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시마다 제목 오락가락… 헷갈리는 ‘이건희 컬렉션’

정상혁 기자 2022. 11. 9.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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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오지호가 1970년 완성한 유화(65.5×90.5㎝). /전남도립미술관

“대체 이 그림 진짜 제목이 뭐죠?”

‘이건희 컬렉션’으로 지난해 기증된 작품 중에는 화가 오지호(1905~1982)의 1970년 작 유화<그림>가 있다. 특유의 한국적 인상주의 화풍으로 그려낸 바닷가 그림이다. 작품을 기증받은 전남도립미술관이 지난해 기념전에서 ‘항구풍경’이라는 제목으로 소개했고, 각종 매체에도 이 제목이 실렸다. 그러나 지난 8월까지 열린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에서는 ‘화물선’으로 공개됐고, 지난달 개막한 경남도립미술관 순회전에는 다시 ‘항구풍경’으로 명기돼 내걸린 것으로 확인됐다. 전시가 열릴 때마다 관람객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그림의 공식 제목은 ‘화물선’이다. 생전의 화가가 직접 감수해 1974년 출간된 ‘오지호작품집’이 그 근거다. 그렇다면 ‘항구풍경’은 어디서 비롯된 제목일까? 전남도립미술관 관계자는 “삼성(리움미술관) 측에서 보내온 기증품 목록에 ‘항구풍경’으로 적혀있었다”고 말했다. 별 의심 없이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리움미술관 측은 “해당 그림은 ‘항구풍경’이라는 명칭으로 소장·관리돼왔고 다른 명칭과 관련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했다. 이후 국립중앙박물관 측이 그림과 사료를 대조하는 작업을 통해 제목을 바로잡았지만, 내용이 원 소장처와 제대로 공유되지는 않았고, 또 오류가 반복됐다.

‘이건희컬렉션’ 기증품이 원제(原題)와 달랐던 경우는 또 있다. 화가 천경자(1924~2015)가 1973년 완성한 꽃그림이다. 기증 직후 기증품 목록대로 ‘꽃과 나비’로 소개됐으나, 미술 관계자들이 의구심을 표하자 과거 도록을 확인한 뒤 ‘화혼’으로 정정한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기증품 수증 이후 미술관의 연구·검증 필요성이 더욱 분명해졌다. 전남도립미술관 측은 “혼선이 없도록 해당 작품 관련 정보를 기관끼리 적극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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