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서 정보보고서’ 삭제·회유 의혹 타고 ‘윗선’ 향하는 특수본 수사[이태원 핼러윈 참사]
‘인파 안전 우려’ 표현 없어
경력 배치 등 요구 내용 빠져
당사자들은 혐의 전면 부인
“언론에 드러난 상황을 보면 업무상 과실치사로, 살인 방조 세월호 선장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희근 경찰청장을 상대로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총경)의 직무유기를 질타하며 이같이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같은 날 열린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에서 “상식 밖”이라며 경찰의 대응을 강하게 비판했다.
용산경찰서는 서울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과 함께 참사 전후 경찰 부실 대응의 총체적 난맥상이 집약된 곳이다. 용산서장이던 이임재 총경의 이해할 수 없는 참사 당일 동선이 공개되면서 여론의 비판도 용산서에 집중되고 있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중점적으로 들여다보는 것 역시 용산서 공공안녕정보외사과(정보과)의 ‘정보보고서 삭제·회유’ 의혹이다. 용산서 정보과장과 계장은 핼러윈 참사 발생 사흘 전 정보관이 작성한 핼러윈 관련 정보보고서 등을 참사 이후 삭제하도록 회유하고 삭제한 혐의를 받는다. 박성민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도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이태원 핼러윈 축제 공공안녕 위험 분석’이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지난달 26일 서울경찰청 첩보관리시스템에 올라간 뒤 시스템 설정에 따라 72시간이 지나 자동 삭제됐는데, 경찰의 첩보관리시스템은 정보과 과장과 계장, 정보관 등 정보과 관계자들만 접근할 수 있다.
쟁점은 세 가지다. 먼저 A4용지 1쪽에 뒷장 2줄이 추가된 이 보고서에 핼러윈 행사에 대비해 ‘인파 관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내용이 있는지 여부다. 보고서에 그런 내용이 담겼는데도 서울청이나 용산서장이 묵살했다면 상급자의 직무를 유기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이 보고서 내용에 대해 “10월26일 작성한 정보보고서상 ‘많은 인파로 인한 보행자들의 도로 난입, 교통불편 신고, 교통사고 발생 우려’ 표현이 있다”고 했다.
다만 “그 외 ‘인파로 인한 안전사고 우려’ 유사 표현은 없다”고 했다. 보고서에 기동대나 경력 배치 등을 요구하는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이 보고서가 어디까지 보고됐는지도 중요하다.
당사자들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별 내용 없는 보고서였고, 이 총경에게 보고하지도 않았으며, 보고서를 삭제하라는 윗선의 지시나 회유도 없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용산서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와 엄정한 처분이 필요하지만, 철저하게 사실관계에 입각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용산서에 대한 과도한 ‘악마화’나 ‘문재인 정부가 이 총경을 용산서에 알박기했다’는 식의 음모론은 실체적 진실 규명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정부나 여당에서 용산서 전반에 심각한 비리나 문제가 있는 것처럼 몰고 있지만, 대통령실 이전으로 업무량이 폭발적으로 늘어 정상적 업무 수행이 불가했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논설위원의 단도직입] “치유는 정의와 함께할 때 가장 효과…지도자 책임있는 행동도 중요”
- [이태원 핼러윈 참사] 민변·참여연대 “이태원 참사, 국가 책임 규명을”
- [이태원 핼러윈 참사] 서울청·용산서 간부 ‘입건’ 밝힌 날, 일선에 “당직 근무 철저” 공문
- [이태원 핼러윈 참사] “팔 붓도록 심폐소생술…트라우마 치료부터” 일선 경찰 부글부글
- [이태원 핼러윈 참사] 소방, 경찰 ‘공조 요청’ 2번 무시…신고자엔 “112 연락하라”
- 공군 대령, ‘딸뻘’ 소위 강간미수···“유혹당했다” 2차 가해
- 윤 대통령 공천 개입 의혹, 처벌 가능한가?
- [스경X이슈] ‘흑백요리사’ 출연진, 연이은 사생활 폭로…빚투→여성편력까지
- 윤 “김영선 해줘라”…다른 통화선 명태균 “지 마누라가 ‘오빠, 대통령 자격 있어?’ 그러는
- [단독]“가장 경쟁력 있었다”는 김영선···공관위 관계자 “이런 사람들 의원 되나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