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세계가 줄어들다[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68〉

왕은철 문학평론가·전북대 석좌교수 2022. 11. 9.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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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에 뭉클해질 때가 있다.

그가 1920년대 중반에 미얀마에서 식민지 경찰로 근무할 때 실제로 경험했던 일을 기반으로 한다.

"십 분의 일 초밖에 살 시간이 없을 때도 그의 손톱은 여전히 자랄 것이었다." 그는 "우리 중 하나"였다.

그런 일이 있었을 때 오웰은 이십대 초반의 나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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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에 뭉클해질 때가 있다. ‘1984’와 ‘동물농장’을 쓴 조지 오웰의 에세이 ‘교수형’이 그러하다. 생명의 의미를 성찰하는 심오한 글이다. 그가 1920년대 중반에 미얀마에서 식민지 경찰로 근무할 때 실제로 경험했던 일을 기반으로 한다.

그날은 등이 구부정한 어떤 힌두교도의 교수형이 집행되는 날이었다. 착검이 된 총과 곤봉을 든 교도관들이 그를 교수대로 끌고 가고 있었다. 그런데 흐느적거리며 걷던 죄수가 교도관들이 어깨를 꼭 붙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살짝 몸을 틀었다. 길바닥에 고인 물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누구라도 할 수 있는 본능적인 행동이지만 오웰의 눈에는 그게 놀라웠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는 “건강하고 지각이 있는” 사람을 죽이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깨닫지 못했다. 그런데 죄수가 길 위의 작은 웅덩이를 피하는 것을 보고 그것이 엄청난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교수대로 향하는 순간에도 그의 눈은 자갈과 벽을 인식하고 그의 뇌는 기억하고 예측하고 판단했다. 우리가 그러하듯 그의 소화기관은 음식을 소화하고, 손톱은 길어나고, 세포 조직은 만들어지고 있었다. “십 분의 일 초밖에 살 시간이 없을 때도 그의 손톱은 여전히 자랄 것이었다.” 그는 “우리 중 하나”였다. 그가 죽으면 “하나의 정신이 줄어들고 하나의 세계가 줄어드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가 죽자 사형을 집행한 사람들은 사이좋게 위스키를 나눠 마셨다. 시신으로부터 백 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생명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은 글이다. 장인 목수를 대신해 나무를 깎는 일이 무모한 일이듯, 생명을 거두는 일은 인간의 일이 아니라는 노자의 ‘도덕경’의 가르침에 상응하는 성찰이랄까. 그런 일이 있었을 때 오웰은 이십대 초반의 나이였다. 또래의 친구들이 영국에서 대학에 다닐 때 그는 미얀마에 가서 그런 체험을 했다. 그에게는 삶의 현장이 학교보다 더 학교였다. 그 학교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이 그를 속이 깊은 작가로 만들었다.

왕은철 문학평론가·전북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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