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심 올라왔으면 하는 팀"을 난적으로 바꾼 '원기매직'… 초점 모아지는 재계약 여부[KS 리뷰]

허행운 기자 2022. 11. 9.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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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SSG 랜더스의 뜻깊은 우승도 우승이지만 이번 한국시리즈는 패장인 '키움 히어로즈 홍원기(49) 감독의 재발견'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는 시리즈다. 그가 보여준 단기전 운영은 명장의 향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연합뉴스

키움은 지난 1일부터 시작된 SSG와의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에서 6차전을 끝으로 2승 4패를 기록해 최종 목표인 우승에 닿지 못하고 패배의 쓴잔을 들이켰다.

하지만 그 누구도 키움에 돌을 던지지 않는다. '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키움의 당찬 도전기가 바로 이번 KS였다. 사실 이미 KS까지 왔다는 점만으로도 키움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 잇따른 주력 선수 누출로 전력이 약화된 키움이 올시즌 가을야구조차 초대되지 않으리라 보는 전문가들도 있었다.

그러나 키움은 실력과 결과로 보란듯이 세간의 평가를 되집었다. 그리고 맞이한 가을무대에서는 kt 위즈와의 준플레이오프 혈투서 승리한 것은 물론, 2위 LG 트윈스를 상대로 플레이오프에서 업셋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런데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키움은 여전히 의문부호가 붙어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키움을 기다리고 있던 SSG 김원형 감독의 말에서 그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김 감독은 "끝나고 나서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지만, 상대를 기다리는 입장에서 내심 키움이 올라오길 바라기도 했었다"고 말했다. 그만큼 객관적인 전력에서 키움이 다소 약해보였던 것이 사실이라는 반증이다.

그런데 김원형 감독은 그 생각이 시리즈를 치르면서 철저히 붕괴됐음을 털어놨다. 김 감독은 "그런데 막상 히어로즈가 올라오니 매 게임이 쉽지 않았다. 선수들이 게임을 치르면서 근성 있는, 독기있는 플레이를 보여주더라. 결과는 우리의 승리였지만 키움은 시리즈 내내 정말 대단한 팀이었다"며 난적 키움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적장의 말대로 우승을 향한 일념으로 똘똘 뭉친 선수단의 의지가 돋보인 키움이었다. 하지만 그와 함께 찬란히 빛난 것이 바로 키움 홍원기 감독의 특유의 담담한 리더십과 그 속에서도 날카롭게 빛났던 승부수와 결단력이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키움 히어로즈 홍원기 감독. ⓒ스포츠코리아

이번 PS에서 홍원기 감독이 꺼내드는 수들이 귀신처럼 맞는 장면은 매우 잦게 연출됐다. 대타 카드 혹은 라인업 변동에 요긴하게 쓰인 임지열과 전병우 카드는 필요할 때마다 폭발하며 키움의 가려운 곳을 긁어줬다. 임지열은 준PO와 PO에이어 KS까지 모두 영양가 높은 홈런을 때려내며 투입될 때마다 제 역할을 100% 수행했다. 전병우는 이번 KS 1차전에서 9회초 역전 투런포, 10회초 역전 결승타 등으로 승리를 견인하기도 했고 선발로 출전했던 경기에서도 멀티히트로 신뢰에 보답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KS 들어서 타율 7푼1리로 침묵하던 김혜성의 경우, 과감한 스타팅 제외와 타순 변동 등의 옵션을 다채롭게 활용하며 기어코 살려내는 모습도 있었다. 정규시즌 중간에 합리적인 트레이드로 데려온 유틸리티 김태진 카드는 그 장점을 십분 살리는 운영법으로 활용하면서 선수의 최대 장점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투수교체 시점과 투수 유형 활용에서도 번뜩인 순간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이번 가을 키움이 발견한 최고의 수확인 김동혁의 경우, 투입되는 순간마다 결정적인 병살타를 이끌어내며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믿고 맡기는 불펜조 김재웅과 최원태 등은 순서와 보직을 바꾸는 쉽지 않은 결정을 통해 매순간 최선의 결과를 내도록 유도했다. 또한 안우진의 부상으로 공백이 생기자 이승호라는 깜짝 선발 카드를 꺼내 귀중한 1승을 챙겼던 점도 짚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적중한 것은 아니다. 때로는 투수 교체가 실패하기도 했고 대타 카드 또한 아무 소득 없이 기회를 무산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순간에는 망설이지 않는 승부사 기질을 발휘했던 홍원기 감독이다.

키움 히어로즈 홍원기 감독(왼쪽)과 이정후. ⓒ스포츠코리아

키움 팬들은 물론이거니와 KS를 지켜본 수많은 타 야구팬들은 이 시리즈에서 홍원기 감독을 재발견할 수 있었다는 감상평을 내놓기도 했다. 스타플레이어 출신 감독은 아니지만 오랜 시간 키움에 몸 담아온 홍원기 감독은 이번 KS에서 자신의 장점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제 관심은 그런 홍원기 감독의 재계약 여부로 돌아간다. 현재 프로야구 10개 팀 중 다가올 2023 시즌의 사령탑이 확정되지 않은 것은 키움 뿐이다. 올시즌을 끝으로 계약기간이 종료된 홍원기 감독과 재계약을 할지 아니면 새로운 사령탑을 선임할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다.

홍원기 감독이 이번 시즌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단기전에서 보여준 모습을 고려해본다면 재계약 옵션이 힘을 얻을 수 있는 모양새가 됐다. 과연 키움의 선택은 무엇일까. 마지막 남은 딱 하나의 감독 자리인 만큼 앞으로 더 큰 관심들이 쏠릴 전망이다.

 

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lucky@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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