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숙적의 再會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2022. 11. 9.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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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선 2회전 제4국 <흑 6집반 공제·각 3시간>
白 신민준 九단 / 黑 커제 九단

<제1보>(1~14)=승부 세계에선 언제나 희비(喜悲)가 양극단으로 교차한다. 중간 지점도, 공유(共有)도 없다. 커제는 신민준을 영웅으로 만들어준 사람이다. 2021년 초에 끝난 25회 LG배 결승서 커제는 신민준을 상대로 선제점을 올리고도 1대2로 역전패, LG배 첫 등정의 꿈을 접어야 했다. 반면 신민준은 첫 세계 제패의 숙원을 풀고 최정상 대열에 합류했다.

당시 신민준은 한국기원 앞에 푸드트럭을 차려놓고 동료들에게 한턱 쓰는 것으로 기쁨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결승전 직후 회견장에서 눈물을 쏟은 커제는 만 2년째 세계 무관(無冠)에 머무는 등 예전 같지 않다. LG배 테이블에서 15개월 만에 다시 만난 두 사람의 감회가 짐작되고도 남는다. 오늘은 희비 보따리를 어떻게 나눠 짊어지고 대국장을 떠날까.

커제의 첫수로 차지한 우상귀 삼삼이 눈길을 끈다. 언제나처럼 오늘도 그는 실리 노선으로 출발했다. 백돌들의 위치가 흑돌보다 높은 것이 두터움을 중시하는 신민준의 기풍을 상징한다. 백 10 때 협공하지 않고 11로 비껴 받는 수는 AI(인공지능)의 산물. 13은 좋은 자리지만 참고도처럼 두는 포석도 있다. 14 씌움은 지금이 타이밍. 흑은 어느 쪽으로 밀어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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