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담당 장관 놔두고 현장 실무자에게만 책임 물을 수 있나

조선일보 2022. 11. 9.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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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제8차 전체회의에서 마스크를 벗고 있다. 2022.11.7/뉴스1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8일 야당의 사퇴 요구에 대해 “현재 위치에서 제가 할 일을 최선을 다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사고 뒷수습, 재발 방지책 마련이 더 급선무”라며 “이런 일을 겪으면서 더욱더 열심히 해야 되겠다는 각오를 새롭게 하고 있다”고 했다.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도 이날 국회에 출석해 “지금은 조사, 원인 규명, 수습 대책을 마련할 때”라며 “무슨 사건이 났다고 장관, 총리 다 날리면 새로 임명하는 데 두 달 넘게 걸린다. 그 공백을 어떻게 하겠나”라고 했다. 야당의 이 장관 경질 요구를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행안부 장관은 정부조직법에 따라 국가 안전 및 재난에 관한 정책의 수립·총괄·조정 사무를 관장한다. 이번 참사의 초기 대응을 맡은 경찰청과 소방청도 행안부 소속 기관이다. 용산구청도 행안부가 사무를 감독할 수 있는 지방자치단체다. 이번 사건과 관련된 거의 모든 기관과 사무가 이 장관 관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사건 초기부터 이 장관의 상황 인식이 안이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참사 직후 “경찰을 미리 배치해 해결할 문제는 아니었다”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인 것은 아니었다”고 하다가 현장의 심각성을 알리는 112 신고가 다수 접수된 사실이 밝혀진 후에야 ‘무한 책임’을 언급하며 사과했다.

큰 사고가 날 때마다 합리적 인과관계를 따지기보다 희생양부터 찾는 구태는 없어져야 한다. 하지만 이번 참사에 대한 책임을 현장 실무자들에게만 묻는 것이 타당한지도 따져봐야 한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당시 용산서장과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 용산서 정보과장과 계장,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등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대부분 현장 실무자들이다. 특히 최 소방서장은 밤새 구조 작업으로 고생한 사람 중 하나다.

특수본 수사는 이번 참사에 대한 법적 책임을 규명하는 과정이다. 이 일이 법적 책임만으로 끝날 일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도 “책임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엄정히 그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이 장관과 경찰청장, 서울경찰청장, 용산구청장 등은 정무직 공직자다. 정무직 공직자는 국민에 대해 정치적·도의적 책임도 져야 한다. 지금이 그럴 때가 아닌지 스스로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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