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집도 막을 수 없었다…야무진 가을 안우진
키움 에이스로 ‘PS 5경기 등판’
물집 두 차례 터지고도 투혼 발휘
KS 5차전, 5회 원아웃까지 노히트
맞대결 상대 김광현도 투구에 감탄
풀타임 선발 첫해, 가을야구도 평정
지난 7일 열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5차전. 5회말 시작에 앞서 안우진(23·키움)이 마운드에 오르자 주심이 다가갔다. 이어 안우진이 펴보인 손바닥을 확인한 주심이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로 돌아간 뒤에야 SSG의 공격이 시작됐다.
5회 1사까지 ‘노히트’ 행진을 펼치자 안우진의 손가락을 주심이 직접 확인한 것이었다. 불과 6일 전, 1차전에서 투구 중 손가락 물집이 터져 바지에 피를 닦아내며 던지다 2.2이닝 만에 마운드를 내려갔던 안우진은 믿기 어려울 만큼 위력적으로 던졌다. 6이닝 2안타 3볼넷 6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분명히 손가락에서 피까지 났고 전보다는 회복에 더 오래 걸릴 것 같았지만 정상 로테이션인 딱 닷새를 쉬고 나와 오히려 더 잘 던졌다. 닷새 사이 손가락 회복을 위해 얼마나 애를 썼을지가 투구 내용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안우진은 이번 가을야구에서 키움이 쓰는 드라마 그 자체와도 같다. 키움은 선발이 3명밖에 없고 불펜도 한정된 인원으로만 돌리면서도 준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명승부를 쏟아내고 있다. 진작 탈락했어도 이상하지 않을 전력으로 선수단이 하나로 뭉쳐 정규리그 1위 SSG마저 몰아붙였다. 그 중심에 안우진의 패기와 투혼이 있다.
안우진은 준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 5차전까지 키움이 치른 14경기 중 5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그 3주 사이 두 번이나 손가락 물집이 터졌지만 한 번은 나흘, 한 번은 닷새를 쉬고 회복해 완벽한 투구를 했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안우진은 26.2이닝을 던져 6실점, 평균자책 2.03의 빼어난 성적을 기록했다. 시속 150㎞ 중반대의 빠른볼과 날카로운 변화구는 그야말로 위력적이었다.
안우진은 정규시즌에서 평균자책 1위, 탈삼진 1위로 2관왕에 올랐다. 풀타임 선발 첫해인데도 무시무시한 페이스로 삼진을 잡아 역대 한 시즌 최다 탈삼진 2위 기록(224개)을 세우기도 했다.
KBO리그 최고 에이스인 김광현(SSG), 양현종(KIA)과 시즌 맞대결에서도 밀리지 않았던 안우진은 가을야구 최고 무대에서 만난 김광현과의 재대결에서는 완승을 거뒀다. 김광현조차도 안우진의 5차전 투구에 박수를 보냈다.
김광현은 “그런 부상은 나도 당해봐서 알지만 굉장히 신경 쓰이고 완벽하게 아무는 데 원래 10일 정도가 걸린다. 그럼에도 나름대로 완급 조절을 하고 집중력을 유지하며 던진 것 같다”며 짧은 시간에 회복하고 돌아와 빼어난 투구를 해낸 후배에게 감탄했다.
안우진은 정작 부상당했던 1차전에는 경기 뒤 취재진과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를 나누며 부상 상태를 밝히기도 했다. 팀이 이겼기 때문이었다. 5차전에서는 어느 때보다 잘 던졌는데도 팀이 결국 역전패를 당하자 경기 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날 경기는 안우진의 2022년 마지막 투구였다.
안우진은 논란이 많은 선수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게 풀타임 선발 첫해를 보냈다. 그리고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실력을 보여주며 리그를 평정했다. 가을야구 5경기에서는 팀의 에이스로서 책임감과 열정까지 보여주었다. KBO리그가 가을야구를 통해 얻은 가장 큰 수확이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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