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졌잘싸…'언더독' 키움이 보여준 아름다운 패배

박정현 기자 2022. 11. 9.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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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관한 아쉬움을 나타내는 키움 선수단.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 박정현 기자] 그 누구도 지금의 성적을 예상하지 못했다. ‘언더독’으로 평가받던 키움 히어로즈가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평가를 받으며 올 시즌을 마무리했다.

키움은 8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SSG 랜더스와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3-4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한국시리즈(7전4승제) 전적 2승4패를 기록하며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 도전에 실패했다.

올 시즌 초반 많은 전문가들은 키움의 선전을 예측하지 않았다. 지난해 팀 홈런 2위였던 주포 박병호(kt 위즈)가 FA로 이적했고, 통산 82세이브를 기록 중인 마무리 투수 조상우도 입대로 자리를 비웠기 때문이다.

선수들이 빠진 만큼 빈자리가 채워지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통산 861경기 132홈런 야시엘 푸이그는 눈길을 끌었으나 전성기가 지났다는 평가와 부족한 실전 감각에 관한 우려가 끊이지 않았고, 타일러 애플러 역시 외국인 선수 최저 연봉인 27만 5000달러(약 3억 8000만원)로 큰 기대감을 실어주지 못했다.

많은 이들의 예상처럼 키움은 16번의 시범경기에서 4승3무9패를 기록하며 9위를 기록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정규시즌 키움의 반전을 예상하던 이는 적었다. 그랬던 키움이 정규시즌 개막과 함께 달라진 경기력으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풀타임 선발 1년차에 다승 2위(15승) 평균자책점 1위(2.11), 탈삼진 1위(224탈삼진)로 성장한 안우진(23)과 함께 장타력이 발전하며 타격 5관왕(타율 0.349, 113타점, 193안타, 출루율 0.421, 장타율 0.575)을 차지한 이정후(24)의 활약에 힘입어 순위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 올 시즌 키움의 선전에 있어 안우진(왼쪽)과 이정후의 활약은 절대적이다. ⓒ곽혜미 기자

시즌 중후반 마운드가 흔들리며 잠시 부진하기도 했지만, 27홀드와 13세이브를 기록하며 깜짝 스타로 발돋움한 김재웅(23)과 함께 든든한 안방마님 이지영(36) 등 많은 선수의 활약에 힘입어 시즌 막판까지 5강을 유지했고, 시즌 막판까지 kt 위즈와 순위 다툼을 펼치다 리그 3위를 확정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키움의 기세는 계속됐다. 준플레이오프(5전3승제)에서 5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kt를 3승2패로 제압하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LG 트윈스를 상대하는 플레이오프부터는 철저하게 ‘언더독’ 평가를 받았다. 키움이 맞설 LG에는 다승 1위·2위(공동)로 구성된 외국인 원투펀치가 버티고 있었고, 팀 불펜 평균자책점 1위(2.88), 팀 타율 3위(0.269) 등으로 불펜 평균 자책점 4위(4.41), 팀 타율 9위(0.252)를 기록 중인 키움이 객관적인 지표에서 뒤처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은 둥글다는 말처럼 키움은 반전을 만들어냈다. 1차전(3-6패)을 내줬지만, 2차전(7-6승)부터 상대 마운드를 폭격하기 시작했다. 결국 플레이오프를 3승1패로 마무리한 키움은 2019년 이후 3년 만의 한국시리즈 진출 티켓을 따냈다.

▲ 한국시리즈 진출 확정 뒤 기뻐하는 키움 히어로즈 선수단. ⓒ곽혜미 기자

한국시리즈에서도 키움은 여전히 ‘언더독’이었다. 상대 팀인 SSG 랜더스는 올 시즌 개막 10연승과 함께 정규시즌 마지막 날까지 단 한 번도 리그 선두 자리를 빼앗기지 않으며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보여준 강력한 팀이었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치르며 체력적으로도 힘들었을 키움이지만, SSG와 팽팽한 승부를 이어가며 많은 야구인을 놀라게 했다. 한국시리즈 1차전 키움은 에이스 안우진이 오른손 중지에 물집이 생겨 2⅔이닝 만에 일찌감치 마운드를 떠났지만, 2선발 에릭 요키시를 불펜 투입하는 초강수를 띄워 7-6 승리를 거뒀다.

이후 2차전(1-6패)과 3차전(2-8패)을 내줬지만, 4차전 깜짝 선발 이승호가 4이닝 무실점으로 팀 승리에 발판을 만들며 한국시리즈(7전4승제) 전적 2승2패로 균형을 맞췄다. 5차전 4-0으로 앞서던 경기를 8회말과 9회말 연이어 홈런을 내줘 4-5로 끝내기 패배를 맛본 키움은 6차전 총력전을 펼쳤다.

1번 타순에 임지열을 내세웠고, 김태진을 좌익수로 선발 출전시키는 등 변화를 줬다. 그리고 그 흐름은 맞아떨어지듯 임지열이 3회초 2점 홈런을 쳐 2-0으로 선취점을 만들었다. 이후 키움은 수비 실책에 발목이 잡혔다. 3회말 2사 2,3루에서 한유섬의 땅볼을 1루수 전병우가 송구 실책해 2-2 동점이 됐다.

6회초 이정후의 솔로포로 3-2 다시 리드를 잡은 6회말에는 선두타자 후안 라가레스의 땅볼을 김태진이 놓친 것이 화근이 됐다. 볼넷과 희생번트로 만들어진 1사 2,3루에서 김성현에게 2타점 2루타를 맞아 3-4로 무릎을 꿇으며 한국시리즈 전적 2승4패로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이날 키움은 5이닝 4피안타 1볼넷 3탈삼진 2실점(무자책점)을 기록한 선발 투수 애플러의 뒤를 이어 요키시{3이닝 2실점(1자책점)}를 구원 등판시키며 총력전을 펼쳤다. 그 외에도 3회말 포구 실책을 저질렀던 유격수 김휘집을 대신해 5회초 대타 박준태를 기용하며 김태진을 2루수, 올 시즌 주로 2루를 맡았던 김혜성을 유격수로 내세우며 승리를 위한 모든 수를 시도했다.

키움의 2022년 한국시리즈 우승 도전은 실패로 끝났지만, ‘졌지만 잘 싸웠던’ 아름다운 패배로 기억되며 한 시즌의 마침표를 찍게 됐다.

▲ '언더독' 키움의 아름다운 패배로 기억될 2022년 포스트시즌.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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