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보다 2주 빨리 찾아온 AI, 오리 살처분에 농가 ‘망연자실’
농장주 “가슴이 너무 미어져”
당국도 잇따른 확진에 초긴장
“2.4㎞ 떨어진 농장에서 AI 확진으로 오리들을 살처분한다는 소식에 잠을 이루지 못했는데…. 결국 예방적 살처분 대상 농장이 돼 오리들을 땅에 묻었습니다.”
8일 오전 충북 청주시 청원구 북이면에서 만난 차모씨(70)는 텅 비어있는 자신의 오리 농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차씨가 농장에서 키우던 오리 9800마리는 지난 6일 모두 살처분됐다. 차씨 농장과 800m 정도 떨어진 육용오리 농장이 지난 5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진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AI 긴급행동 지침에 따르면 육용오리 발생 농가 반경 1㎞ 내 오리사육 농가는 예방적 살처분 대상이 된다. 차씨는 “살처분 대상이라는 소식을 지난 일요일에 연락받았다”며 “겨우 12일 키운 오리들이었다. 가슴이 미어진다”고 말했다.
살처분이 끝난 차씨 오리 농장에는 ‘방역상 출입금지’라는 글씨가 쓰인 간판이 세워져 있었다. 쇠사슬도 채워져 차량 통행을 막았다. 농장 곳곳에는 소독용 생석회가 뿌려져 있었다.
차씨는 주변 가금류 사육 농가들의 사정도 비슷하다고 했다. 그는 “주변 농가 중 한 농가는 출하 일주일을 앞두고 예방적 살처분 대상이 돼 오리들을 모두 살처분한 곳도 있다”며 “AI 확진 농가가 점차 늘어나면서 농장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방역 당국도 농가들의 잇따르는 AI 확진 소식에 긴장하고 있다. 야생조류와 농가 등에서 지난해보다 빠른 속도로 AI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올해 AI는 지난달 10일 야생조류에서 처음으로 검출됐다. 지난해에는 10월26일 처음으로 AI가 검출됐다. 올해가 지난해보다 2주가량 빠른 셈이다.
또 첫 AI 확진 농가는 경북 예천의 종오리 농장으로, 이 농장은 지난달 17일 AI 항원이 검출된 데 이어 이틀 후인 지난달 19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난해 첫 확진 농장은 11월8일 충북 음성 메추리 농장이었다.
충북에서는 지난달 27일 진천을 시작으로 지난 5일까지 청주 등 4곳의 육계 농장과 육용오리 농장이 잇따라 AI 확진 판정을 받았다. 8일에는 메추리 사육 농가에서 H5형 AI 항원이 확인됐다. 전국적으로는 경북·전북 등을 포함해 총 7곳이다.
예방적 살처분을 포함하면 가금류 농가 14곳에서 56만4000마리가 살처분됐다. 지난해의 경우 같은 기간 1개 농장에서 AI가 발생한 것이 전부다.
청주시 관계자는 “AI는 겨울철 한반도를 찾는 철새들과 연관성이 있다”며 “야생조류가 보통 11월 초 미호강을 찾는데 올해는 10월 중순으로 20여일 정도 앞당겨졌다”고 설명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AI가 지난해에 비해 너무 빨리 찾아와 전국적으로 확산될지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AI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농가들이 소독 등 방역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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