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권력 낭비?…고소·고발 남발하는 조폭 유튜버들
최근에는 '경찰 괴롭히기' 콘텐츠 성행
고소고발 주고받기·진실 게임 등으로 시청자 끌기도
자신의 인터넷 방송을 비난하거나 개인적으로 갈등관계에 있는 유튜버들을 대거 고소·고발하는 폭력조직원 출신 유튜버(이하 조폭 유튜버)들로 경찰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과거 자신의 범행이나 폭력 무용담 등을 주요 방송 소재로 삼아 시청 연령 제한 등 제재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들의 방송이 공권력 낭비를 일으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폭 일상·자신의 범죄 일화 등 자극적 소재로 수억원 챙겨
9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국내에서 '조폭 유튜버'라는 이름으로 송출하는 인터넷 방송인은 모두 9명이다. 이는 지난달 경찰청이 국회행정안전위원회 국민의힘 조은희(서울 서초갑)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통해 공개됐다.
조폭 유튜버들은 마약을 팔거나 폭력을 행사하고 여성을 강제 추행하는 등 자신의 범죄 경력을 '무용담'인 것처럼 방송해 시청자들의 후원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챙기고 있다. 라이브 방송에서 시청하는 시청자가 일정 금액을 지불해 유튜버를 직접 후원하는 이른바 '수퍼챗' 기능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데 그 수익이 적지 않다.
전 세계 유튜브 채널 순위와 관련 데이터를 분석하는 플레이보드 사이트에 따르면 이달 7일 기준 최근 5년간(2017~2022년) 조폭 유튜버들이 수퍼챗을 통해 챙긴 수익은 명천가족TV 5억3천만원, 창기TV 3억5천만원, 박훈TV 1억8천만원 등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거친 욕설과 흡연을 하며 경찰과 폭력조직 간의 유착 관계 의혹, 폭력조직원의 생활 등 자극적인 소재를 주요 방송 소재로 삼는다. 일례로 부산에서 활동하는 한 조폭 유튜버가 올린 동영상 제목을 보면 '감방에서 방장 되는 법', '교도소 어떠냐고?', '싸움 알려준다' 등으로 폭력이나 범죄를 미화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시청자들도 "기다렸습니다, 형님", "이번에 학교(교도소) 다녀오면 사고는 치지 마십시오" 등의 댓글을 달고, 실시간 방송에서는 직접 돈을 후원한다.
이들이 송출하는 영상들이 폭력조직 관련 영상물이 주를 이루지만 시청 연령 제한이나 콘텐츠 심의 등의 규제 방안은 현재 없다. 불법 행위가 발견되면 수사기관이 현행법에 근거해 사후 규제를 하는 방안이 유일하다. 이에 사후 규제 강화나 유튜브 시청 연령 제한 등 제재 방안을 논의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제기한 조 의원은 "사후 규제 강화와 함께 전과자들이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 등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경찰 괴롭히기' 콘텐츠 성행
경찰 등 수사기관은 인기가 치솟던 조폭 유튜버들이 최근 소재 고갈 등의 이유로 인기가 시들해지자 유튜버 간 갈등, 경찰 비위, 보수 정치 관련 논평 등으로 소재 변화를 꾀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일례로 인천에서 활동하는 한 조폭 유튜버 A씨는 전날 오후 인천 모 경찰서를 찾아가 난동부리는 모습을 담아 실시간으로 방송했다. A씨는 자신의 민원을 경찰서장에게 전달하기 위해 경찰서를 찾아왔다고 밝히면서 서장실 앞에서 경찰과 대치하는 모습을 담았다.
그는 방송에서 "서장실 문 열리면 뛰어 들어갈 거다", "썩어빠진 경찰, 어차피 전쟁은 시작됐다. 10년간의 유착 관계를 공개할 거다" 등의 말을 하기도 했다. A씨는 지난달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고액의 수익을 올리는 조폭 유튜버로 소개된 바 있다.
시청자들은 "힘드실까 봐 걱정입니다", "몸도 마음도 피곤할 텐데 걱정입니다" 등의 응원 댓글을 남겼다.
그러나 실상은 경찰이 A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기 위해 소환 통보하자 출석한 것이었다. A씨는 소환 조사에 불응하면 강제수사로 전환하겠다는 연락을 받자 민원인 행세를 하며 경찰서를 찾아갔다.
