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미칼럼] 이태원 참사를 ‘재난 정치’로 만들지 않으려면
철저한 진상·문책·재발방지책 내놓아야
미국 대통령은 ‘세계 대통령’으로 불리며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지만 연방정부에 대한 미국민 신뢰는 20% 안팎에 불과하다.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1965년 첫 조사 때만 해도 70%대였던 정부 신뢰도가 1960년대 베트남 전쟁, 1970년대 워터게이트 사건을 겪으면서 뚝 떨어졌다. 실패한 전쟁, 지도자의 거짓말에 대한 집단 기억이 정부 불신을 키웠다고 하지만 반세기 전 일이다. 그런데도 정부에 대한 신뢰가 바닥권을 면치 못하는 데 대해 리처드 노이슈타트 하버드대 명예교수는 “정치인들의 당파적인 정부 비판 발언이 불만을 불신으로 바꾸는 가장 큰 주범”(‘국민은 왜 정부를 믿지 않는가’)이라고 썼다.
국가애도기간이 끝나자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 책임과 내각 총사퇴를 거론하며 정권의 위기로 몰아붙인다. ‘박근혜의 7시간’처럼 참사 당일 윤석열 대통령 행적이 불투명했다면 이재명 민주당은 장외 집회라도 나섰을 것이다. 국민의힘은 방어선을 치기에 바쁘다. 아무리 급해도 이 시점에 문재인정부 탓을 하는 건 무책임하다. 여당이 이번 사건을 정권의 위기로 여기고 소극적 대처나 정부 방어에 나선다면 야당이 주도하는 ‘재난 정치’는 더 요란해질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세월호 사태 때 목도한 일이다.
세월호 참사가 그 자체의 비극에도 불구하고 좌우 진영 대결로 번진 건 여든 야든 재난을 정치화한 때문이다. 진상규명을 위한 아홉 차례 조사에도 실체적 진실에 대한 합의조차 이루지 못했다. 그사이 정권이 바뀌고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다. 세월호 사태를 연구한 사회과학자들은 “당파적 재난 정치의 심각한 해악은 재난의 근본 원인에 대한 논의를 마비시킴으로써 재난에 대한 근본적 수습이나 예방을 어렵게 만든다는 데 있다”(서울대 박종희 교수)고 했다.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못한 결과가 참혹한 이태원 참사다.
왜 이런 참사가 벌어졌는지 실체적 진실을 가리고 책임을 묻고 미래의 재난을 막는 일은 윤석열정부의 소명이 됐다. 모든 과정이 투명하고 철저하지 못하면 언제든 ‘재난 정치’의 불길에 휩싸일 것이다. 몇몇 사람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데 그쳐서도 안 된다.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는 대통령 말처럼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으려는 공권력, 공무원 조직의 실패에는 더 큰 책임이 따라야 한다. 대한민국 체질을 바꾸는 일대 개혁 없이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 추락한 정부의 신뢰를 회복하긴 어렵다. 정부도, 정치권도, 언론도 이태원 참사를 ‘제2의 세월호’로 만들지 않는 일이 희생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믿는다. 대한민국은 다음 정권에서도 안전해야 한다.
황정미 편집인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윗집男 칼부림에 1살 지능된 아내”…현장 떠난 경찰은 “내가 찔렸어야 했나” [사건 속으로]
- “효림아, 집 줄테니까 힘들면 이혼해”…김수미 며느리 사랑 ‘먹먹’
- “이 나이에 부끄럽지만” 중년 배우, 언론에 편지…내용 보니 ‘뭉클’
- “39만원으로 결혼해요”…건배는 콜라·식사는 햄버거?
- “송지은이 간병인이냐”…박위 동생 “형수가 ○○해줬다” 축사에 갑론을박
- “식대 8만원이래서 축의금 10만원 냈는데 뭐가 잘못됐나요?” [일상톡톡 플러스]
- “북한과 전쟁 나면 참전하겠습니까?”…국민 대답은? [수민이가 궁금해요]
- “홍기야, 제발 가만 있어”…성매매 의혹 최민환 옹호에 팬들 ‘원성’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