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에 경쟁사 도산 위기 빠뜨린 바이낸스, 이번엔 그 경쟁사 인수 추진

실리콘밸리/김성민 특파원 2022. 11. 9.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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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가벼운 가상화폐 시장
글로벌 가상화폐 거래소 FTX와 바이낸스 기업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가 지난 주말 가상화폐 뱅크런(투자자들의 대규모 인출) 사태를 보이며 유동성 위기에 몰린 경쟁 업체 FTX를 인수한다고 8일(현지시각) 밝혔다. 이번 FTX의 뱅크런 사태를 직접적으로 촉발한 것이 바이낸스의 창펑 자오 CEO(최고경영자)인 것을 감안하면, 바이낸스가 말 한마디로 경쟁사를 도산 위기에 몰아넣고 이를 인수하기로 한 셈이다.

8일 창펑 자오 바이낸스 CEO는 자신의 트위터에 “FTX에 중대한 유동성 경색이 발생했고, FTX가 바이낸스에 도움을 요청했다”며 “FTX를 완전히 인수하고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는 것을 돕기 위해 우리는 구속력 없는 LOI(의향서)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바이낸스는 앞으로 FTX를 정밀 심사할 예정이다. 세계 양대 가상화폐 거래소가 하나로 통합되는 것이다.

잘나가던 가상화폐 거래소였던 FTX의 위기는 지난 주말 시작됐다. 코인업계 미디어인 코인데스크가 FTX 계열인 알라메다 리서치 내부 보고서를 인용해, “알라메다의 대차대조표 상당 부분이 FTX가 발행한 토큰인 FTT로 채워져 있고, 이를 담보로 많은 활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보도한 것이 시작이다. FTX가 FTT토큰을 발행하고 알라메다가 이를 사주는 형태로 운영 중이라는 뜻으로, 알라메다가 재무적으로 취약하다는 내용이다.

창펑 자오 바이낸스 CEO. /AP 연합뉴스

알라메다 측은 이 보도가 대차대조표의 일부분만 본 것이라고 반박했지만, 창펑 자오 바이낸스 CEO가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자오 CEO는 6일 자신의 트위터에 “FTX 상황이 매우 변동적일 것으로 보인다”며 “바이낸스가 보유 중인 FTT를 전량 매각하겠다”고 했다. 자오의 발언에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크게 동요했고, FTX에서 자금을 대거 빼내는 ‘가상화폐 뱅크런’ 움직임을 보였다. FTX에 따르면 지난 3일간 총 60억달러(8조260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유동성 위기에 몰린 FTX는 경쟁사인 바이낸스에 도움을 요청했고, 바이낸스가 가상화폐 시장 안정화를 위해 FTX 인수에 나섰다. 자오 바이낸스 CEO는 “이번 인수 추진이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라면서도 “하지만 언제든 거래에서 손을 뗄 재량권이 있다”고 했다.

샘 뱅크먼 프리드 FTX CEO. /FTX

이번 사건은 말 한마디에 대규모 가상화폐 뱅크런 사태가 벌어지고, 거대 업체가 유동성 위기를 겪는 가상화폐 시장의 불안정성을 다시 한번 보여준 사례라는 평가다.

그 사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 가격은 급등락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6일 개당 2만1000달러였던 비트코인 가격은 8일 1만9600달러로 하락했다. 바이낸스의 FTX 인수 소식이 전해지며 2만달러 이상으로 급반등했으나 오전 7시 현재 다시 폭락해 1만8650달러 수준에서 거래 중이다. 24시간 전보다 9.5% 하락한 가격이다. 자오 CEO가 “언제든 인수에 손을 뗄 수 있다”고 발언하면서 인수가 불발될 수있다는 불안감이 가상화폐 가격을 다시 끌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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