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187] 도발을 반복하는 이유
처음에 나는 전쟁의 정치적 측면은 무시했다. 그 전쟁은 무엇보다도 정치적 전쟁이었다. 어쨌든 정부 방어선 뒤에서 벌어지고 있던 정당 내부의 투쟁을 파악하지 못하면 첫해 동안에 이 전쟁에서 일어난 일들을 이해할 수가 없다. 나는 스페인에 처음 왔을 때, 그리고 그 후 얼마 동안도, 정치적 상황에는 관심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알지도 못했다.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만 알았지, 어떤 종류의 전쟁인지도 몰랐다. - 조지 오웰 ‘카탈로니아 찬가’ 중에서
북한이 남북 군사 합의를 파기, 연일 탄도미사일을 쏘며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단거리 미사일을 한 기 발사하는 데 드는 비용은 최소 40억원. 25발을 쏜 지난 2일엔 북한 주민이 1년간 먹을 쌀을 수입할 수 있는 1000억원 이상을 허공에서 불태운 셈이다. 일당 독재 체제라고는 해도 북한이 경제적 부담과 세계적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도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부의 혼란과 국제적 이권이 충돌했던 스페인 내전에서 드러난 건 온갖 이념의 허상이었다. 모든 인간은 평등해야 한다는 믿음으로 사회주의적 유토피아를 꿈꾸며 참전했던 조지 오웰이 가장 환멸을 느낀 건 공산주의였다. 같은 편이라 믿었던 공산주의자들은 그들만의 승리를 위해 위선과 선동을 멈추지 않았다. 세계 여러 나라도 정치적 계산에 따랐을 뿐, 평화와 자유를 위한 순진한 열망은 없었다.
총부리를 맞대고 전쟁하진 않지만 정치인은 체제와 정당과 이익을 위해 싸운다. 뒤에서는 반갑게 웃으며 악수하는 친밀한 관계인데도 앞에서는 서로의 약점을 물고 집요하게 공격하는 이유, 북한이 어리석은 듯 보이는 위협을 반복하는 이유도 손해보다 큰 이득이 그들 손에 떨어지기 때문이다.
제재 필요성이 언급될 때마다 더 많은 원조를 받아온 듯, 북한은 더 큰 힘을 과시하며 더 자주 도발하고 있다. 북한의 건재가 국내외적으로 이익이라는 정치적 판단 때문일지 모른다. 대중은 이제 눈앞의 사고에 분노할 뿐, 더 큰 위험은 느끼지 못한다. 오웰은 예술조차 ‘세상을 특정 방향으로 밀고 가려는 정치적 욕구와 편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했다. 하물며 정치를 직업으로 가진 사람들의 세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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