 화백
그림인줄 알면서도 ‘속는 쾌감’
상자 속 붉은색 · 녹색 어우러져
‘공존’ ‘상생’ 메시지 전하기도
20년째 사과 그림만 선보이며
작가들 사이에서 브랜드 구축
“10년 후도 사과이미지 갖고파”
예상대로 전시장엔 관람객이 붐볐다. 중년 관객들은 작가와 대화를 나누기 위해 줄을 섰고, 젊은 층들은 작품 앞에서 연방 사진을 찍었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 노화랑에서 열리는 윤병락(54) 작가의 개인전에서였다.
“스타 화가라는 말이 실감 납니다. 그런 시선에 대한 압박감은 없습니까?” 윤 작가에게 물으니, 그는 질박한 말투로 이렇게 답했다. “작가라면 누구나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지요. 그러나 그동안 잘해왔으니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믿음을 갖고 현재에 충실하려 애씁니다.”
20번째 개인전인 이번 전시도 모두 사과 그림이다. 그는 지난 2003년부터 선보인 사과 그림을 20년째 그려오고 있다. 전시 평문을 쓴 이태호 명지대 석좌교수는 “윤병락은 이제 사과가 된 것 같다”고 했다. 윤 작가는 “정말로 그렇다”며 “제 일상이 사과에 묻혀 있으니, 어쩔 땐 사과가 저인 듯싶다”며 웃었다.
그가 사과 그림만 그린 것은 아니다. 화업(畵業) 초기엔 역사 유물, 골동품 등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주목받은 바 있다. 그를 아끼는 미술 전문가들은 미술사에 남는 작가가 되려면 앞으로 다양한 소재를 다룰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윤 작가의 생각은 어떨까.
“그럴 수도 있겠으나, 꼭 공감하진 않습니다. 세상의 수많은 작가 사이에서 자기 브랜드를 만든다는 게 얼마나 어렵습니까. 사과 작가라는 브랜드를 밀고 가며 더 작업을 하고 싶은 것이 남아 있습니다. 앞날을 장담할 수 없지만, 10년 후에도 사과 이미지를 갖고 가며 변화를 추구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윤 작가의 그림이 인기를 끌게 된 것은 “사과와 똑같은 실감을 준다”라는 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대형 화폭에 담긴 사과들은 그림인 줄 알고 보는데도 진짜 사과처럼 느끼게 하며 ‘속는 쾌감’을 준다. 이번 전시에 나온 17점의 작품도 그 쾌감은 여실하다. “하나 똑 따먹고 싶다”는 노승진 노화랑 대표의 말에 고개를 주억거릴 수밖에 없다.
이번 전시엔 사과를 담는 나무 상자뿐만 아니라 백자 푼주(아가리가 넓고 밑이 좁은 그릇)도 등장한다. 하얀 그릇에 붉은 사과를 담아 색채 대비를 선명히 했다. 기존 틀을 깨트리며 작품 선도(鮮度)를 높이기 위해 작가가 고심하고 있음을 헤아릴 수 있다.
사람 머리만 한 크기의 사과들이 벽면에 붙어 있는 작품 ‘가을 향기’는 형식 실험의 대표작이다. “중력 때문에 벽면의 사과 위에 사과를 올릴 수 없지만, 여기서는 가능합니다. 사과 밑의 받침 공간 크기에 차이를 뒀는데, 실제론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한 것이지요.”
윤 작가는 형식의 변주뿐만 아니라 메시지를 담는 데도 힘을 쏟는다. ‘가을향기-상생’ ‘녹색 위의 붉은 사과’ 등이 그런 작품이다. 빨간색과 녹색 사과가 한 상자 안에 어우러진 모습을 통해 우리 사회에 울림을 전한다. ‘가을향기-공존’은 제목처럼 직접적인 메시지를 준다. 붉은 사과 무더기에 청사과 하나를 얹고 청사과 무더기에 붉은 사과 하나를 올린 상자 둘을 나란히 뒀다.
“우리 사회가 지역, 계층, 세대, 남녀로 나뉘어 분열이 너무 심하잖아요. 사과를 의인화시켜서 서로 화합하며 더불어 잘 살아 보자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전시는 17일까지.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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