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붓도록 심폐소생술…트라우마 치료부터” 일선 경찰 부글부글[이태원 핼러윈 참사]
“적은 인력으론 대처 역부족
정부와 지자체도 책임져야”
“경찰관 몇 명이서 통제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현장에서 사고를 수습했던 경찰관 A씨는 지난 7일 기자에게 이같이 말했다. 그는 참사 당일 저녁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현장에 급파된 경찰 기동대와 함께 수백명의 사상자를 구급차에 실었다. 인명 구조에 전력을 다한 A씨는 “우리에게 초동 대처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하면 말단에 있는 사람으로서 다른 말을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다시 그 상황에 놓인다고 해도 사전에 대규모 인력 지원 없이 사고를 막아낼 수 있었을까 하는 두려움이 든다”고 했다.
이번 참사를 둘러싼 비판의 화살이 경찰에 집중되자 일선 경찰관들 사이에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이번 참사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에서 경찰의 대처가 미흡했다고 집중 질타한 데 대한 반론이기도 하다. 사고 수습에 전력을 다한 현장 경찰관들의 노고는 깡그리 무시한 채 부실대응만 부각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용산구의 한 파출소에 근무하는 B씨는 8일 “팔이 부을 정도로 심폐소생술을 했던 경찰관들에게만 참사의 책임을 묻겠다고 하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현장에 나간 경찰관 대부분이 그렇게 많은 시신은 처음 봤을 것이다. 지금은 이 사람들이 겪고 있는 트라우마를 치료하는 게 우선돼야 하지 않나 싶다”고 했다.
경찰 내부망 ‘폴넷’에는 정부와 지자체의 책임 회피를 성토하는 글이 올라왔다. 경찰관 C씨는 ‘행정안전부 장관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행하는 재난 및 안전관리 업무를 총괄 조정한다’는 재난안전법 제6조를 거론하며 “왜 모든 책임을 경찰에게만 덮어씌우고 원인을 경찰에게서만 찾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경찰관 D씨도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헌법 제34조 6항과 재난안전법 제4조와 제66조 등에 명시된 안전관리 책임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용산구청장, 행안부 장관, 서울시장을 즉각 소환 조사하고 용산구청, 행안부, 서울시를 압수수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D씨는 “이태원 참사는 경찰 한군데의 문제가 아니라 안전관리를 할 수 있는 대한민국 전체 시스템이 붕괴한 것”이라며 “국가는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김세훈·강연주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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