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술 답사기] 국제무대에서도 통한 경기미의 ‘변신’…MZ세대 ‘환호’ 수제맥주
[우리 술 답사기] (45) 경기 남양주 ‘에잇피플브루어리’
경기도농기원 제조 기술 이전받아
쌀 비중 절반 넘는 ‘미미사워’ 탄생
은은하고 달콤한 맛·청량감 ‘별미’
일본 IBC 국제대회서 금메달 영예
“국산 원재료 100% 맥주 만들고파”

맥주는 ‘국민술’이라 불릴 정도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원재료가 대부분 수입산이라는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 최근 이런 벽을 깨고 우리농산물로 만든 고품질 맥주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경기 남양주 에잇피플브루어리는 올봄 우리쌀로 만든 맥주 <미미사워(美米SOUR)>를 선보이며 세계 3대 맥주대회인 ‘일본 IBC(The International Beer Cup 2022) 국제맥주대회’에서 금메달을 받았다. 조준휘 공동대표(48)를 만나 탄생 배경을 들어봤다.
“처음에 브루마스터(Brew Master·맥주 양조사)가 지금의 <미미사워>를 마시자마자 한 말이 ‘소름 끼친다’였어요. 그만큼 우리쌀로도 맛있는 맥주를 만들 수 있게 된 거죠.”
에잇피플브루어리는 2019년 맥주를 사랑하는 사람 8명(현재는 9명)이 출자해 세운 양조장이다. 제조업체를 운영하던 조 대표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우리나라에 수제맥주를 만드는 양조장은 많다. 제조 과정이나 창업이 다른 술보다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이다. 대부분 수제맥주 양조장은 차별성을 가지려고 지역 특색을 살려 만드는 게 일반적인데, 맥주에 들어가는 홉·맥아 등 원료 특성상 수입산 원재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지역색을 가진 맥주도 우리술로 부르기엔 아쉬운 점이 많았다. 조 대표도 이 점을 고민하다 우리농산물로 수제맥주를 만들게 됐다.

“수입산 원재료로 술을 만들다보니 이게 호주·미국산 수제맥주와 다른 점이 무엇일까 생각했어요. 수제맥주의 특징은 ‘지역색(로컬)’인데, 진정한 로컬은 그 지역 농산물에서 나온다는 결론에 도달했죠.”
회사는 지난 2년간 수제맥주 15종을 내놓는 데 주력했다. <미미사워>는 5월 출시했다. ‘아름다운 쌀(美米)’이란 뜻으로,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제조 기술을 이전받아 탄생했다. 우리쌀을 ‘찔끔’ 넣은 것이 아니라 경기미가 맥주 원재료 51%를 차지할 정도로 진짜배기 쌀맥주다. 제대로 된 쌀맥주를 완성하기까지 1년이 넘도록 10회가 넘는 시행착오도 겪었다.
“쌀로 술을 빚으니 처음엔 맥주가 아니라 약주 같더라고요. 맥주 특유의 진하고 구수한 맛이 빠진 거죠. 곰곰이 생각해보니 꼭 그 맛에 집착할 필요가 있나 싶었어요. 쌀로 술을 빚을 때 나오는 산미를 ‘사워에일(Sour Ale)’로 발상의 전환을 한 거죠.”
약주 같았던 술은 그렇게 사워에일 맥주로 재탄생했다. 보통 맥주는 크게 라거·에일 맥주로 양분된다. <미미사워>는 상큼한 맛을 더한 에일맥주 방식으로 제조돼 최근 MZ세대(1980~2000년대 태어난 세대)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맥주 같으면서도 화이트와인을 닮은 특별한 술이 완성된 것. 조 대표도 맥주잔이 아닌 와인잔에 따라 마시라고 추천한다. 보리맛보다 쌀맛을 강조해 은은하면서도 달콤한 맛과 청량감이 별미다. 맥주의 쓴맛을 나타내는 지표인 IBU(International Bitterness Unit)는 12로, 쓴맛이 거의 없다. 숫자가 높을수록 쓴맛이 강하다. 맥주에 들어가는 홉 대신 쌀을 사용한 게 그 비결이다.
<미미사워>의 특별함은 국제무대에서도 통했다. 1996년부터 매년 일본에서 열리는 아시아 최대 수제맥주 경연대회인 ‘일본 IBC 국제맥주대회’에서 1100여종의 맥주와 경쟁해 아메리칸 사워에일 부문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것.
“국내에선 먹힐 거라곤 생각했지만, 일본에서 반응이 좋을 줄은 몰랐어요. 양조를 하면 ‘내가 만든 술이라서 나만 맛있는 거 아니야’ 하는 불안감이 생기거든요. 결과로 증명돼 뿌듯했죠.”
에잇피플브루어리의 남은 숙제는 수입산 맥아를 국내산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전북 군산에서 나는 맥아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100% 국내산 농산물로 만든 맥주를 기대해봄직하다. 내년엔 국내산 과일을 넣어 만든 맥주도 출시 예정이다.
“국내산 원재료로 만드는 맥주를 꾸준히 생산할 계획이에요. 늘 기본을 잊지 않는 맛있는 맥주를 만들고 싶습니다.”
<미미사워>는 330㎖ 기준 약 7000원이다.
남양주=박준하 기자(전통주 소믈리에), 사진=김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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