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왕조 중견수' 김강민, SSG 새 왕조 선포하고 '시리즈 MVP'(종합)
역대 최고령 KS MVP…펑펑 울고는 "40대에 우승 하니까 눈물 나더라"
(인천=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2000년대 후반 KBO리그를 호령했던 'SK 와이번스 왕조'의 외야 한복판을 지키던 주인공은 김강민(40)이었다.
넓은 수비 범위와 강력한 어깨를 뽐내며 '짐승'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그도 시간이 흘러가며 조금씩 야성을 잃어갔다.
그사이 팀은 2021년부터 SSG 랜더스로 간판을 바꿔 달았고, 그해부터 김강민은 후계자인 '아기 짐승' 최지훈(25)에게 주전 중견수 자리를 완전히 넘겨줬다.
불혹을 넘긴 올해는 완전히 백업 중견수로 뛰고 있지만, 승리의 냄새를 맡는 '짐승'의 본능만큼은 여전했다.
팀 역사상 5번째, 그리고 SSG로 팀 이름을 바꾼 뒤에는 첫 번째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우승 트로피를 팀에 선사하며 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돼 상금 1천만원을 거머쥐었다.
김강민은 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S 6차전이 끝난 뒤 기자단 투표에서 77표 가운데 42표를 얻어 최정(21표), 윌머 폰트(14표)를 제쳤다.
또한 지난해 kt wiz 박경수(37세 7개월 18일)의 기록을 깨고 40세 1개월 26일로 한국시리즈 최고령 MVP를 달성했다.
다섯 차례나 팀의 우승을 경험하고도 이번에 처음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한 김강민은 "전혀 예상 못 했다. 이번 시리즈는 후반에 대타로 나간다는 생각으로 준비했다. 최정과 김성현이 잘해서 둘 중 한 명이 MVP를 받을 거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강민의 이번 한국시리즈 성적은 타율 0.375(8타수 3안타) 2홈런 5타점이다.
그가 때린 홈런 두 방, 특히 5차전에서 때린 대타 끝내기 홈런은 SSG의 왕좌 등극에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차전에서 5-6으로 끌려가던 9회 대타로 등장해 극적인 동점 솔로 아치를 터트려 역대 포스트시즌 최고령 홈런 기록(40세 1개월 19일)을 세웠던 그는 5차전에는 2-4로 뒤처진 9회말 무사 1, 3루에 다시 타석에 섰다.
그리고 키움 최원태의 슬라이더를 공략해 왼쪽 담을 넘기며 KBO리그 역사상 최초의 한국시리즈 대타 끝내기 홈런의 주인공이 됐다.
7회까지 0-4로 끌려가 패색이 짙었던 SSG는 8회 최정의 홈런, 9회 김강민의 홈런 덕분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시리즈 전적 3승 2패로 흐름을 잡았다.
김강민은 "드라마틱한 홈런이긴 했지만, 3승째 끝내기라 '과연 받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은 했다"고 말했다.
8일 6차전 역시 벤치에서 대기하던 김강민은 뜻밖의 변수가 발생해 평소보다 조금 일찍 경기에 투입됐다.
4번 타자 우익수 한유섬이 3회 주루 도중 허벅지를 다쳐 경기에서 빠진 것이다.
김강민은 타석에서 2타수 무안타로 침묵했지만, 대신 깔끔한 중견수 수비로 외야를 물 샐 틈 없이 지켰다.
9회 마지막 아웃카운트가 채워지며 우승을 확정한 순간, 김강민은 말 그대로 '펑펑' 울었다.
특히 동갑내기 친구 추신수와 포옹하고 오열하는 장면은 이번 한국시리즈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로 남았다.
"대화가 되고 말을 나눌 벗"이라고 추신수를 소개한 김강민은 "신수가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하길래 죽으면 안 된다고 했다. 내년에도 같이 하자고 말했다"며 웃었다.
김강민은 올해 '랜더스'의 첫 우승과 추신수의 첫 우승, 그리고 김원형 감독의 재계약이라는 세 개의 목표를 세웠었다고 공개했다.
세 가지 목표를 다 달성한 뒤 김원형 감독과도 울며 포옹했던 김강민은 "원래 잘 안 운다. 예전 우승했을 때는 안 울었는데 오늘은 펑펑 울었다"면서 "감독님한테는 '눈물이 계속 나요'라고 말씀드린 기억밖에 안 난다"고 했다.
프로야구 최고령 선수인 김강민은 여러 번 "팀에 도움이 될 때까지 은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왔다.
자신의 말대로 팀에 5번째 우승을 선사한 그는 이제 2023시즌을 바라본다.
김강민은 "내년에도 야구 더 할 것 같다. 몸이 허락할 때까지 하려고 한다"면서 "후배들과 뛰는 것만 생각해도 좋았는데 우승까지 이뤘다. 내년에도 재미있게 뛰며 우승 또 하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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