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에만 ‘심문 예상질의’ 보낸 경기지노위…“열심히 하려고” 변명
다툼 많은 ‘부당해고’ 다루며
‘모범답안’ 줘 편파 진행 물의
노동 분쟁 사건을 다루는 경기 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가 최근 부당해고 사건을 심사하면서 사측에만 ‘심문회의 예상 질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심문은 대면으로, 각본 없이 이뤄지는데 한쪽에만 ‘모범답안’을 준비할 기회를 준 것이다. 경기지노위는 “심문기일을 잘 진행하려다가 일어난 일”이라며 “앞으로 유의하겠다”고 밝혔다.
8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경기지노위 한 조사관은 지난 7월 장애인복지시설 직원 A씨가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신청 사건을 다루는 과정에서 시설 측에만 5개의 예상 질의가 담긴 ‘심문회의용 예상 질의’를 보냈다. A씨는 천주교 한 수도회가 운영하는 장애인복지시설에서 기간제 생활재활교사로 일하다가 지난 4월 “합리적인 이유 없이 근로관계를 종료당했다”며 경기지노위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다.
A씨 측은 “이 시설의 채용공고는 정규직 전환이 가능하다고 하고 있고, 지금까지 모든 직원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며 전환기대권이 있다고 주장했다.
시설 측은 “전환을 약속한 적 없고, 업무태도 등을 고려하면 계약 종료의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했다. A씨는 경기지노위에서 ‘기각’ 판정을 받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다.
초심(첫 심사)을 진행한 경기지노위는 시설 측에 서면문답서를 보내면서 끝에 심문회의 예상 질의를 첨부했다. 구제신청을 받은 지노위는 서면문답을 통해 먼저 진상을 파악하고, 대면 심문회의에서 서면으로 파악되지 않는 점을 묻는다. 경기지노위는 시설 측에 보낸 서면문답서에서 “(서면문답서를 회신할 때) 예상 질의는 회신하지 않아도 된다”며 “이 문답서는 상대방에 공개하지 않고 노위증(판정 이전에는 공개되지 않는 증거)으로 접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경기지노위가 보낸 예상 질의는 심사의 향방을 가를 만한 쟁점이 많았다. 질문 5개는 각각 ‘A씨의 채용공고에만 정규직 전환 명시가 없는 이유’ ‘정규직 전환 비율을 보면 전환기대권이 인정되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이었다. 시설 측에 전달된 질문 일부는 실제 심문회의에서도 그대로 나왔다. A씨 사건을 담당하는 박용원 법무법인 여는 노무사(공공운수노조법률원)는 “조사관이 그런 내용을 정리해서 사측에 전달했다는 것은 중립 공정을 해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지노위 관계자는“당사자들이 심문기일에서 질문에 답변을 잘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심문회의의 효과와 효율성을 담보하기 위해 조사관이 열심히 하려다 보니 일어난 일로 파악된다”고 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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