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엇갈린 운명…이번엔 누가 장갑 낄까

벤투호 주전 수문장 경쟁

김승규, 조현우

최종 오디션서 밀려났던 김승규
빌드업 강조 벤투호에 다시 중용
“발밑 공 다루는 건 내가 더 자신”

2번 골키퍼로 밀려난 조현우도
“출전만 하면 좋은 선방으로 보답”

4년 전 러시아에서 잔인하게 엇갈렸던 운명이 돌고 돌아 카타르에서 다시 한 번 부딪친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주전 수문장을 놓고 김승규(32·알샤밥)와 조현우(31·울산)가 다시 한 번 뜨거운 경쟁을 예고했다.

조현우는 8일 파주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대표팀 훈련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컨디션이 너무 좋다. 아이슬란드전이 많이 기대된다”며 “4년 전에도 내가 뛸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 경기 출전 여부는 생각하지 않고 준비를 철저히 했는데 좋은 기회가 왔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조현우는 4년 전 러시아 월드컵 직전에 열린 평가전들을 통해 당시 대표팀 사령탑이던 신태용 감독에게 능력을 인정받았다. 최종예선까지만 하더라도 주전 수문장은 김승규였으나,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가진 최종 오디션을 통해 운명이 엇갈렸다. 조현우는 월드컵 본선에서 무수한 선방을 펼치며 주목을 받았고, 이내 한국을 대표하는 골키퍼로 올라섰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빌드업을 강조하는 파울루 벤투 감독 체제에서 김승규가 다시 중용받기 시작했고, 조현우는 또 ‘2번 골키퍼’로 밀려났다. 4년 전과 상황이 유사하다. 이에 대해 조현우는 특유의 자신감, 그리고 장점인 선방 능력을 전면에 내세웠다. 조현우는 “어떤 공이 와도 막을 수 있게 준비하고 있다. (김승규와) 비교는 할 수 없지만 내가 출전하면 즐기면서 좋은 선방으로 보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커피 먹고 힘내라”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이 8일 파주트레이닝센터에서 자신이 선수단을 위해 준비한 커피차 앞에서 손하트를 만들어보이며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조현우와는 달리 4년 전의 아픔이 있는 김승규는 진중한 입장이다. 김승규는 “4년 전에는 충분한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스스로 조급하게 생각하면서 쫓겼다. 그러다보니 경기력도 그렇고 개인적으로 만족하지 못했다”며 “지금은 그때와는 다르게 편안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4년 전 기억이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있지만, 김승규도 자신감은 있다. 무엇보다 벤투 감독이 추구하는 빌드업 축구에 익숙하다는 것이 그가 내미는 가장 큰 무기다. 김승규는 “나는 발밑에서 공을 다루는 부분에 자신감이 있다. 내 강점”이라며 “물론 (조)현우도 울산에서 그런 축구를 경험하면서 훈련할 때 보면 확실히 좋아지긴 했다. 그래도 내가 더 자신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날 권경원(감바 오사카)과 손준호(산둥 타이샨)가 합류하면서 유럽파를 제외한 완전체가 된 벤투호는 이날 본격적으로 11일 열리는 아이슬란드전을 대비한 훈련에 돌입했다.

파주 |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