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어두운 흑자’…규모 작년보다 89억달러 급감
수출 23개월 만에 감소·수입 18% 증가…올해 흑자 전망치 하향 유력
지난 9월 경상수지가 한 달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흑자 규모가 1년 전의 15% 수준으로 쪼그라들고, 수출이 23개월 만에 감소하는 등 ‘불황형 흑자’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8월 제시한 올해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 370억달러도 하향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은이 8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 통계를 보면 올 9월 경상수지는 16억1000만달러(약 2조2508억원) 흑자였다. 전달에는 30억5000만달러 적자였다.
다만 9월 흑자 규모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88억9000만달러 급감했다. 올해 1∼9월 누적 경상수지는 241억4000만달러 흑자지만 흑자 규모는 전년 동월보다 432억7000만달러 줄었다.
경상수지는 올 3월까지 23개월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오다 올 4월 수입급증과 계절적 요인에 해당하는 해외배당이 겹치면서 적자를 냈다. 곧바로 흑자를 회복했지만 지난 8월 다시 30억5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9월에 흑자전환했지만 흑자폭은 안심할 수 없는 수준이다.
황상필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경상수지 흑자 축소에 대해 “원유 등 에너지류 가격이 높아 원자재 등의 수입액이 늘었기 때문으로 독일, 일본 등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높은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에너지류를 제외하면 우리나라 무역수지도 계속 상당폭 흑자인데, 올해 3분기에도 월평균 122억달러의 흑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9월 경상수지를 세부 항목별로 보면 상품수지가 4억9000만달러 흑자로 3개월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그러나 1년 전과 비교하면 흑자액이 90억6000만달러 감소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수입 증가율이 수출 증가율을 크게 웃도는 상황이 지속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우려스러운 것은 수출이다. 견조한 흐름을 보이던 수출(570억9000만달러)이 지난해 9월보다 0.7% 줄었다. 수출이 감소세를 보인 것은 2020년 10월(-3.5%) 이후 23개월 만이다. 통관기준으로 승용차(34.9%), 석유제품(51.3%) 등이 선전했지만 철강제품(-16.5%), 정보통신기기(-8.0%), 반도체(-5.0%) 등은 줄었다. 지역별로는 중국(-6.5%), 동남아(-3.0%)로의 수출이 부진했다.
반면 수입(565억9000만달러)은 1년 전보다 18% 늘었다. 원자재 수입액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25.3% 증가했다. 원자재 중 가스, 원유 수입액(통관기준) 증가율은 각각 165.1%, 57.4%에 이르렀다. 수송장비(23.7%), 반도체(19.2%) 등 자본재 수입도 10.6% 늘었다.
서비스수지도 3억4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세부적으로 운송수지는 흑자(11억8000만달러) 기조를 유지했지만, 지난해 9월보다 흑자 규모가 7억2000만달러 줄었다. 9월 선박 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1년 전보다 48.9% 떨어졌기 때문이다. 본원소득수지 흑자(18억4000만달러)는 1년 전과 비교해 7억1000만달러 증가했다. 본원소득수지 가운데 배당소득수지 흑자(12억2000만달러)가 1년 새 약 8억달러 증가한 영향이다.
한은은 올해 연간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지난 8월 경제전망 당시 370억달러로 제시했다. 그러나 9월까지 흑자 규모가 241억달러를 기록하고, 앞으로의 상황 역시 불확실성이 높아 오는 24일 경제전망을 통해 연간 경상흑자 규모를 낮춰 잡을 것으로 보인다. 황 국장은 “향후 경상수지는 중국 방역 완화, 글로벌 성장세 등에 좌우될 텐데,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며 “10월 경상수지 역시 아직 기초자료가 충분하지 않아 흑자 여부나 크기 등을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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