경찰 관계자는 "A씨의 난동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라며 "이전에도 자신이 고소·고발한 사건에 대해 경찰이 불송치한 것에 대해 불만을 얘기하거나 자신이 피고소인 신분을 조사받을 때 편의를 봐주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항의하는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A씨가 최근 2년간 이 경찰서에 고소·고발한 사건은 20여 건에 이른다. 이밖에 인천 경찰청과 다른 경찰서 등에 고소·고발한 사건도 수십 건에 달했다. 주된 내용은 다른 유튜버가 방송에서 자신을 험담했거나 욕설을 했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경찰은 A씨가 고소·고발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담당 경찰관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소하거나, 담당자를 찾아가 항의하는 내용을 녹음에 방송으로 내보내 시청자들로부터 항의를 받게 하는 등 고충이 많다고 전했다. 인천경찰청 관할 내 형사, 수사관, 여성·청소년 담당 경찰관 등이 A씨의 항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내부에서도 '적법 절차대로 수사하면 직권남용 혐의로 고소가 들어오고, 조폭 유튜버의 주장을 다 받아들이다간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어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한다"는 불만이 나온다. 이들이 법적 처벌을 받을 행동을 교묘하게 피해 가기 때문에 더욱더 대응이 어렵다는 것이다.
A씨는 최근 2주간 내보낸 인터넷 방송의 제목을 보면 "경찰의 현실 제 식구 감싸기, 경찰의 거짓말, 경찰의 권위 의식 절대 변하지 않는 습성이다", "○○경찰서, 피고소인 ○○○을 수사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 "○○경찰서 경찰관의 협박, 이것이 대한민국 경찰의 현실이다" 등이 있다. 마치 경찰의 부패를 폭로하는 듯한 제목을 달아 시청자를 모으는 모습이다.
고소고발 주고받기·진실 게임 등으로 시청자 끌기도
경찰은 또 A씨가 다른 유튜버들을 명예훼손이나 협박 등의 혐의로 고소한 뒤 서로 대립하는 내용의 동영상을 내보내고 재판 과정에서 합의하는 방식 등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른바 '소송 주고받기'다.
이와 관련해 지난 3일에는 A씨가 다른 조폭 유튜버 B씨와 C씨 등 2명을 명예훼손과 협박, 상해 등의 혐의로 고소한 사건의 항소심 선고가 있었다.
인천지법 형사항소1-3부(부장판사 김형철)는 협박과 명예훼손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조폭 유튜버 B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만히 합의해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B씨는 2019년 9~10월 조폭 유튜버 A씨와 그의 가족을 상대로 욕설과 협박, 비방의 내용이 담긴 영상을 11차례에 걸쳐 올린 혐의를 받았다.
반면 재판부는 2019년 10월 3~4일 A씨와 관련한 허위사실이 담긴 영상을 2차례 올려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 C씨에 대해서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C씨가 2019년 10월 29일 오후 11시 30분쯤 자신을 찾아와 행패를 부리고 부인을 여러 차례 때렸다며 상해 혐의로도 고소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이 혐의에 대해 A씨 부인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다른 증인은 C씨가 A씨의 부인을 만나지 않았다고 진술한 점으로 미뤄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A씨 측이 상해진단서를 제출했지만, 객관성과 신빙성을 의심할 사정이 있다고 덧붙였다.
C씨는 재판부가 상해 혐의에 대해 무죄라고 판단하자 이를 주된 방송 소재로 삼고 있다. 이른바 '진실게임'으로 각 유튜버들이 시청자를 결집시키는 형국이다.
A씨는 아내가 C씨로부터 폭행 당해 도와달라며 후원금을 받고, C씨는 A씨의 거짓 고소에 고통받고 있어 재판을 통해 진실을 밝히겠다며 후원금을 받는다. 이 과정에서 다른 유튜버가 해당 사안에 대해 새로운 증거가 있는 것처럼 방송하면서 또 다른 갈등이 유발되면서 시청자가 늘어난다. 결과적으로 조폭 유튜버가 찾은 새로운 방송 소재에 수사기관과 사법기관의 업무만 가중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조폭 유튜버들의 수익 활동에 공권력이 이용되는 상황"이라며 "불필요한 민원 제기와 고소고발 남발로 경찰력이 낭비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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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주영민 기자 ymchu@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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