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읽기] 리메이크 영화가 몰려온다

2022. 11. 9.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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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부터 한국 영화 중에 기존 영화를 개작한 작품이 많아졌다.

다만 이 영화는 사건 전모 밝히기에 주목하는 원작과는 달리 극 중 인물의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묘사해 한국인 정서에 맞췄다.

실제로 <자백> <정직한 후보> <완벽한 타인> 은 흥행과 작품성 면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며 국내 리메이크 영화 저변을 확대해가고 있다.

원작 영화를 이미 본 관객 상당수는 한국 배경으로 어떻게 이야기가 매력적으로 전개될지 자연스럽게 관심을 두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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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자백’의 한 장면.

몇년 전부터 한국 영화 중에 기존 영화를 개작한 작품이 많아졌다. 최근 사례는 소지섭·김윤진 주연의 <자백>이다. <자백>은 불륜 사실을 폭로하겠다는 전화 상대의 협박에 호텔 방에 갔다 살인 누명을 쓴 의뢰인과 진실을 파헤치려는 변호사의 두뇌 게임을 다뤘다. 2016년 스페인에서 개봉한 <세번째 손님(Contratiempo)>을 재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의뢰인의 진술과 변호사의 추리가 교차하며 진실이 드러나는 전개를 따른다. 다만 이 영화는 사건 전모 밝히기에 주목하는 원작과는 달리 극 중 인물의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묘사해 한국인 정서에 맞췄다. 10월26일 개봉과 함께 18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정치인이 거짓말을 못하게 된다’는 설정으로 시작한 <정직한 후보>는 브라질 영화 를 리메이크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또한 2018년 관객 529만명을 모은 <완벽한 타인>은 이탈리아의 를, 김희애가 출연한 <사라진 밤(2018년)>은 2012년에 개봉한 스페인 영화 <더 바디(El Cuerpo)>를 재구성해 호평받았다. 그리고 중국의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2016년)>를 원작으로 한 <소울메이트>와 대만의 <말할 수 없는 비밀(2007년)>을 새롭게 각색한 동명 영화가 개봉을 앞뒀다.

이처럼 리메이크 영화가 주류를 이루게 된 이유는 뭘까. 한국 영화도 이제 100억원이 훌쩍 넘는 제작비가 예삿일이 돼버렸다. 그에 따라 제작비를 줄이면서 흥행 가능성도 높일 원작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특히 한국에서는 생경하고 완성도 높은 스페인과 이탈리아·브라질 등의 작품이 인기를 얻는다. 실제로 <자백> <정직한 후보> <완벽한 타인>은 흥행과 작품성 면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며 국내 리메이크 영화 저변을 확대해가고 있다.

<소울메이트>와 <말할 수 없는 비밀>은 원작이 한국에서 흥행을 거둔 만큼 앞서 언급한 작품과는 그 결이 다소 다르다. 원작 영화를 이미 본 관객 상당수는 한국 배경으로 어떻게 이야기가 매력적으로 전개될지 자연스럽게 관심을 두게 된다. 최소한의 관객수가 상정된 상황에서 제작사는 그에 맞춰 제작비를 확정하고 새로운 관람객 유입도 기대할 수 있으니 안정적으로 수익을 가져갈 가능성이 커진다. 국내에서 7만3000명이 본 일본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2004년)>을 새로 구성한 <조제(2020년)>가 관객 21만명을 모으며 수익성을 높인 건 좋은 예다. 이처럼 리메이크 영화는 저비용 고효율의 경제 효과가 확실해 앞으로 더 많은 제작사가 관심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허남웅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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