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는 아동권리의 위기”… 미래세대의 외침 들어주세요
■ 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 - 천안기후환경 박람회 ‘우리가 Green 미래’
“우리 공동의 집 불타고 있어
변화를 위한 시간 얼마 안남아”
간절한 호소에 어른들도 공감
10대 활동가들 기획·부스 운영
기후문제 무겁지 않게 풀어나가
“행복한 지구 만들기 실천 약속”
“우리 공동의 집이 불타고 있습니다. 지금은 비상상황입니다. 과학자들은 말합니다. 지구 온도 상승이 1.5도를 넘어설 때,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시작된다고 합니다. 남은 온도는 0.5도. 지금처럼 화석연료를 사용한다면 남은 시간은 10년에 불과합니다. 폭염과 혹한, 산불과 태풍, 생태계 붕괴와 식량위기. 기후재난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우리는 모두 연결돼 있습니다. 빙하 위 북극곰과 아스팔트 위 사람들은 기후위기 앞에 서로 다르지 않습니다. 뜨거워지는 지구에서 수많은 생물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바닷물이 차오르는 섬나라 주민들은 난민이 되어 고향을 떠납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멸종위기종이고 난민입니다. 뜨거워지는 온도 속으로 지구라는 섬이 잠길 때, 이곳을 떠나 우리가 도망칠 곳은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선언합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기후정의입니다. 지구의 울음과 가난한 이들의 울음은 하나입니다. 기후위기에 책임이 없는 가장 약한 생명이, 가장 먼저 쓰러지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는 정의와 인권의 위기입니다.”
지난 10월 8일 천안 동남구 천안시청소년수련관에 임하진(13) 천안삼거리초 학생과 전서진(11) 환서초 학생의 낭랑하고 씩씩한 목소리가 힘차게 울려 퍼졌다.
이날 수련관에서 열린 ‘제1회 천안기후환경 박람회―우리가 Green 미래’의 기후 활동가로 나선 두 학생은 기후위기로 인한 위험성을 ‘기후위기행동 선언문’에 담아 절절히 이야기했다. 두 10대 활동가가 “기후위기는 모든 사람의 위기이고 아동 권리의 위기입니다”라고 외치자 현장에 있던 40여 명의 아동과 300여 명의 어른도 한마음 한뜻으로 “위기입니다”라고 소리쳤다.
제1회 천안기후환경 박람회는 천안시청소년수련관이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지원을 받아 기후위기대응 활동에 앞장서는 아동 리더를 양성하기 위해 지난 6월부터 준비해온 프로젝트다. 박람회 부스는 지역 유관 기관·사회적기업들이 함께 참여한 업사이클링 전시관을 비롯해 커피점토방향제 만들기 체험·양말목 키링 만들기 업사이클링 체험 등 각종 친환경·자원 재생·제로웨이스트 체험 부스, 기후 위기 인식개선 캠페인 부스 등으로 꾸렸다. 자녀를 데리고 박람회에 참여한 한 부모는 “기후위기가 아동권리 위기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해보게 됐다”며 “기후변화 문제에 더 관심을 갖겠다”고 말했다.
박람회는 기후위기 활동가로 나선 10대 아동 20명이 기획부터 부스 꾸미기, 운영, 진행 등 전 과정에 참여해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천안시청소년수련관은 박람회 준비과정에서 아동들에게 기후환경이라는 주제를 무겁지 않게, 또 가볍지 않게 풀어나갈 수 있는 소통의 장을 마련했고, 지역사회 모든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일상적인 아동참여의 장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수련관 관계자에 따르면 처음엔 ‘어린이 환경 동화’ 애니메이션을 시청하는 등 기후변화가 왜 문제인지, 관련 주제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준비했고, 이후 지역사회 시민과 아동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고민과 관심사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해 박람회의 콘셉트 및 방향성을 설정했다. 전문가 특강을 통해 ‘아동이 왜 기후변화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권리를 침해받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해소하고,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 방안을 제시해보고 생활 속에서 느끼는 불편함, 불합리한 제도적 측면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이후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는 업사이클링 전시를 준비하고, 아동권리 인식변화에 대한 결과물로서 박람회 개최를 성황리에 마칠 수 있게 된 것이다.
기후위기 선언문과 친환경실천 선언을 발표한 임하진 학생은 “우리가 선언했던 다짐을 잊지 않고 실천하며 모두가 행복하게 살기 위한 지구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남겼다. 수련관 관계자도 “아동들이 기후위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더 이상 특수한 것으로 여겨지지 않고 직접 실천해나갈 수 있도록, 아동 참여 활동 장려에 기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에 더욱 힘쓰겠다”고 밝혔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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