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살배기 챔피언 된 날… 40세, 별중의 별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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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번째를 맞은 한국시리즈에서 40세 MVP(최우수선수)가 나왔다.
SSG 김강민이 새 역사의 주인공이다. 8일 우승 시상식에서 발표된 기자단 투표 결과 77표 중 42표를 얻어 동료 최정(21표)과 윌머 폰트(14표)를 제치고 영예를 안았다. 프로야구가 출범한 1982년 태어난 그는 역대 최고령 한국시리즈 MVP(40세 1개월26일)로 이름을 올렸다. 작년 MVP였던 KT의 박경수가 세운 기록(37세 7개월18일)을 2년 6개월가량 경신했다.
SSG는 이날 열린 인천 홈 6차전에서 키움에 4대3으로 역전승하고 4승2패로 7전4선승제 시리즈를 끝냈다. SK를 인수해 창단한 지 2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선발 투수 윌머 폰트가 홈런 2개를 내주면서도 7과3분의2이닝 3실점으로 호투해 승리를 따냈다. 2차전에 이어 혼자 시리즈 2승을 책임졌다.
SSG는 0-2로 뒤지던 3회말 2사 2·3루에서 상대 실책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2-3으로 뒤지던 6회말 1사 2·3루에선 김성현이 외야 좌중간을 가르는 2타점 2루타로 경기를 뒤집었다. 키움은 임지열의 선제 2점 홈런과 이정후의 솔로 홈런으로 3점을 뽑았으나 실책 3개를 저지르는 등 수비에서 무너졌다.
2000년 창단한 SK의 지명을 받아 2001년 데뷔한 김강민은 SK에서 4번 우승한 데 이어 SSG 유니폼을 입고 5번째 정상을 차지했다. 앞선 7차례 한국시리즈에선 홈런이 1개뿐이었는데, 이번엔 2개를 터뜨리는 등 5경기서 8타수3안타 2홈런 5타점으로 맹활약했다. 특히 김강민은 대타로만 나서 타석에 설 기회는 적었는데도, 타석에 설 때마다 강렬하게 타올랐다. 1차전 9회말 대타 동점 홈런, 3차전에선 9회초 대타 적시타를 쳤다. 특히 5차전에선 9회말 역전 끝내기 3점 홈런까지 쐈다. 한국시리즈 역사상 첫 대타 끝내기 홈런이었다. 1차전 때 자신이 세운 역대 포스트시즌 최고령 홈런 기록도 갈아치웠다.
그는 6차전엔 3회 한유섬이 주루 플레이를 하다 오른쪽 햄스트링에 통증이 생기면서 구급차에 실려 나가면서 대신 그라운드를 밟았다. 2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중견수로 안정적인 수비를 선보였다. 김강민은 시상식에서 “랜더스 유니폼을 입고 한국시리즈에서 그 장면(5차전 끝내기 홈런) 하나 만든 것만 해도 제겐 정말 행복한 시리즈였다”면서 “은퇴하기 전에 하이라이트 필름을 만드는 게 목표였는데, 모든 것을 다 갖게 됐다”고 말했다.
최정(35)도 다섯 손가락 모두 챔피언 반지를 낀다. 그는 이번 한국시리즈 6경기에 모두 출전해 타율 0.476(21타수10안타) 2홈런 9타점 5득점을 했다. 시리즈를 앞두고 “우리 팀에선 다른 걱정은 할 게 없다. 저만 민폐 끼치지 않고 잘하면 될 것 같다”던 그는 다짐을 실천했다.
2008년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에서 역대 최연소(21세 8개월) MVP로 뽑혔던 최정은 14년 만에 두 번째 MVP의 유력 후보 중 하나였다. 그러나 그는 “강민이형이 무조건 받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 나는 승패를 좌우하는 그런 활약은 아직 못 했다”고 몸을 낮췄다.
김강민과 40세 동갑인 추신수는 MLB(미 프로야구) 시절에 경험하지 못했던 챔피언에 올라 ‘한풀이’를 했다. 이번 시리즈에선 타율 0.320, 6득점으로 1번 타자 역할을 수행했다. 우승 후엔 김강민을 끌어안으며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감격스러워했다.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던 김강민의 대꾸는 “내년에도 같이하자”였다. 거칠 것 없는 투자로 SSG의 우승을 이끈 정용진 구단주도 선수들과 함께 눈물을 흘리며 기쁨을 나눴다. 정 구단주는 “이 모든 영광을 팬 여러분께 돌리겠다”고 감사를 표시했다.
/인천=성진혁·김상윤·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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