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격노와 처벌의 리더십

기자 2022. 11. 9.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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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초기 허니문 지지율조차 없는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리더십에 대한 국민들의 위기의식, 분노가 더욱 높아졌다. 희생자가 155명이라는 소식을 듣던 10월31일.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길거리 참변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긴급상황에서 155명이 무사히 구조된 실화가 떠올랐다. 위기관리 분야의 교과서로 거론되는 유명한 사례다.

박선화 한신대 교수

2009년 1월, 뉴욕 라과디아 공항을 출발한 1549편 에어버스는 이륙 2분 만에 갑자기 날아든 새 떼로 인해 엔진 2개가 동시에 나가는 위기를 맞게 된다. 관제탑 컨트롤러는 가까운 공항착륙을 권했지만, 당시 비행기의 상태를 고려한 기장 설렌버거는 허드슨강 비상착수라는 특단의 결심을 한다. 지상착륙보다 위험성이 몇 배 높은 수상착륙 결정에 관제탑은 당황했으나 더 나은 방법도 없었다. 교신종료 후 1분여 만에 한겨울의 강 위에 불시착한 기체에서 승객 전원이 무사히 구출된 상황은 언뜻 보면 운좋은 영웅담 같지만, 구체적 상황을 들여다볼수록 교훈은 간단치 않다.

첫째는 위기관리능력의 요체는 전문성이라는 점이다. 기체에 대한 완벽한 지식을 가진 기장의 기민한 판단력과 조종기술. 강추위 속 침몰 직전의 흔들리는 날개 위에서 패닉상태인 승객들의 비상탈출을 일사불란하게 이끌어낸 승무원들. 해경, 소방서, 비상구조대 등 필요한 모든 기관을 침착하고 신속하게 출동시킨 컨트롤러의 대응까지.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한 치도 빈틈없는 전문가들의 노련한 협업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두번째는 같은 사건이 발생되지 않도록 예방체계를 구축하는 엄격한 시스템이다. 대형참사의 위기를 극복한 기장에 대한 찬사와는 별개로, 책임을 다루는 조직위원들은 최첨단 시뮬레이션을 통해 그의 위험천만한 선택이 최선이었는지를 꼼꼼히 묻고 검증한다. 기장 역시 혼란과 고통을 느끼지만 결국 그의 판단이 적절했음이 판정되고 조종사로서 최상의 명예를 누리게 된다.

매뉴얼에 없더라도 관록과 경험으로 위기를 대처하는 능력. 침몰 직전의 상황에서도 마지막 한 명의 승객까지 살피는 책임감. 그런 이들에게조차 프로페셔널한 검증을 진행하는 사회를 보며, 몇 년에 한 번씩 유사한 대형 사고를 일으키면서도 반성도 개선도 없는 집단의 무능과 나태에 분노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것이 우연이라 할 수 있는 것인지도 묻지 않을 수 없다.

사고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유능한 전문가와 리더들은 피해를 최소화하고 재발방지 대책에는 더욱 세심하다. 평안한 일상은 운이 좋아서가 아니라 각자의 위치에서 문제발생을 예방하는 무수한 이들의 숨은 노고와 실력으로 유지된다. 반면 맡은 일에 전문성도 책임감도 없는 이들이 정파성이나 연고로 층층시하 지위를 차지한 곳에서는 늘 사건 사고와 참사가 반복된다. 그런 리더들이 모인 조직은 소통이 원활하지 않고, 성실히 일하던 사람들도 의욕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모든 재난의 원인에는 부실 인사가 있고, 최종 리더의 책임으로 귀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랜 시간 직장생활하며 모든 순간 만전을 기했고 큰 위기 없이 직무를 수행했다. 그러나 불통의 리더들을 만나며 점차 지치고 사소한 실수를 하는 나를 발견했다. “이 따위로 할 거면 그만두자”고 느낀 시점이었다. 열정이 없거나 시들고, 핵심과 디테일 모두를 꿰뚫어 장악하지 못한 책임자라면 그 자리를 그만두는 것이 맞다. 자신에게 주어진 ‘십자가’의 무게보다는 오직 권력의 빛에 눈 멀고 꿀만 빨려는 이들이 모여든 집단만큼 위험한 것이 없다. 리더는 격노하고 처벌하라는 자리가 아니다. 전문성과 지혜를 통해 아랫사람들을 독려하고 의욕을 북돋아, 본인 스스로 재난을 예방하라는 자리다. 직원보다 무능한 상사를 요즘 세대들은 월급 루팡, 즉 세금 도둑이라 부른다.

박선화 한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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