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밀레니엄 시리즈'가 환기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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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그 라르손(Stieg Larsson, 1954.8.15~ 2004.11.9)의 범죄스릴러 '밀레니엄 시리즈'는 '이케아(IKEA)'에 버금가는 스웨덴 최고 수출상품으로 꼽힌다.
그는 북유럽 복지국가 스웨덴의 이면을 폭로한 오리지널 3부작 못지않게, 사후 판권을 둘러싼 소송과 다른 작가(David Lagercrantz, Karin Smirnoff)의 후속작 출간 등으로 인간 사회를 씁쓸하게 되돌아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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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그 라르손(Stieg Larsson, 1954.8.15~ 2004.11.9)의 범죄스릴러 '밀레니엄 시리즈'는 ‘이케아(IKEA)’에 버금가는 스웨덴 최고 수출상품으로 꼽힌다. 그는 북유럽 복지국가 스웨덴의 이면을 폭로한 오리지널 3부작 못지않게, 사후 판권을 둘러싼 소송과 다른 작가(David Lagercrantz, Karin Smirnoff)의 후속작 출간 등으로 인간 사회를 씁쓸하게 되돌아보게 했다.
그는 독립저널 ‘엑스포(Expo)’를 창간해 스웨덴과 북유럽 사회문제, 특히 극우파시즘과 인종차별, 여성혐오의 실상을 집요하게 추적한 탐사저널리스트였다. 그는 수차례 살해 협박을 받으면서 거처 등이 노출되는 걸 극도로 조심했고, 1974년부터 평생 동거한 반려자이자 동지인 에바 가브리엘손(Eva Gabrielsson, 1953~)과의 혼인신고도 하지 않았다.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된 범죄적 현실을 소재로 2002년 10부작 집필을 시작한 그는 2004년 첫 3부작 출간 직전 심장마비로 숨졌다. 사실혼 배우자에 대한 재산권을 인정하지 않는 스웨덴 가족법 때문에 소설 판권은 작가와 소원한 관계였던 유족에게 귀속됐다. 결국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된 ‘밀레니엄’ 후속작과 영화 등 판권 계약이 무분별하게 이뤄졌다고, 가브리엘손과 작가의 지인들은 주장했다. 고인의 스타일과 문제의식이 크게 희석·훼손됐다고 주장했고, 한 비평가는 돈벌이를 위한 ‘무덤 도굴(grave robbing)’이라고까지 비판했다.
예컨대 라르손은 출판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1권 제목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Män som Hatar Kvinnor)’로 고집했지만, 사후 영어판은 ‘용 문신을 한 소녀’로 출간됐다. 작가가 편지로 주장한 첫 책 외에 2, 3권 책 제목에는 그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았고, 몇몇 에피소드(여자 주인공 살란데르가 젠더 고정관념에 맞서 동성 섹스에 대해 발언한 내용 등)가, 판권자인 유족 동의하에 삭제됐다고 알려졌다.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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