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푸른 바다 보며 근무”…제주 ‘워케이션 성지’ 노린다
읍·면 권역별 체류형 시설 구축 계획…프로그램 정보 모은 홈페이지도 운영
제주 서귀포시 서호동 일대에 조성된 혁신도시 내 복합혁신센터 3층. 제주도가 지난 9월부터 운영 중인 워케이션(일과 휴가를 병행하는 업무 방식) 오피스가 위치한 곳이다. 남쪽으로는 짙푸른 제주 바다가, 북쪽으로는 위용 넘치는 한라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내부는 업무공간 3곳과 회의실 1곳, 휴식공간 1곳, 사물함과 냉장고 등 비품이 간결하게 구비돼 있다.
지난 3일 오후 4시쯤 방문한 사무실에서는 위메이드그룹의 (주)전기아이피 직원 20여명이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 회사는 직원 65명이 3조로 나눠 2주씩 제주에 머물며 낮에는 일을 하고, 저녁이나 주말에는 여행을 즐기는 워케이션을 하고 있었다.
팀장 김상래씨(46)는 “제주 워케이션 기간에는 평소보다 일찍 출근하고 오후 4시에 퇴근하는 것으로 근무시간을 조정했다”며 “퇴근 후에는 주변 산책을 하거나 가까운 곳을 가는데 오늘은 팀원들과 기념품 가게에 가기로 했다. 주말에는 스킨스쿠버, 한라산 등반 등 각자 하고 싶었던 체험과 관광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건물만 잔뜩 있는 곳에서 근무하다가 바다와 산이 보이는 사무실에서 일을 하니 일의 능률은 물론 애사심도 높아졌다”며 “제주에 2주 머물다 보니 관광 올 때는 몰랐던 저렴한 맛집, 느리게 걷는 법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제주도가 새로운 근무 형태인 ‘워케이션’ 유치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여행 수요를 지속적으로 창출하고, 잠재적 투자기업의 관심을 높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제주는 궁극적으로 워케이션 선도지역 조성에 나선다는 목표도 세웠다.
제주도는 지난 9월 서귀포시에 워케이션 사무실 1곳을 개설한 데 이어 내년 제주시에 1곳을 추가로 열 예정이라고 8일 밝혔다. 제주도는 커피숍 등 민간시설에서 운영하는 공유사무실과 달리 업무만 볼 수 있는 전용 공간을 구축한 것이 차이라고 설명했다. 또 도와 투자협약을 체결한 기업이나 잠재투자기업 등을 대상으로 ‘제주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주도는 장기적으로는 읍·면 권역별로 농어촌 빈집이나 유휴시설 등을 활용한 체류형 워케이션 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제주지역 내 공유사무실과 숙박시설, 여가시간에 즐길 각종 관광·체험 프로그램 등 관련 정보를 한자리에 모은 홈페이지도 내년 초부터 공식 운영한다. 워케이션 공간과 여가활동을 묶은 관광상품도 기획하고 있다.
제주도가 워케이션에 주목하는 것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재택근무, 분산근무와 같이 근무지의 경계를 허무는 업무 형태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는 빼어난 자연환경과 다양한 즐길거리를 지닌 국내 최고의 관광지인 만큼 워케이션의 최적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실제 많은 기업에서 자발적으로 공간을 마련해 워케이션을 하고 있고, 공간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수요가 이어지면서 민간에서도 워케이션 공유사무실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워케이션 참가자 유치에 따른 기대효과도 크다. 참가자들이 장기 체류하면서 소비하는 만큼 지역경제 활성화, 기업의 제주투자 유도 효과도 있을 것으로 제주도는 보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워케이션 사무실 후보지를 물색할 때 주변에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숙박시설과 식당 등이 있는지를 보고 있다”며 “워케이션 참가자는 대부분 장기 체류를 하는데, 이는 사실상 생활인구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어 지역상권에 도움을 주고 제주 이전이나 투자를 준비하는 기업에도 긍정적인 이미지를 주고 있다”고 밝혔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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