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 한파, 장기화되나
흥국생명 콜옵션 행사 결정에도
긴축·경기침체 우려에 투심 위축
“채권 신뢰 균열…당장 회복 불가”
금융위 “시장 혼란 변명 않겠다”
흥국생명이 5억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조기상환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지만 당분간 채권시장 안정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적인 긴축 기조와 경기침체 우려가 지속되는 한 시장은 다른 악재가 발생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경계를 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금융연구원도 최근 레고랜드 사태의 여파를 비롯해 단기 자금시장의 유동성 감소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8일 91일물 CP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4bp 오른 연 4.98%로 전날에 이어 또다시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최근 CP 금리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약 14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단기자금 시장의 경색은 계속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91일물 CD 금리는 전날과 같은 3.97%로 변동이 없었지만 무보증 3년 만기 회사채 금리는 AA- 등급을 기준으로 연 5.642%를 기록, 전날보다 떨어졌지만 낙폭은 2bp에 그쳤다.
흥국생명은 지난 1일 행사하지 않겠다고 공시했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을 예정대로 행사하기로 했다고 지난 7일 밝힌 바 있다.
앞서 채권시장의 악재로 꼽혔던 레고랜드 사태도 급한 불은 끈 상태다. 강원도는 레고랜드 개발사업 시행사인 강원중도개발공사(GJC) 보증채무 2050억원을 다음달 15일까지 갚겠다고 발표했다.
김준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투자심리가 단기간에 회복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흥국생명의 콜옵션 행사가 추가적인 경색을 막을 수는 있어도 시장을 안정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은 “2016년 이후에는 채권시장에 충격을 줄 만한 대형 이벤트가 없었으며 믿고 투자하는 분위기가 형성됐었다”면서 “그러나 올해 하반기 채권시장이 유동성 경색을 겪는 과정에서 최근의 레고랜드 사태와 흥국생명 콜옵션 미행사 등으로 신뢰관계에 균열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금융연구원도 당분간 채권시장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남종 금융연구원 연구원은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2022년 금융동향과 2023년 전망 세미나’에서 “전반적으로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비우량 채권의 스프레드가 확대되고 만기가 짧아지면서 저신용·취약기업의 기업어음 발행 여건이 악화할 수 있다”며 “부동산 경기침체로 프로젝트파이낸싱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의 차환 리스크가 커질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흥국생명 콜옵션 미행사와 관련해 금융위가 ‘문제없다’는 보도자료를 낸 데 대해 “흥국생명과 소통해 신속하게 대응했지만 외부에서 보기에 혼란스럽게 느껴진 것에 대해서는 변명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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