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 View]경제변수가 아닌 가격변수를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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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가 안정돼야만 주가가 오를 거란 얘기를 자주 듣는다.
금리 상승이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는데, 고물가가 금리를 올리는 요인인 만큼 물가가 잡혀야만 주가가 오를 수 있다는 논리다.
어떤 때에는 경제변수 변화보다 가격을 가지고 가격을 판단하는 게 더 나을 때가 있다.
달러 강세가 정점에 도달하고, 금리가 더 이상 오르기 힘들다고 판단되면 갑작스런 변화가 일어날 수 있으므로 가능성을 열어 놓고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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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 이코노미스트] 물가가 안정돼야만 주가가 오를 거란 얘기를 자주 듣는다. 금리 상승이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는데, 고물가가 금리를 올리는 요인인 만큼 물가가 잡혀야만 주가가 오를 수 있다는 논리다. 이는 절반만 맞는 얘기다. 경제 변수는 주가 변화를 사후에 확인해 줄 뿐 방향 전환을 감지하는 역할을 되지 못한다.
금리도 사정이 비슷하다. 한때 국채 3년물 금리가 4.5%를 넘었다. 연말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5%까지 끌어올릴 것 같아 그 이전에 시장금리가 기준금리에 맞게 움직인 것이다. 최근에 해당 금리가 4.1%로 떨어졌다.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시장이 난리가 난 것에 비춰보면 이례적인 움직임이다. 민간 기업은 물론 공공기관까지 채권 발행에 실패하고,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중단돼 건설 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빠진 걸 감안해 금리가 또 다시 오를 가능성이 있지만, 큰 그림에서는 금리가 분기점을 지나고 있다고 보는 게 맞다.
가격변수 움직임이 시장의 예상과 달라지면 갑작스러운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1998년 달러가 그 경우였다. 아시아 외환위기에서 시작된 달러 강세가 8월 러시아의 모라토리엄(지불 유예) 선언을 계기로 절정에 도달했다. 달러 인덱스가 수십 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그 영향으로 엔·달러 환율이 147엔까지 상승했다. 세상이 불안할수록 달러가 강해진다는 경험칙이 작동한 것이다.
달러가 강해지자 온갖 전망이 난무했다. 연이은 외환위기로 세상에서 믿을 곳이 미국 밖에 없으니 이제 달러 강세는 돌이킬 수 없는 대세라는 얘기부터 1998년 말에 엔화가 200엔까지 올라갈 거란 전망까지 다양했다.
러시아 모라토리엄 이후 달러가 조금씩 약해지더니 10월 결정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달러당 136엔이었던 엔화가 6일 만에 118엔으로 13%나 하락한 것이다. 그만큼 달러가 약해진 건데, 모두가 좋아하던 달러가 며칠 사이에 세계에서 달러를 가장 선호하는 일본의 종합상사조차 내다 파는 통화로 바뀌었다.
지금 달러를 강하게 만드는 요인이 많다고 하지만 1998년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미국경제가 가지고 있는 힘이 당시보다 약하고, 금리도 1998년이 지금보다 훨씬 높았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있다고 얘기할 수 있지만 당시는 아시아 외환위기에 이어 러시아까지 국가 부도가 난 상태였다.
가격만큼 상황을 잘 보여주는 게 없다. 온갖 악재가 터져 나와도 주가가 떨어지지 않으면 이미 그 영향력이 희석됐다고 봐야 한다. 다른 가격변수도 마찬가지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릴 걸로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시장금리가 떨어지거나, 달러가 강해질 거라고 모두가 예상하지만 더 이상 강해지지 않으면 영향력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봐야 한다.
지금이 그런 상황이다. 달러 강세가 정점에 도달하고, 금리가 더 이상 오르기 힘들다고 판단되면 갑작스런 변화가 일어날 수 있으므로 가능성을 열어 놓고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권소현 (juddi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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