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 “北 ‘산발적 → 동시다발적’ 달라진 도발… 核무력 자신감 때문” [세상을 보는 창]
발사 초기 탐지 못했다면 놓쳤을 수도
北 무력시위 9·19 군사합의 파기 논란
합의정신 훼손… 死文化 판단은 일러
北 이미 6차 핵실험 때 위력 모두 확인
‘7차’ 한다면 검증이나 점검 수준 예상
서욱 前 국방 군사기밀 삭제 지시 혐의
정책결정 영역… 개인적으로 억울할 것
요즘 북한의 무력시위가 심상치 않다. 무더기 동시다발에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 탄도미사일에서 지대공미사일, 순항미사일, 신형 전술유도무기 등 종류도 다양하다. 지난 2일에는 북한이 쏜 탄도미사일 1발이 남북 간 실질적인 해상 경계선인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속초 동쪽 57㎞ 공해에 떨어졌다. 휴전 이후 처음으로 울릉도에 공습경보가 발령됐다. 심지어 북한군 총참모부는 7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2일부터 5일까지 나흘간 대남 군사작전을 진행했다고 밝히고는 “작전 1일 차(2일) 오후 함북 지역에서 남조선 울산시 앞 80㎞ 부근 공해상에 2발의 전략순항미사일로 보복타격을 가했다”고까지 했다. 우리 군이 “포착된 순항미사일이 없었다”고는 하나 단순 위협에 그쳤던 이전 도발 패턴과는 상이하다.
“통상 북한이 발표를 하거나, 우리가 제대로 추적을 못했을 경우 한·미 군 당국은 미사일 궤적을 맞춰가는 작업을 하는데 이번은 글쎄…. 북한이 뻥을 친 건지, 우리가 놓친 건지. 우리 탐지자산 능력을 믿기는 하는데 이게 순항이다 보니 비행고도가 낮았을 테고, 590㎞를 날아갔다는데 고도가 낮으면 탐지율은 아무래도 떨어진다. 순항은 ‘팝업’(pop-up: 저고도 비행하는 유도무기가 최종 공격을 위해 수직으로 상승했다가 하강하며 목표를 타격하는 기동)하거나 목표물을 타격할 때, 애초에 징후가 있거나 할 때 포착할 수 있다. 그런데 발사 초기에 놓쳤다면 잡기가 어려웠을 수도 있다.”
―우리가 ‘깜깜이’였다는 건가.
“더러 사진을 바꿔치기 하거나 조작한 경우는 있었지만 이전 북한 발표나 성명을 보면 전혀 터무니없는 사실을 공개하지는 않은 걸로 안다.”
―NLL 이남에서 무력시위가 이어지며 9·19 군사합의가 사문화됐다고 보는 시각이 없지 않다.
“북한이 상당히 영리하다고 해야 될까, 교묘하다고 할까. 9·19 군사합의 내용을 보면 지상·해상·공중에서의 적대행위를 금지하는 ‘완충구역’(버퍼존·Buffer Zone)이 명시돼 있다. 그런데 최근 북한 도발 패턴을 보면 지상군 포병전력이 이러한 완충지역 밖에서 지상이 아닌 해상 완충구역을 향해서 포를 쐈다. 군사합의서에는 이를 제한하는 내용이 없다. 합의정신 위반일 수 있으나 합의를 명백히 위반하려는 의도는 아닌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북한이 만약 합의를 파기할 의도가 분명했다면 굳이 이럴 필요가 있었겠나 싶다. 더욱이 우리가 합의 위반이라고 비난하는데도 일언반구 얘기도 없다. 아니다 싶으면 남북연락사무소까지 거리낌 없이 폭파했던 그들이다. 합의 유지로 우리 정찰자산이나 해상전력이 NLL에 근접해 더 이상 작전을 펼치지 못하게끔 하는 등 안전장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모를 리 없다. 그동안 남북 접경지역에서 우발적이든 아니든, 북한과 강대강으로 부딪친 적은 거의 없었다. 군인뿐만 아니라 민간인 피해도 없었다. 우리도 득을 봤다고 할 수 있다. 합의서가 아직 사문화되지 않았다는 증거다. 그렇더라도 우리 영해 내지는 영토에 공격을 가한다면 합의 파기로 갈 수밖에 없다.”
―도발 패턴이 이전과 달라졌다는데.
