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실패를 반면교사로…장수에게 힘을 실어준 SSG[기자메모]
이례적 긴급 발표 ‘LG발 나비효과’
리더에 신뢰 보이며 분위기 다잡아
한국시리즈 5차전을 앞둔 지난 7일 문학구장. 경기 시작 1시간 전인 오후 5시30분이 가까워지며 선수들의 훈련도, 기자들의 사전 취재도 모두 마무리될 즈음이었다. 취재진과 구단 관계자들도 저녁식사를 위해 하나둘씩 움직일 무렵, SSG 홍보팀이 급하게 양해를 구했다. 곧바로 몇 분 뒤 있을 김원형 감독의 재계약 발표를 예고했다.
2승2패의 한국시리즈에서 절체절명의 5차전 시작을 코앞에 두고 진행된 감독 재계약 발표. 적어도 41년 한국프로야구 역사에는 찾아볼 수 없는 ‘이상한 감독 재계약 발표’ 현장이었다.
SSG가 전시에 군사 작전을 진행하듯 긴급히 사안 처리를 한 것은, ‘LG발 나비 효과’ 때문이었다. SSG 핵심관계자는 긴급히 발표를 진행한 배경을 두고 최근 ‘LG 사태’의 영향 여부를 묻는 질문에 “부인할 수 없다”고 답했다.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며칠간, 프로야구는 LG의 감독 재계약 관련 ‘소동’으로 시끄러웠다. LG가 포스트시즌 결과로 심기가 극도로 불편했던 것으로 알려진 구본능 구단주 대행의 결정으로 정규시즌 구단 역대 최다승 사령탑 류지현 감독과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한 가운데 새 사령탑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많은 잡음이 쏟아져 나왔다. SSG로서는 역시 재계약 관련 소문에 김원형 감독의 리더십이 흔들릴 여지가 생기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듯 초고속으로 재계약 메시지를 던졌다.
프로야구 40년 세월에 레전드 40인을 발표할 만큼 KBO리그에 역사가 쌓여가고 있다. 그사이 보편성과 일반성, 그리고 프로야구 구성원 모두가 납득할 만한 상식의 영역이 구축돼 있다.
그런데 올해 정규시즌 막판부터는 그라운드에 이상한 공기가 흘렀다. 개막 이후 선두를 내달리는 SSG 사령탑도, 승률 6할 이상의 고공비행으로 따라붙은 LG 사령탑도 포스트시즌에서 실패하면 재계약이 불발될 수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흘렀다. 그러나 바쁘게 돌아가는 레이스 속에 이런 행태의 근원적 불합리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적었다. 감독 리더십이 흔들릴 여지가 생겼는데도 해당 구단들이 방조한 배경이기도 하다.
SSG로서는 LG의 비상식이 감사할 일이 됐다. LG에 대한 반면교사로 적어도 한국시리즈 결과에 관계없이 프로야구의 보편성을 깨뜨린 구단이 될 일은 없어졌다.
SSG는 김원형 감독의 재계약을 발표하며 “힘을 실어주기 위해”라는 짧고 강한 의미를 실었다.
LG 역시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류지현 전 감독의 재계약을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말 그대로 큰 싸움을 앞둔 장수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요량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최윗선’에서 감감무소식이 돼버렸다. ‘포스트시즌 실패한다면’이라는 단서를 현장에 내보인 것과 다름없었다.
야구단의 정서도 일반 기업과 다를 것이 없다. 리더가 힘을 얻으면 조직에 힘이 생기는 법이다.
안승호 선임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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