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살에 KS MVP 김강민 "후배들에 그냥 묻어가고 싶었는데"
불혹의 나이에 2022 한국시리즈(KS) MVP에 등극한 ‘짐승남’ 김강민(40)은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펑펑 눈물을 흘렸다. 앞선 네 번의 우승을 경험하면서 한 번도 울어본 적이 없었던 그였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본인도 신기하다고 할 정도로 누구보다 많은 눈물을 쏟았다.
김강민은 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S 6차전에서 SSG랜더스의 우승이 확정된 뒤 기자단 투표에서 77표 가운데 42표를 얻어 최정(21표), 윌머 폰트(14표)를 제치고 MVP에 선정됐다.
만 40세인 김강민은 KBO리그 역사상 역대 최고령 KS MVP에 이름을 올렸다. 종전 기록은 지난해 KT위즈의 우승 당시 만 37세 나이로 MVP를 차지했던 박경수가 가지고 있었다. 40대까지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도 쉽지 않은데 KS MVP까지 차지한 김강민의 기록은 앞으로도 좀처럼 깨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김강민은 이번 KS에서 한 번도 선발 출전하지 않았다. 그의 기록은 8타수 3안타 2홈런 5타점이다. 하지만 그가 때린 홈런 두 방, 특히 5차전에서 때린 역전 대타 끝내기 3점 홈런은 SSG가 KS 우승을 차지하는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김강민은 “우승해서 기분이 좋긴 한데 MVP를 타게 되니 ‘내가 왜?’라는 생각이 먼저 들더라”며 “최정이 잘해서 MVP를 탈 것이라 생각했다. 난 그냥 우승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한 뒤 활짝 웃었다.
이어 “솔직히 말하면 KS 이전에는 후배들 타격 페이스가 너무 좋아 나한테 타격 기회가 오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면서 “그냥 후배들에게 묻어가는 동네 형이 되고 싶었는데 MVP까지 타게 돼 놀랍기만 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다음은 KS MVP 김강민과 일문일답.
-KS MVP를 예상했나.
△전혀 예상못했다. 최정이 워낙 잘 쳐서 그가 탈 것으로 생각했다. 나는 그냥 우승만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주전도 아니었는데 MVP를 받았다.
△시리즈 전에 내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인지하고 있었다. 경기 후반 대타로 나서거나 좌투수인 요키시, 이승호에 맞춰 나가게 돼 있었다. 인제야 밝히자면 햄스트링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나 대신 한유섬이 많이 뛰다 보니 부상을 당한 것 같아 마음이 살짝 아프다. 오늘 어쩔 수 없이 수비에 나갔는데 정상적으로 뛸 수는 없었다. 그래도 내가 맡은 바는 충실히 한 것 같아 만족한다.
-MVP를 아예 예상하지 못했나.
△그래도 KS에서 안타 3개 치고 MVP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물론 5차전 끝내기 홈런이 드라마틱 하기는 했지만 4승째도 아니고 3승째 홈런인데 받을 수 있을까 생각했다.
-우승 확정 후 눈물을 많이 흘렸다.
△MVP가 돼서 운 것은 아니다. 40대 때 우승하니까 눈물이 나는 것 같다. 많이 벅차올랐다. 랜더스 첫 우승 함께하고 싶었다. 또 추신수가 우승이 없었는데 같이 우승하고 싶다는 마음도 컸다. 아울러 감독님 재계약도 함께 이뤄져 더 감동이 컸던 것 같다.
-감독님 재계약 목표가 팀에 영향을 미쳤나.
△선수라면 감독님의 재계약 바라는 것은 당연하다. 감독님이 그만뒀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안 한다. 게다가 김원형 감독님은 나와 오랜 인연도 있다. 서로 소통이 너무 잘 됐다. 추신수 선수가 왔을 때도 감독님과 많은 얘기를 나눴다.
-82년생 동갑내기들이 은퇴를 많이 했다. 내년 계획은 어떻게 되나.
△내년에는 유니폼을 입고 더 야구 할 것 같다. 몸이 허락할 때까지 계속하고 싶다. 이제는 큰 목표가 없다. 그냥 후배들과 함께 뛰는 게 그냥 고맙다. 그런데 이렇게 우승까지 이루니 너무 기쁘다. 내가 보탬이 될는 부분이 있으면 보탬이 되고 싶다.
-예전에 우승했을 때도 눈물을 흘렸나.
△한 번도 없었다. 나이가 드니 여성 호르몬이 많아진 것 같다(웃음). 웬만하면 눈물이 없는데 오늘은 펑펑 울었던 거 같다. 계속 우니까 (김)성현이 ‘좋은데 웃어야지 왜 우냐’고 얘기하더라.
-감독님과 포옹할 때 무슨 얘기를 나눴다.
△그냥 눈물이 계속 난다고 얘기했다. 기억도 잘 안 난다. 그냥 ‘어어어’ 했던 거 같다.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계속 조연 역할을 하고 싶다. 한치도 후배들보다 더 주목받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이번 KS에서도 후배들 타격 페이스가 좋아 나한테 기회 오지 않을 줄 알았다. 시리즈를 준비할 때부터 한유섬이 정말 열심히 해서 더 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정말 후배들에게 묻어가고 싶고 옆에서 농담하는 동네 형이 되고 싶었는데 이렇게 MVP를 타게 됐다.
-추신수 선수와 각별하다. 함께 우승을 차지해 더 의미가 있을 텐데.
△추신수는 동갑이기도 하지만 같은 팀에 있다는 것 자체로도 대화거리가 된다, 말을 나눌 수 있는 벗이 된다. 메이저리그에서 뛰다가 돌아오니 내가 물어보고 배우는 게 많다.
이석무 (sport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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