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맛과 섬] [117] 장항 붕장어구이
붕장어, 뱀장어, 갯장어를 장어 삼총사로 꼽는다. 이들 중 계절과 관계없이 즐길 수 있는 장어가 붕장어다. 붕장어는 통영, 고성, 여수 등 남해 해역에서 많이 잡히지만 금강이나 한강 하구 등 서해에서도 곧잘 잡힌다.
금강 하구에 자리한 장항에 있는 붕장어구이 전문집(유정식당)을 세 번째로 찾았다. 장항은 한때 직원 2000여 명이 일을 하던 장항제련소와 장항선을 중심으로 철도와 항만을 연결하는 물류 유통의 중심지였다. 일부러 점심시간을 피해 늦은 시간에 찾았는데도 손님이 많았다. 이곳은 숙성된 간재미, 새우장, 풀치조림, 꼬막, 꼴뚜기 등 해산물로 반찬을 내놓는다.
날씨가 춥다며 아내가 아귀탕을 주문했지만 붕장어구이 맛을 놓칠 수 없어 추가했다. 입맛이 까다로운 아내지만 쫀득한 식감과 감칠맛이 지금까지 먹어본 붕장어구이 중에서 최고라고 했다. 붕장어는 계절성과 지역성에서 뱀장어나 갯장어에 밀려난 감이 있지만 그 맛을 아는 분들에게 꾸준하게 사랑을 받고 있다. 갯장어와 달리 산란철을 제외하고 연중 우리 바다에 머문다. 계절에 따라 맛의 변화가 적고 어획량도 좋아서 우럭이나 넙치 양식 이전에는 횟집에서 큰 대접을 받았다.
생선구이가 그렇지만 특히 장어구이는 은근한 시간이 필요한 요리이다. 손질을 하는 것도 그렇지만 구울 때도 초벌 구이를 한 후 준비한 양념장을 바르고 다시 굽는다. 양념의 차이가 집집마다 다른 맛을 만들어낸다. 좋은 식당은 선도가 좋은 재료를 구할 수 있는 장소와 최적의 양념을 만드는 시간이 결정한다. 물 좋은 자리에서 오랫동안 식당을 해온 탓에 모두 갖추었다.
장어양념구이는 구울 때 양념이 타지 않으면서 바삭한 식감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과거에 초벌은 살짝 찐 다음 양념을 바르며 굽고, 구울 때 나오는 기름을 받아 다시 바르기도 했다. 비린내를 잡기 위한 비법도 다양하다. 장어구이에 생강 채가 곁들여지는 이유이다. 장항에는 붕장어 외에 물메기, 꽃게, 서대, 박대, 아귀 등 금강 하구에서 나는 해산물로 밥상을 차리는 곳이 제법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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