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섬에 차량 침범 막을 안전장치만 있었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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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광주 동구 한 대학 병원 장례식장.
만취 운전 차량이 보행섬을 덮친 참변으로 숨을 거둔 A(46)씨의 빈소에서는 황망한 죽음을 납득할 수 없다는 듯 곡소리가 쉼없이 이어졌다.
A씨의 아버지는 "아들이 숨진 보행섬 뿐만 아니라 모든 보행섬은 도로상에 돌출된 형태로 철제 울타리와 같은 안전장치가 전무하다"며 "특히 후방에서 차량이 돌진할 경우 이를 확인할 새도 없이 그대로 사고를 당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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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만취 운전 차량에 숨진 40대 가장 A씨 가족 눈물 하소연
[광주=뉴시스]이영주 기자 = "생때같은 두 딸과 며느리는 이제 누굴 믿고 살아야 하느냐…"
8일 오후 광주 동구 한 대학 병원 장례식장. 만취 운전 차량이 보행섬을 덮친 참변으로 숨을 거둔 A(46)씨의 빈소에서는 황망한 죽음을 납득할 수 없다는 듯 곡소리가 쉼없이 이어졌다.
홀로 빈소를 지키던 A씨의 아내는 퀭한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다 상복 소매로 이따금 눈물을 감췄다.
A씨의 아버지는 차마 이 모습을 보지 못하겠다는 듯 애써 고개를 돌리며 입술을 꼭 깨물었다. 영정사진 속 앞니를 드러내며 웃는 A씨의 모습에 "혼자 빨간 불 신호 지키다 왜 법 어기는 사람한테 죽어서…"라며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생전 17년 동안 차량 판매원 일을 하며 '판매왕' 성과도 수없이 받았다던 A씨는 지난해부터 자동차 판매에 어려움을 겪으며 여태 해본 적 없던 대리기사 일에 나섰다.
코로나19 유행에서 비롯된 반도체 수급량 부족 사태로 차량 인수 기간이 길어지자 덩달아 예약 건수도 줄어들면서 A씨의 수입은 불안정해졌다.
홀로 가계를 이끌어오던 A씨는 경제적인 어려움을 차마 가족과 친척들에게 토로하지 못했다. '몇 달 정도만 애쓰면 되겠지' 라고 생각했던 대리기사 일은 어느덧 해를 넘겼다.
오후 6시에 사무실에서 퇴근해 2시간여 집에서 쉬다가 오후 9시에 대리기사 일을 시작, 오전 5시께 퇴근해 쪽잠을 잔 뒤 다시 사무실로 출근하던 나날이 1년 넘도록 반복돼온 것이다.
평소 생활력이 강하고 쾌활했던 A씨는 이같은 어려운 사정을 친척들에게도 숨겨왔다. 올해 초 A씨로부터 차량을 계약한 외삼촌은 "최근 만난 A씨는 다소 지친 모습이었다. 차량 계약에 신이 나던 다른 외판원들과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며 "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줄은 전혀 몰랐다. 어렸을 때부터 책임감이 강했던 탓에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집안 살림은 물론 생때같은 초등학생 두 딸의 학원비를 위해 헌신해온 가장은 8일 오전 3시 30분께 광주 광산구 흑석동 한 사거리 보행섬에서 참변을 당했다.
여느때와 다름 없이 대리기사 일에 나선 그는 사고 시간까지 일감을 찾아다니다 만취 운전자가 모는 승용차에 치였다. 돌진하는 차량을 막을 안전장치 하나조차 없었던 무방비 상태의 보행섬에서 횡단보도 초록불을 기다리다가 숨졌다.
황망한 죽음에 가족들은 음주 운전자에 대한 처벌 뿐만 아니라 A씨가 숨진 보행섬에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성토했다.
A씨의 아버지는 "아들이 숨진 보행섬 뿐만 아니라 모든 보행섬은 도로상에 돌출된 형태로 철제 울타리와 같은 안전장치가 전무하다"며 "특히 후방에서 차량이 돌진할 경우 이를 확인할 새도 없이 그대로 사고를 당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아들은 법을 지키려다 법을 안 지킨 사람에게 죽었다. 생때같은 두 손녀는 아버지가 죽은 사실을 여태 모르는 것 같다. 곧 장례식장에 온다는데 손녀들에게 상복을 어찌 입힐지 막막하다"고 눈물을 쏟았다.
☞공감언론 뉴시스 leeyj257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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