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준우승… 영웅들의 반란은 눈부셨다
8일 인천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SSG에 패한 키움 선수들은 아쉬움의 눈물을 삼켰다. 그중에선 ‘야생마’란 별명을 가진 외국인 타자 야시엘 푸이그도 있었다. 다른 어린 선수들도 라커룸에 들어가 눈물을 보였다. 두 번째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겪은 이정후가 그들을 위로했다.
정규시즌 3위 키움은 한국시리즈에서 패배하며 최종 2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가을 야구 진출도 장담할 수 없던 팀이 투혼을 불사르며 ‘언더도그의 반란’을 일으키자 타 팀 팬도 열광했다. 올해 키움 선수단 연봉 총액(외국인·신인 제외)은 56억원으로 10구단 중 9위. 반면 그들이 상대한 SSG는 연봉 1위(227억원)였다.
10구단 중 유일하게 모기업이 없는 키움은 외부 FA(자유계약선수) 영입을 기대하기 어려운 팀이다. 매년 전력 유출을 겪었고, 올해에도 중심 타자 박병호(KT)와 박동원(KIA)을 각각 FA(자유계약선수)와 현금이 포함된 트레이드로 떠나보냈다.
그러나 키움은 하위권에 머무를 것이란 예상을 깨고 시즌 내내 상위권에서 순위 다툼을 벌였다. 선발 안우진은 리그 최고 우완투수로 자리매김했고, 젊은 구원투수진도 급성장했다. 타선에선 국내 최고 타자 이정후가 해결사 역할을 했고 후반에는 외국인 타자 야시엘 푸이그가 빅리거 출신다운 타격을 선보였다.
키움은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15경기를 치렀다. 준플레이오프에서 작년 우승팀 KT와 5차전까지 가는 혈투를 벌인 끝에 3승 2패로 이겼고, 플레이오프에서 우승 후보로 꼽혔던 정규 2위 LG를 3승 1패로 격파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한국시리즈에선 4차전까지 2승 2패로 맞서며 정규 시즌 우승팀 SSG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자리를 두고 경쟁했던 이정후와 안우진은 포스트시즌에서도 맹활약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키움은 체력이 떨어진 듯 실책과 실투가 이어지면서 5차전 9회말 역전 끝내기 홈런을 얻어맞은 데 이어 6차전에서도 두 차례 잡은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홍원기 키움 감독의 지략도 화제를 모았다. 1차전에서 대타로 내보낸 전병우가 맹타를 휘둘러 극적인 역전승을 일궜고, 4차전에선 시리즈 내내 부진했던 중심 타자 김혜성을 라인업에서 과감히 제외한 뒤 승리를 거두기도 했다. 김재웅과 최원태가 위기마다 구원 등판해 역투했고, 베테랑 포수 이지영은 15경기에서 모두 포수 마스크를 썼다.
홍 감독은 “포스트시즌 내내 고생해준 선수들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다”며 “선수들이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똘똘 뭉쳐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내년에는 고척에서 우승한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인천=김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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