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우승] 시즌 개막부터 KS까지 '오직 1등'…역대급 우승 썼다
전반기 키움, 후반기 LG 추격 따돌리고 KS까지 '해피앤딩'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시즌 개막부터 종료까지, 단 한 순간도 1위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SSG 랜더스가 KBO리그 41년사에 오래도록 기억될 역대급 우승을 일궈냈다.
SSG는 8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6차전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4-3으로 승리, 시리즈 전적 4승2패로 우승했다.
이번 우승으로 SSG는 전신 SK 와이번스 시절을 포함해 2007, 2008, 2010, 2018년에 이은 5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2018년을 제외하면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를 모두 제패한 통합 우승도 4번째의 감격이다.
정상 경험이 있는 팀이지만 이번 우승은 좀 더 특별하다. SSG로 간판을 바꿔 달고 거머쥔 첫 번째 타이틀인 것은 물론, 처음부터 끝까지 선두 자리를 한 번도 놓치지 않은 '와이어 투 와이어'(wire to wire) 우승이기 때문이다.
'와이어 투 와이어'는 통상 골프나 경마, 자동차 경주 등에서 통용되는 말이다. 골프에선 1라운드부터 최종일까지 선두를 유지한 경우, 경마와 자동차 경주에선 출발선부터 1위 자리를 한 번도 내주지 않고 결승선을 통과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외의 다른 종목에서 이 용어가 쓰이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골프만 해도 길어야 4일간 선두를 유지하고도 '압도적 우승'이었다고 칭송을 받는데, 수개월 이상 이어지는 시즌에서 한 번도 1위를 놓치지 않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더구나 프로야구는 한 시즌을 반년이 넘는 기간동안 치르며 144경기를 소화한다. 다른 프로스포츠에 비해 변수가 많은 종목이기에 '와이어 투 와이어'가 더더욱 어렵다.
그 어려운 것을 해낸 것이 바로 SSG의 2022년이었다. 개막전 선발 투수가 나선 윌머 폰트가 KBO리그 역사상 전무했던 '9이닝 퍼펙트'를 기록한 것이 역사적 우승을 암시하는 힌트였는지도 모르겠다.
개막전을 연장 접전 끝에 잡아낸 SSG는 그 길로 개막 10연승을 내달리며 초반부터 치고 나갔다. 메이저리그에서 돌아온 김광현이 폰트와 함께 '원투펀치'의 위용을 이뤘고 추신수와 최정, 김강민의 베테랑에 최지훈, 박성한 등 신예가 어우러진 타선도 강력했다. 4월 전적이 19승1무5패, 승률은 0.792에 달했다.
이후로도 SSG는 거침없는 시즌을 보냈다. 5월 15승1무10패(0.600) 후 6월엔 13승1무10패(0.565)로 다시 주춤했지만 7월에 16승3패(0.842)를 기록하며 다시금 치고 나갔다.
전반기 막판엔 4.5게임차로 따라붙은 키움과의 마지막 3연전에서 2승(1경기는 우천 취소)을 거두며 독주 행진을 굳히기도 했다.
후반기는 전반기만큼의 위용은 아니었지만, 이미 벌어놓은 것이 많기에 여유가 있었다. 8월 13승9패(0.591), 9월 11승1무11패(0.500), 10월 1승4패(0.250)에 후반기 승률 0.544(31승1무26패)로 KT, LG, NC에 이어 삼성과 함께 공동 4위였음에도 선두를 놓치지 않은 이유였다.
1위를 달리면서도 많은 우려를 낳은 후반기였다. 특히 김택형, 서진용에 이어 문승원까지 마무리들이 연달아 부진을 겪으며 허무한 역전패를 당하는 경기가 적지 않았다. 이로 인해 후반기 막판까지도 LG의 추격에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흔들렸어도 선두에서 내려오진 않았다. 9월 6~7일 LG와의 2연전에서 1승1무를 기록하며 다시 격차를 넉넉하게 벌렸고 이후 부진에도 순위는 뒤집히지 않았다.
결국 시즌 막바지인 10월4일 2위 LG의 패배로 '앉아서' 우승을 확정지었다. KBO리그 역사상 최초의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었다.
그럼에도 우려는 끊이질 않았다. 후반기 보여준 부진한 경기력이 포스트시즌에서도 이어져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관측이었다. 안우진과 이정후 등 'MVP급 선수'만 두 명을 보유한 키움의 기세도 만만치 않았다. 1차전을 연장 접전 끝에 패할 때까지만 해도 이같은 우려가 현실이 될 것만 같았다.
그래도 마지막에 결국 웃은 쪽은 SSG였다. 폰트와 오원석의 호투, 최정과 김강민, 최지훈 등 타선의 활약 속에 2, 3차전을 잡았고 2승2패에서 맞이한 5차전에선 역전 끝내기 3점홈런의 대역전극을 펼쳐보이며 경험의 우위를 과시했다.
5차전 경기 시작 한 시간을 앞두고는 김원형 감독의 재계약 결정을 발표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우승하지 못할 경우 감독이 바뀔 수 있다는 흉흉한 소문 속에 현장에게 믿음과 안정을 주기 위한 조치였다. 바꿔 말하면 우승을 위해서라면 조금의 변수조차 허용하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이기도 했다.
그리고 5차전 대역전승의 기운을 6차전까지 이어간 SSG는 결국 한국시리즈에서도 '1위' 자리를 양보하지 않았다. 시작부터 끝까지 1위, 우여곡절은 있었을 지언정 '행복한 고민'이 더 많았던 SSG의 해피엔딩이었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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