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물장군·물방개 살던 논습지 되돌려주세요

류정렬 2022. 11. 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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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장군을 아십니까?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곤충이었습니다.

일명 '고논', '수렁논'이라고 하여 비록 기계로 농사짓기 어려운 점이 있으나 밥맛이 유난히 좋기로 소문났고, 다양한 수생 동·식물이 살던 천혜의 습지였습니다.

하지만 물장군은 가장 깊은 수렁논이었던 시동리 1900번지 일대 매립지에서 그나마 만날 수 있었습니다.

수렁논은 성토 후 매년 20∼50㎝씩 가라앉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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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정렬 홍천 남면 시동1리 농부

물장군을 아십니까?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곤충이었습니다. 그러나 벼 수확 후 말리는 논이 많아지면서 급속히 사라졌습니다. 물장군은 물이 고여 있어야 살 수 있는 멸종 위기 2급 곤충입니다. 물방개도 마찬가지입니다. 홍천군 남면 시동리 1900번지 일대는 일년 내내 물이 고여 있는 ‘논습지’였습니다. 일명 ‘고논’, ‘수렁논’이라고 하여 비록 기계로 농사짓기 어려운 점이 있으나 밥맛이 유난히 좋기로 소문났고, 다양한 수생 동·식물이 살던 천혜의 습지였습니다.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논이었습니다. 때문에 일대 거주민과 토지 소유자들은 한때 연꽃을 심는 등 자연친화적 공간을 만들기 위한 모색도 했습니다. 안타깝게도 부지 소유자들이 농지를 차례로 매각하는 바람에 생태 습지공원 사업은 좌초되었습니다. 여기서 멈췄더라면 좋았을 텐데 어느 날부터 느닷없이 대형 트럭이 흙을 실어다 논습지를 메웠습니다. 주민들은 영문도 몰랐고, 환경 훼손을 매우 안타까워했습니다.

이 골짜기 일대 습지에는 물방개, 물자라, 게아재비, 장구애비, 물땡땡이 같은 수생 곤충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물장군은 가장 깊은 수렁논이었던 시동리 1900번지 일대 매립지에서 그나마 만날 수 있었습니다. 환경부는 해마다 물장군 방사 행사를 갖습니다. 하지만 방사만 하면 뭐합니까? 물장군이 살아갈 공간이 허술한 규제와 난개발로 사라진다면 방사 행사는 한낱 요식 행위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2년간 5000여평이 매립되면서 인접 냇가의 가재도 더 이상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대충 성토한 마사토가 폭우로 수차례 냇가에 유출되었고, 냇가에 쌓인 흙더미는 다음 폭우에 휩쓸려 내려가기를 반복했습니다. 냇가도 이전 모습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매우 건조한 가을 날씨에도 불구하고 높이 성토한 태양광 예정 부지에는 용출수가 끊임없이 솟고 있습니다. 수렁논은 성토 후 매년 20∼50㎝씩 가라앉습니다. 약 5년 이상 경과해야 어느 정도 안정된 지반이 형성됩니다. 설령 그렇다 해도 용출수는 집중호우 시 상당한 곳에서 많은 양이 한꺼번에 솟아납니다. 그래서 태양광 시설 기초공사를 법이 정한 데 따라 하더라도 시간당 100㎜만 쏟아져도 지반 자체가 붕괴하거나 빗물에 휩쓸려 갈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태양광 패널은 지붕 역할을 합니다. 모두 한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습니다. 집중호우 시 태양광 부지가 붕괴하는 이유는 지반이 빗물을 흡수할 겨를 없이 한쪽으로 가득 몰려 토사 유출을 일으키고, 태양광 시설 지반 자체가 무너지기 때문입니다.

훼손된 농지, 파괴된 습지의 원상회복이 시급합니다. 시간을 지체해서는 안 됩니다. 자연은 스스로 복원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흙을 걷어내고, 물길을 터주고, 둑을 만든다면 물장군과 물방개를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우리는 반드시 재회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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