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플레이션’ 끝났다… 중고차부터 가격 하락 도미노
7일(현지 시각) 뉴욕 증시에 상장된 중고차 업체 카바나 주가가 15.8% 하락했다. 전 거래일인 4일 39% 하락한 데 이어 2거래일 연속 급락이다. 미국 중고차 시장의 아마존이라고 불려온 카바나의 주가는 지난해 8월 360달러, 연초에도 230달러를 웃돌았지만 주당 7.39달러까지 쪼그라들었다.
급격한 주가 하락의 배경은 금리 상승과 경기 침체에 따른 차량 수요 감소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수급난에서 기인한 차량 가격 상승세가 중고차에서부터 막을 내리는 것이라고 진단한다. 시장조사 업체 콕스 오토모티브의 조너선 스모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차량 재고가 증가하면서 중고차 가격부터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다”며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디플레이션 가능성도 보인다”고 했다.
증시와 완성차 업체 관계자들이 중고차 업체 주가에 주목하는 건 카바나의 성격 때문이다. 월가에선 카바나를 단순 중고차 업체가 아니라 금융사로도 여긴다. 이들은 중고차도 팔았지만 고객들이 차를 구매하며 진 대출을 담보로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해 판매했다. 차량 수요가 많고 자동차 가격이 상승할 땐 문제가 없지만, 반대의 경우엔 ABS 발행과 판매에도 문제가 생기는 구조다. 더욱이 고금리로 대체 투자처가 늘면서 카바나 ABS의 매력도는 계속 줄고 있다. 한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카바나의 위기는 금리 상승과 차량 가격 하락의 결과물”이라며 “이는 곧 신차 시장으로 옮겨붙을 것”이라고 했다.
◇카플레이션 시대 끝났다
차량 가격이 하락세에 접어들었다는 신호는 여러 곳에서 감지된다. 시장조사 업체 J.D. 파워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들이 올해 10월 승용차나 트럭을 사는 데 지불한 평균 가격은 4만5600달러(약 6325만원)로 올해 7월 기록한 역대 최고치 4만6173달러보다 낮아졌다. 미국 중고차 가격 동향을 나타내는 만하임 지수도 올 들어 15%가량 하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고차를 팔고 신차를 사는 순환 사이클이 깨지며 재고가 쌓이고 있다”고 했다. 실제 시장조사 업체 워즈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딜러사가 보유한 차량 재고는 140만대로 1년 전보다 46.9% 늘었다.
국내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중고차 플랫폼 엔카닷컴에 따르면, 2019년식 벤츠 E클래스는 1월 5374만원이었지만, 지난달 4896만원으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아우디 A6, BMW 5시리즈, 제네시스 G80 등 주요 차량 가격이 300만~500만원가량 내렸다. 또 다른 중고차 업체 케이카는 “높아진 물가와 고금리로 소비 심리가 악화됐다”며 11월 주요 차량이 지난달 대비 8.5%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분위기는 국내 중고차 업체 주가에도 반영돼 있다. 롯데렌탈은 7일 3만원대가 무너지며 2만96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 초와 비교하면 주가가 22% 하락한 수치다. 케이카도 1월 3일 3만2350원이었던 주가가 60%가량 빠지며 1만3050원까지 내려왔고 SK렌터카도 올해만 주가가 34% 하락했다.
◇가격 낮추는 완성차 업체들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발등에도 불이 붙었다. 중고차 가격 하락이 조만간 신차 업계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이들은 최근 실적 발표에서도 당초 전망치보다 악화된 결과를 연이어 발표했다. 세계 최대 완성차 업체인 도요타는 상반기(4월~9월) 순이익이 1조1710억엔(약 11조630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동기보다 23% 줄었다. 이 기간 도요타가 엔저 효과로 엔화 환산액에서 이득을 본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하락 폭이다. 미 포드도 3분기 순손실 8억2700만달러를 기록한 적자 전환 재무제표를 내놨다. GM의 경우 3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36% 늘었지만 이는 반도체 수급난으로 밀려있던 대기 주문 중 75%를 덜어낸 덕이었다. 투자은행 UBS는 최근 수요 감소를 경고하며 포드를 중립에서 매도로, GM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완성차 업체들이 수요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가격을 내리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올해 수차례 가격을 올리던 테슬라는 중국 수주 잔량이 7월 50만대에서 최근 29만대로 급감하자 차량 가격을 4~9% 인하했다. 현대차는 미국에서 파는 주력 모델 중 하나인 전기차 니로EV의 상위 트림 가격을 200달러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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