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형, 한국시리즈 ‘트리플 크라운’
“우승이 결정되는 순간 너무 좋았는데 왜 눈물이 안 날까요? (김)강민이는 울던데, 저는 울컥하긴 해도 눈물이 안 나더라고요. 지금 정신이 없는데 선수들에게 너무 고맙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김원형(50) SSG 감독은 8일 한국시리즈 우승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2021 시즌을 앞두고 SK(SSG의 전신)의 지휘봉을 잡은 그는 2020 시즌 9위였던 팀을 부임 첫 시즌 6위로 끌어올린 데 이어 두 번째 시즌인 올해 정규 시즌 ‘와이어 투 와이어’(wire to wire·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1위를 한 번도 내주지 않는 것)으로 우승시키더니 한국시리즈까지 제패했다.
김 감독은 SK의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이다. 1991년 쌍방울 유니폼을 입고 데뷔한 그는 팀이 해체된 2000년부터 2011년 은퇴할 때까지 SK에서 활약했다. 지도자 데뷔도 SK에서 했다. 은퇴 후 SK 루키팀 투수 코치를 맡은 것으로 시작해 1군 투수 코치직을 맡았다. 이후 롯데와 두산을 거친 그는 친정팀에 돌아와 단기간에 팀을 정상에 올려놨다. 그는 “감독으로서 힘든 순간들도 있었지만 감독으로서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마음을 굳게 갖다 보니 이런 행복한 순간이 왔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솔직한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져있다. 선수, 코치진에게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가감없이 표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솔직함이 지나쳐 더그아웃에서 선수들에게 호통을 치는 경우도 많았다. 팀 내 고참들이 김 감독에게 지나친 감정 표현을 자제해달라고 건의할 정도였다. 김 감독은 이날 “선수 때부터 이겨야 한다는 승부욕이 강했고 그런 생각으로 선수들을 대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선수들에게 조금 더 성숙한 어른이 됐으면 어땠을까 싶다”고 했다.
이런 모습 뒤에는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리더십도 있었다. 팀 훈련 때 직접 그라운드에 나와 선수들과 함께 야구공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SSG가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난타전 끝에 패배한 이후에 김 감독이 투수조를 찾아가 SK가 2패 후 4연승으로 우승한 2007년 이야기를 하며 격려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이번 우승으로 선수, 코치(플레잉코치 제외), 감독으로 모두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역대 세 번째 감독이 됐다. 그는 선수 시절이던 2007~2008년 SK에서 2년 연속 우승을 했고, 두산 투수 코치 시절이던 2019년에도 팀이 정상에 올랐다. 이전까지 이 기록을 가진 감독은 조범현 전 KIA 감독과 이강철 KT 감독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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