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킹에 모든 것을 걸었다…‘락앤롤크루’ 정상현 “경연, 공연, 교육…평생 춤추며 살래요”[스경X인터뷰]

하경헌 기자 2022. 11. 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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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정상 스트릿 댄스팀 ‘락앤롤크루’ 멤버들이 지난달 서울 합정동의 한 연습실에서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앞줄 가운데부터 시계방향으로 정상현, 황지희, 고호진, 유영현, 김세빈, 이소연. 사진 정지윤 선임기자



최근 엠넷의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이하 스우파), ‘스트릿 맨 파이터’(이하 스맨파) 등의 영향으로 댄서를 가까이 두고 생각하는 이들이 늘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춤을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락킹(Locking)’은 1970년대 미국의 댄서 돈 캠벨에 의해 탄생했다고 정의되는 장르로 ‘팝핑’ ‘크럼핑’ ‘비보잉’ 등 다른 장르의 춤들과 함께 스트릿 댄스의 큰 흐름으로 여겨진다.

일단 구분되는 큰 특징은 익살스러운 몸동작이다. 몸을 멈추는 동작인 락(Lock), 누군가를 가리키는 포인트(Point) 등의 기술적인 용어도 있지만 ‘락킹’의 핵심은 긍정 그리고 익살, 누군가를 즐겁게 해주는 행위 그 자체다.

최근 그 락킹장르를 가지고 ‘댄스컬’(댄스+뮤지컬) 장르의 공연 ‘호락호LOCK하지 않은 도둑들’을 제작한 댄서 정상현은 ‘두락’이라는 이름의 베테랑 락킹댄서다. ‘락앤롤 크루(Lock’n Lol Crew)‘를 이끌고 2015년, 2016년 미국에서 열린 힙합 인터내셔널 파이널 메가 크루 챔피언 대회에서 거푸 우승컵을 쥐었고, 스웨덴 펑크 캠프 스톡홀름 10주년 락킹사이드에서도 준우승에 올랐다.

국내 최정상 스트릿 댄스팀 ‘락앤롤크루’ 멤버들이 지난달 서울 합정동의 한 연습실에서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고호진, 황지희, 정상현, 김세빈, 이소연, 유영현. 사진. 정지윤 선임기자



이외에도 ‘무한도전’ ‘불후의 명곡’ ‘스타킹’ 등 방송출연에 최근 방송 중인 ‘스맨파’에서도 자문위원으로 활약 중이다. 무대 아래에서의 그는 제작자에 댄스강사이지만 무대 위에서는 댄서에 연기자, MC까지 겸하는 ‘만능 엔터테이너’다.

“지난달 올린 ‘호락호LOCK하지 않은 도둑들’은 2020년 부천세계비보이대회 참가를 위해 만든 단편의 콘셉트였어요. 도둑을 콘셉트로 1시간짜리 공연을 해야 했는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서울문화재단, 마포구 등의 도움으로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공연을 올릴 수 있게 됐어요. 적은 인원에 체력적으로도 어려웠지만 하나의 극을 만들었다는 점에서는 뿌듯함을 갖고 있습니다.”

멤버 중 직장인이었던 이언주는 평소 다른 직장인들처럼 평범하게 생활하고 새벽에 연습에 매달렸다. 크루의 멤버들은 일찍부터 경연 못지않게 공연의 가치를 노게 보고 연극과 뮤지컬을 섭렵했고, 2015년 경연을 위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갔을 때도 뮤지컬 스타일의 공연을 많이 봤다.

댄스크루 락앤롤크루가 지난달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올린 댄스컬 ‘호락호LOCK하지 않은 도둑들’ 공연 장면. 사진 락앤롤크루



“뿌듯하고 보람이 커요. 예전에는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같은 댄스컬 작품이 많을 때가 있었어요. 저도 배역을 맡아본 적이 있었는데 성황리에 있었던 공연이 없어져 버렸죠. 후원이 없어서 진행이 안 되고 있지만 저희가 스스로의 힘으로 만든 것이고, 공감해준 분들이 계셔서 더욱 기쁩니다.”

1987년생인 정상현은 그 나이 또래면 누구나 그렇듯 2000년대 초반 수많은 K팝 아이돌들이 인기를 얻던 시절 춤에 관심을 가졌다. 처음에는 박진영이 제작한 량현량하의 브레이킹 댄스를 보고 가슴이 뛰었다. 단순히 춤을 추는 일뿐 아니라 춤을 구성하고, 춤을 출 기회를 만드는 일에도 관심이 컸다. 결국 그의 아내이기도 한 릴스타(한지혜)의 크루였던 락앤롤크루에 합류하게 돼 본격적으로 세계무대를 두드렸다. 경연에 참여하고 공연을 하지만 또 교육에도 관심이 많다.

“저희가 운영하는 채널에서 영어와 춤을 같이 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요. 자살충동이 있었던 분들의 심리치료, 탈북민을 위한 교육 등 다른 스트릿 댄스팀과는 조금 다른 길을 열어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춤을 춰왔던 정상현과 락앤롤크루 역시 최근 ‘스우파’와 ‘스맨파’ 등으로 급변하는 댄서들의 입지에 대해 실감하고 있다. 무엇보다 교육사업도 하는 그는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댄서 꿈을 지지해주는 상황에서 입지의 변화를 크게 느낀다. 하지만 아직 가야 할 길도 멀다.

2015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월드 힙합 댄스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할 당시의 락앤롤크루. 사진제공 정상현



“프로그램을 통해 인기를 얻었지만 댄스씬의 힘이었다기보다는 외부적인 영향이었죠. 댄서들 스스로가 방송사를 차리거나 제작사를 만날 수 없잖아요. 결국 저변이 다져져야 스트릿댄스도 단단하게 지속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계속 댄서들이 깨어있는 인식과 도전정신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그래야 댄서들, 댄스팀의 자생력이 생긴다고 봐요.”

정상현 뿐 아니라 황지희(나나틸다), 이소연(리소), 고호진(고부기), 유영현(로우), 이언주(락플린), 김세빈(세빈) 등을 포함해 18명의 크루를 보유한 락앤롤크루는 더 많은 경연과 공연, 교육에 집중할 예정이다. 또래가 많은 다른 팀과 달리 팀 안에서도 12살 차이가 나고 락킹 특유의 흥겨움으로 나이 차도 무색한 이들은 더 큰 꿈을 꾼다.

“제 꿈은 원래 개인적인 부분에 한정돼 있었어요. ‘평생 춤추며 살자’ 이런 거였죠. 그러다 ‘평생 춤을 추려면 어떤 것이 필요할까’하는 생각 끝에 점점 ‘오랫동안 춤을 출 수 있는 것들을 만들자’라는 생각으로 변해갔어요. 공연도 성공적으로 올렸고, 경연과 교육에도 열심입니다. 모든 일을 성사하는 건 결국 춤을 열심히 추기 위함입니다.”



락앤롤(Lock‘n Lol)크루의 ‘Lol’은 ‘래프 아웃 라우드(Laugh Out Loud)’ 즉 ‘크게 소리내 웃는다’는 이모티콘 용어에서 따왔다. 춤을 통해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일, 경쾌함과 흥을 줄 수 있는 것이 락킹의 매력이다. 정상현의 과거, 현재 그리고 내일 역시 이 궤적에 맞춰져 있다. 그와 그의 크루는 계속 ‘즐겁고 미친 세상’을 향해 달려 나간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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