“과거가 한두 발 탄도미사일 발사에 그친 산발적 도발이었다면 지금은 동시다발적이다. 시간과 장소, 수단을 달리하는 대규모 도발이다. 북한이 아무리 ‘해킹’을 해서 돈을 많이 벌었다고 해도 쉽지 않은 일이다. 이걸 가능하게 한 것은 자신감이다. 근거는 핵이라고 본다. 인도와 파키스탄이 핵을 개발한 이후 무력충돌이 잦았다. 군사적 행동을 하는 데 상당한 자신감을 가져서였다. 핵을 가지면 우발적 충돌이 많아진다는 경험적 연구가 있다. 북한도 그런 것 같다. 전투기가 전술조치선(TAL) 인근까지 대거 내려오거나 미사일을 수없이 쏴댄다. 그냥 나오는 행동이 아니다.”
―북한군이 한·미 연합 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에 맞서 대규모 군사작전을 진행했다고 밝힌 특별한 이유가 있나.
“북한은 이미 6차 핵실험 때 위력을 모두 확인했다. 굳이 추가 실험을 할 필요가 없다. 만약 한다면 7차는 검증 내지는 점검 수준이 될 것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장착용 고위력 탄두의 실험일 수도, 핵탄두 소형화 가능 여부를 검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시기는 자신들의 생존과 관련해 핵실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때를 고를 거다. 늘 그래왔다.”
―북핵 억지를 위한 한반도 전술핵 배치와 핵무장이 거론된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전술핵과 핵무장은 바람직한 대안이 아니다. 전술핵은 이미 폐기된 개념이다. 과거에는 미국 본토에서 소련을 직접 겨냥하기 어려워 요소요소에 전술핵을 배치했다. 지금은 핵 투발수단의 사정거리가 길어졌다. 원거리 결심이 가능해진 것이다. 전술핵 배치의 의미가 없다. 핵무장도 마찬가지다. 주변 강대국들이 한반도 핵무장을 용인할 리 없다. 오히려 미 전략자산 전개 방식을 위기 수준 단계별로 구체화하는 매뉴얼을 만드는 것이 더 시급하다. 유럽의 핵계획그룹을 벤치마킹한 별도 기구를 만드는 것도 핵우산의 하나로 고려할 수 있겠다.”
―얼마 전 현무 미사일 오발사고로 ‘킬체인’(Kill-Chain) 등 3축체계 무용론이 나온다.
“3축체계는 미사일 공격 징후를 포착했을 때 선제적으로 타격하는 킬체인, 미사일 공격을 막는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제’, 그리고 압도적 응징을 가하는 ‘대량응징보복’(KMPR) 등 3가지 작전 형태를 한데 모은 북핵 대응 전략이다. 박근혜정부 때 수립된 건데 이제 구시대적 개념이 됐다. 당시 북한 미사일 기반은 액체연료였다. 탐지가 쉽고 연료보관소만 타격하면 무력화가 가능했다. 지금은 대부분 고체연료다. 표적을 찾기가 쉽지 않다. 어떻게 선제타격이 가능하겠나. 현무와 같은 지대지미사일을 전시에 사용하는 것도 한반도 상공 공역통제로 상당히 제한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언급이 곤란하다. 과거 킬체인은 식별에서 타격까지 30분이면 됐지만 지금은 어떤가. 몇 배로 줄었다. 도발 원점 선제타격이란 임무수행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좀 껄끄러운 질문일 수 있겠다.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과 관련, 모시던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이 구속됐다. 서 전 장관은 2020년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자진 월북했다는 정부 판단과 배치되는 내용의 군사기밀을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MIMS·밈스)에서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군사기밀의 ‘배부선’ 조정을 지시한 것을 두고 직권남용이란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사법적 판단이다. 개인적으로 장관의 정책결정 영역이었다고 본다. 서 전 장관이 많이 억울할 거다. 더구나 밈스의 원본은 살아 있지 않나. 또 진술한 부하직원들이 공직생활 중 가장 이례적 지시였다고 밝혔다며 언론이 보도했지만 ‘SI’(특수취급첩보) 보고는 국방부 인사 중 극소수만 관여돼 있다. 부하직원들로 치부하기는 무리가 있다. 이 대목에서 정치논리에 안보가 사라진 느낌이다.”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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