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핼러윈 참사와 안보 위기
'이대로는 지속가능 어렵다' 위기감…방향전환과 대안 모색 계기
한반도 상황 전례없이 심각…임계점 임박한 내우외환에도 위기감 낮아
CBS 노컷뉴스는 지난달 29일 서울 이태원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압사 사고를 '핼러윈 참사'로 부르기로 했다. 사고의 본질과는 상관없는 지역 이름을 넣는데 따른 애꿎은 피해를 막기 위해서다.
'10‧29 참사'로 명명하는 곳도 있지만 단순히 숫자를 나열하는 것은 재난의 의미를 드러내기에 부족한 감이 있다.
핼러윈이라는 축제성 이벤트에 엄청난 군중이 몰려들며 발생한 이번 참사는 한국 사회의 '과밀성'에 대한 공포와 경각심을 몸서리치게 심어줬다.
때마침 지난 7일 서울 지하철 1호선 일부 구간에서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승객이 밀려들면서 또 다른 악몽이 벌어질까 우려됐다. 전날 발생한 무궁화호 탈선 사고의 여파다.
사실 서울 지하철의 과밀 운행은 위험 수위를 넘어선 지가 오래됐고 만성적이다. 이미 초만원 객실에 승객을 더 밀어 넣는 일명 '푸쉬 맨'(push man)이 존재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럼에도 용케 큰 사고 없이 지금껏 지내온 게 신기할 정도다. 일상의 출퇴근길이 이러하니 안전 의식이 무뎌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또 한 세월이 흘렀음에도 달라지지 않은 풍경이다.
하지만 핼러윈 참사는 우리 사회에 '멈춰!'라는 긴급 신호를 보냈다. 설마 별 일 없겠지 식으로 계속 가다가는 힘들게 쌓아올린 성과마저 와르르 무너질 수 있음을 경고했다. 동시에 방향 전환과 대안 찾기를 명령했다.
우리는 높은 인구밀도로 코로나19 전파에 취약할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방역 선진국' 신화를 썼다. 밀집, 밀접, 밀폐를 잘 통제했기 때문이다. 이번 참사는 '3밀' 방지를 어기고 과밀로 퇴행한 대가다.
세계는 팬데믹 3년을 거치며 이미 새로운 사회로의 전환을 모색 중이다. 그 바탕에는 이대로는 더 이상 지속가능한 사회가 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짙게 깔려있다.
그러나 포스트 코로나의 모범생일 것만 같았던 한국은 이제 큰 상처를 입고 기로에 서있다. 지금 한국의 현실을 설명하기에 내우외환보다 더 걸맞는 표현도 없을 것이다.
핼러윈 참사의 눈물이 채 마를 새도 없이 동해와 서해에선 수십 발의 미사일과 포탄이 날아다녔다. 언제 전쟁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으리만큼 일촉즉발 상황이 며칠씩 이어졌다.
더 기막힌 노릇은 아찔한 벼랑 끝 대치에도 무덤덤한 현실이다. 어쩔 수 없음을 알고 체념한 것인지, 그래도 별 일 없을 것이란 턱없는 믿음 탓인지 무거운 침묵이 답답하게 흘러갔다.
항상 운이 좋을 수는 없다. 이번에도 천만다행으로 충돌을 피하고 파국은 면했지만 내일의 안녕을 기약할 수는 없다.
북한은 여전히 7차 핵실험 카드가 남아있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의 발사 가능성이 상존한다.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은 이제 상수가 됐고 그때마다 준전시 상황이 벌어지게 됐다.
이는 결코 정상적인 국가의 모습이 아니고 윤석열 정부가 말하는 '글로벌중추국가'는 더더욱 아니다.
2017년 한반도는 당시 우리 국민이 느꼈던 것보다 훨씬 더 위험했다는 게 훗날 미국 당국자들의 증언으로 밝혀졌다. 2022년 안보 위기도 우리가 지금 아는 것 이상일 수 있다.
위기의 양상도 전례 없이 심각해졌다. 북한은 핵무력을 거의 완성하고 공격적 핵교리를 공표했다. 남북‧북미 간 신뢰는 더 나빠질 것도 없을 만큼 최악이다. 한미의 군사 압박은 전례없이 강화됐지만 말리려는 자는 없고 중국과 러시아의 협조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여전히 무탈하기를 바라는 것은 이태원의 112 신고를 무시한 경찰만큼이나 무책임하다.
위험한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관성적 매너리즘으로 일관하다가는 언제고 미증유의 안보 참사를 만나게 된다.
핼러윈의 악몽처럼 한반도 안보는 임계점에 달했거나 이미 넘어섰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깨어나 평화와 안전을 외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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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홍제표 기자 ente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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