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메콘(COMECON) 시대의 귀환과 스태그플레이션 [한국의 창(窓)]

2022. 11. 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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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미중 갈등으로 글로벌 분업 약화
자유무역 체제로의 복귀 가능성 희박
기술력 바탕 된 동맹네트워크 강화해야
ⓒ게티이미지뱅크

세계 곳곳에서는 물가상승이라는 민생고(民生苦)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과정에서 지출 확대로 증가했던 유동성을 기준금리 인상으로 흡수하는 작업인데, 이러한 조처는 물가압력 완화에 도움이 된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 스태그플레이션이 복합 현상이어서 금리인상이 불가피하고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 물가상승을 제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확대된 유동성만 이슈라면 이를 흡수하는 것으로 인플레이션 제어가 충분하지만, 현재는 추가 요인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석유와 천연가스 가격 상승 같은 에너지 위기뿐 아니라, 국제 갈등과 이에 따른 글로벌 분업체제 약화에 따른 생산비용 증가 문제가 있다. 생산비용 상승은 어떤 형태든지 추가적인 스태그플레이션 요인이다. 물론 코로나19 때도 글로벌 분업체제 약화에 따른 부담이 있었다. 그런데 당시는 수요도 함께 줄었기에 바로 물가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19 완화로 소비 등 경제활동이 증가해 수요가 커진 가운데, 미국과 러시아,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글로벌 분업체제가 약화되면서 현재는 국제적인 생산비용 증가가 두드러진다.

과거 서방 진영과 소련 중심의 공산 '코메콘(COMECON)' 진영이 갈등하며 국제분업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하던 시대와 비슷하다. 코메콘은 미국 중심의 유럽부흥계획인 마셜 플랜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만들어진 공산권 경제협력기구다. 1949년 출범했는데, 1991년 해체까지 자유무역을 지향하는 자본주의 진영과 대치하던 사회주의 경제공동체다. 대표적인 스태그플레이션 시기인 1970년대, 석유파동이 상징하는 에너지 위기 이외에 이념 진영에 따른 경제 블록화로 자유무역에 기초한 세계적인 국제분업체제 형성이 어려웠고, 생산비용의 증가 요인이 될 수밖에 없었다.

글로벌 가치사슬에 기초한 국제분업은 생산단계별로 비용이 가장 낮은 곳에 생산을 배치함으로써 비교우위를 세계적으로 실현하는 구조인데, 이 체제가 전 세계적으로 가능한 때와 그렇지 못한 시기는 생산과 공급비용의 부담이 다를 수밖에 없다. 결국 세계무역기구(WTO) 체제하에서 자유무역을 구가하던 시스템이 약화한 것은 비용 증가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커졌다는 뜻이다.

공산주의 국가였지만 서방과의 무역 유지를 희망하고 마셜 플랜에도 참여하려 했으나 소련의 거부로 참여하지 못한 체코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산업 경험과 시설, 그리고 기술 역량에도 경제적 어려움을 벗어나지 못한 것은 사회주의 체제 모순과 함께 코메콘의 제한된 무역 범위와 관련이 높다고 본다. 사회주의 경제 내에서 코메콘은 국제분업을 통한 무역 확산에 실패하고, 소련 중심의 공산 국가를 위한 지원 프로그램에 머문다. 특히, 1970년대 유가가 상승하자 코메콘 국가들이 소련으로부터 석유 보조를 받는 규모는 커졌지만, 시장가격에 기반한 자유무역을 지향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원조에 머무는 국제 네트워크에 갇힌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을 구조적으로 극복하지 못하고 장기적인 성과를 낼 수 없었던 것은 분명하다.

물론 가장 바람직하기는 진영 갈등이 사라지고 전 세계적으로 자유무역이 원활히 작동할 수 있는 시대가 펼쳐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환경이 우리 경제가 번영의 시기로 이어지는 최적의 때이기도 하다. 하지만, 코메콘 시대가 귀환하는 현 상황에서 스태그플레이션 요인으로 작용하는 현재의 국제 갈등 자체를 우리가 바꾸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코메콘에 묶여 역량을 발휘하지 못한 과거 동유럽 국가의 모습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국제 갈등과 스태그플레이션 시대, 자체 기술역량을 확보하는 가운데서도 보다 넓은 범위에서 자유무역을 지향하는 동맹 네트워크 체제를 강화하는 것이 우리가 선택할 길임은 확실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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