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이태원 참사에 소환된 특검, 민주당의 속내는 [이태원 핼러윈 참사]

김건호 2022. 11. 8.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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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정치적으로 끌고 가는 것 아니냐 의심의 눈길도
또다시 특검이 소환됐다. 대장동 특별검사 카드를 꺼내 들었던 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 특검에 이어 이태원 핼러윈 참사에도 특검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특검 도입을 요구하는 민주당을 바라보는 국민의힘의 시선은 차갑다. 여권 일각에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의 맞불로 이번 이슈를 정치적으로 끌고 가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국회를 장악한 거대야당인 민주당은 강행처리도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과반 의석으로도 여당이 차지한 법제사법위원장과 험난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과정, 대통령 거부권 등 고민거리가 적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연합뉴스
8일 국회 등에 따르면 전날 여야가 진행한 이태원 핼러윈 참사에 대한 국정조사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민주당은 특검을 소환했다. 국정조사가 우선돼야 하지만 미진할 경우 특검까지 가야 한다는 취지다.

이 대표는 전날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관련해 “국정조사 역시 강제 조사의 권한이 없기 때문에 결국은 특검을 논의할 때가 됐다”라고 밝혔다. 국가애도기간이 끝나자 국정조사에 이어 특검 카드까지 꺼내 들며 정부·여당에 대한 책임론을 본격적으로 거론하고 나선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 회의에서 “이제 희생자에 대한 진정한 애도와 추모의 시간이 지나고 책임의 시간이 돌아왔다”며 “중립적인 특검을 통해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하고 관련자들에 대한 엄정한 문책이 따라야 한다”고 했다. 이어 “현재 수사는 셀프 수사라는 한계를 벗어나기 어렵고, 더구나 이미 일부 은폐를 시도한 것과 같은 부실 수사의 징조가 드러나고 있다”며 “당장 시급한 것은 철저한 국정조사에 임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8일 이태원사고 특별수사본부가 압수수색에 나선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의 모습. 연합뉴스
민주당 안호영 수석대변인도 이날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언급한 특검과 관련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가 논의되는 가운데 경찰의 보고서 삭제 등 은폐 정황들이 드러나 특검을 통한 조사의 필요성도 있을 수 있다는 취지”라며 “국정조사를 기본으로 하면서 특검에 대해 준비도 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이에 정부와 여당은 난색을 보이고 있다. 현재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수사에 집중하고 있는 시기, 특검 도입은 오히려 불필요한 시간 끌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이태원 압사 참사와 관련한 더불어민주당 일각의 특검 도입 주장에 대해 “무엇보다 신속한 수사가 관건인 이런 대형 참사 사건의 수사에서 특별검사가 초동 수사 단계부터 수사하는 건 진실 규명에 오히려 장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현 제도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투명하게 진실을 규명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검찰 수사까지 다 마친 이후 그래도 미진하다면 얼마든지 특검을 해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실 이런 민주당의 특검 주장은 익숙한 모습이다. 민주당은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대장동 비리 등 이 대표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자 감 여사에 대한 특검을 주장했다. 김 여사 연루 의혹이 제기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등이 제대로 수사되지 않아 특검 도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었다.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강제수사가 시작된 뒤에는 윤 대통령과 여당에 ‘화천대유·대장동 특검’을 요구했다. 이 대표의 ‘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 대선자금 수수 의혹이 퍼지자 대장동뿐 아니라 부산저축은행 특혜 대출 등 윤 대통령 관련 사안까지 포함한 특검 카드를 꺼내 들며 맞대응에 나선 것이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민주당이 특검 도입을 주장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경찰이 나서서 빠르게 참사의 원인을 조사하고, 실제 경찰 수뇌부에 대한 책임을 묻는 상황에서 특검도입을 주장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결국 정국 주도권이나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입장은 다르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기본적으로 경찰이 경찰을 수사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 수사당국이 언제 제 식구에 대해 제대로 수사를 해 처벌한 전력이 있느냐”며 “국정조사가 안되면 특검을 통해서라도 이번 참사의 원인을 제대로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8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파출소를 찾아 임현규 용산경찰서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그렇다면 민주당이 고려하는 특검 도입의 현실화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국회 안팎에서는 ‘과반 의석’으로도 특검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다.

법안 처리 길목에 세 가지 장벽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법사위 단계에서 국민의힘이 특검법안을 상정할 가능성은 없다. 법사위를 거치지 않고 법안을 상정하기 위해선 ‘패스트트랙’을 활용해야 하는데 요건이 까다롭다. 패스트트랙은 법사위 재적위원 5분의 3(11명) 이상 또는 국회 재적 의원 5분의 3(180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전체 재적 의원의 ‘캐스팅보트’ 격인 정의당(6명) 의원들이 특검 도입에 찬성할지 불분명하다.

만에 하나 본회의를 최종 통과하더라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특검 도입은 불가능하다. 민주당이 특검법을 재의결하기 위해서는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끌어내야 하는데 산술적으로 어렵다.

세계일보는 이번 참사로 안타깝게 숨진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의 슬픔에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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