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웹툰 도시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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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통'이라는 의미의 '리니지'는 엔씨소프트 대표 온라인 게임이다.
'심야카페' '스위트홈' '마왕의 딸로 태어났습니다' 등 부산표 웹툰이 성공한 사례가 적지 않다.
부산국제영화제가 닻을 올릴 때 부산이 아시아 최고 영화 도시가 될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다.
이제 부산이 세계가 주목하는 웹툰의 도시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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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통’이라는 의미의 ‘리니지’는 엔씨소프트 대표 온라인 게임이다. 상상 속 왕국 왕족들이 왕좌를 되찾기 위해 혈투를 벌인다는 판타지적 세계관은 출시된 지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업그레이드를 거듭하며 국내외 게이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건 지금 세대가 ‘리니지’를 기억하는 방식이다. 50대 전후, 특히 이 연령대 여성들에게 ‘리니지’는 학창 시절 책상서랍에 몰래 감췄다가 읽곤 하던 신일숙 작가의 순정 만화다. 종이 만화가 디지털에 밀려 자취를 감춰가고 그 시절 감성을 자극하던 우상들의 근황이 궁금해질 때쯤 사춘기를 뒤흔든 명작이 게임으로 환생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참 반가웠다. 부모에겐 만화책으로, 자녀에겐 게임으로 각인된 ‘리니지’는 게임산업도 살리고 원작자도 먹여 살린다.
가라오케가 처음 상륙했던 부산에서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게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이었다. 대중문화 개방 전에도 일본 위성방송이 잡히는 날이면 집에서 알록달록 총천연색 ‘아톰’이나 ‘마루치 아라치’에 빨려들어갔다. 부산 아버지 중에 외항선 선원이 많았던 덕분에 ‘배트맨’ ‘스파이더맨’ 같은 과감하고 웅장한 터치의 미국 만화도 헌책방 등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었다. 서울에 ‘할리우드 키드’가 있었다면 부산엔 ‘만화 키드’가 있었던 셈이다.
부산시의회가 부산의 만화와 웹툰 산업 육성을 위한 조례를 최근 입법 예고했다. 부산시가 제작 활성화, 생태계 기반 조성, 해외시장 진출, 재원 확보 방안 등의 기본계획을 5년마다 세우고 그에 따른 시행계획을 매년 수립하는 게 골자다. 지자체가 만화나 웹툰을 전략적으로 키우기 위해 지원 근거를 조례로 만드는 건 작년 울산에 이어 두번째다. 5년 전 해운대 센텀에 문을 연 부산글로벌웹툰센터 입소 작가를 포함해 부산에서 활동 중인 웹툰 작가는 250여 명이다. 수도권을 빼곤 가장 많다고 한다.
종이 만화의 온라인 버전인 웹툰은 역사가 채 30년이 안 된다. 그 사이 우리가 아는 상당수의 드라마 영화 뮤지컬 게임이 웹툰에 기반을 둘 만큼 핵심 문화 콘텐츠로 자리잡았다. 캐릭터 사업과 같은 2, 3차 부가가치를 만들기도 한다. ‘심야카페’ ‘스위트홈’ ‘마왕의 딸로 태어났습니다’ 등 부산표 웹툰이 성공한 사례가 적지 않다. 부산국제영화제가 닻을 올릴 때 부산이 아시아 최고 영화 도시가 될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다. 이제 부산이 세계가 주목하는 웹툰의 도시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강필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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